[美·中 100일의 외교전 ②] 트럼프·시진핑, 이란·우크라 두고 정면충돌

베이징(중국)=조용성 2026. 9. 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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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이란 제재 두고 상반된 입장
중국, 美 제재 참여 촉구에도 러시아 원유·가스 구매 지속 전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무역과 기술뿐 아니라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두 전쟁 모두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그대로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첨예한 현안은 이란이다. 미국은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과 핵 프로그램을 약화시키기 위해 경제적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인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란과 '물물교환' 방식의 비밀 무역망을 구축하고 무역을 지속하고 있다. 이란은 중국에 원유를 공급하고, 중국은 이란에 현금이 아닌 중국산 제품 구매용 쿠폰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미국의 감시망이 닿는 국제 금융망을 완전히 회피할 수 있다.

◆이란 제재, 첨예한 입장차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이란의 무역관계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의 공식 입장은 미국과 상반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대해 "제재와 압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대이란 제재에 반대하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또한 미국의 이란에 대한 핵포기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는 반대하면서도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 권리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지난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란 핵 문제는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재, 꿈쩍 않는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을 추진하면서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하원은 16일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대규모 대러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대량 구매하는 국가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과 인도가 직접적인 압박 대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가스 구매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그리고 대러시아 제재가 가동되는 동안에도 러시아와 교역을 유지해 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지난 15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안에 대해 "중국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보복관세와 희토류 수출통제, 미국산 제품 구매 중단 등의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팽팽한 줄다리기, 절묘한 타협점

결국 24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두 가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에 대해서는 제재에 동참해 원유 거래를 축소해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조이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시 주석이 순순히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선을 긋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종전과 협상에는 찬성하지만 미국의 대러 압박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

이란과 러시아 모두 미국이 직접 압박하기에는 비용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협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반면 시 주석에게 이란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중국이 독자적인 외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상대다. 따라서 24일 미·중 정상회담은 핵확산 방지와 종전·협상에는 협력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 정책에 일부 동참하는 절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