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I 경쟁 ‘국가전’ 됐다…67개국이 예산으로 소버린 AI 개발

김재형 기자 2026. 9. 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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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가 불을 지핀 미국 인공지능(AI) 업계의 'AI 개발 감속론'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각국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자국 AI 역량을 키우는 '소버린 AI' 사업은 3년 만에 26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동아일보가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소버린 AI 인덱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에서 정부 예산이 투입된 AI 사업은 2023년 6월 7건에서 올 6월 184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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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가 불을 지핀 미국 인공지능(AI) 업계의 ‘AI 개발 감속론’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각국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자국 AI 역량을 키우는 ‘소버린 AI’ 사업은 3년 만에 26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버린 AI 투자에 나서는 국가도 67개 국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AI 경쟁이 빅테크끼리 모델 성능을 겨루던 ‘AI 1.0’을 넘어, 국가가 성장의 판을 깔아주는 ‘AI 2.0’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67개국 참전한 소버린 AI 경쟁

17일 동아일보가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소버린 AI 인덱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에서 정부 예산이 투입된 AI 사업은 2023년 6월 7건에서 올 6월 184건으로 늘었다. 해당 자료는 양대 AI 선도국인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AI 주권(소버린 AI)’을 좇는 나머지 나라 정부 사업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 시작한 소버린 AI 사업은 2023년 18건에서 2024년 39건, 지난해 88건으로 해마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 올 상반기(1~6월)에도 39건 추가됐다. 참여 국가만 67곳에 이른다.

정부 주도의 AI 개발 전선은 영국, 일본, 인도,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와 태평양 섬나라까지 확장됐다. 올 상반기(1~6월)에 새로 뛰어든 10개국은 캄보디아, 네팔, 가나, 이집트, 파라과이 등 대부분 중·저소득국이다. 파푸아뉴기니와 도미니카공화국은 각각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첫 참여국이 됐다. 소버린 AI 사업 중 6월 말까지 투자액이 공개된 113건만 합쳐도 투자 금액이 839억 달러(약 116조 원)에 이른다. 아랍에미리트(335억 달러)가 가장 많고, 한국은 사업 수(8건)로는 독일·일본과 공동 2위, 투자액(28억9000만 달러)으로는 7위로 집계됐다.

●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뭉칫돈

소버린 AI 투자는 AI 모델 개발보다 데이터센터 등 AI 산업을 뒷받침할 인프라에 쏠렸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사업은 2023년 6월 2건에서 올 6월 117건으로 늘어 모델 개발(63건)을 크게 넘어섰다. 영국, 인도 등은 정부가 슈퍼컴퓨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들여 대학과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기업·연구자가 GPU를 나눠 쓸 2조4000억 원 규모의 ‘국가AI컴퓨팅센터’를 전남 해남에 착공했다.

모델 분야는 ‘실용주의’가 두드러졌다. 메타 ‘라마’ 등 공개형 AI 모델을 자국 언어와 데이터에 맞게 개량하는 사업이 주류인 가운데, 한국 조선업, 대만 금융, 우크라이나 국방처럼 주력 산업과 결합한 특화 AI모델도 등장했다. 한국의 국가대표 AI를 선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2차 단계평가까지 진행된 상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과거 경부고속도로나 초고속인터넷망을 국가가 깐 것처럼, 향후 30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AI 기반 시설에 정부가 재정을 쏟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 ‘미국 빌려쓰기’ 위험성에 소버린 투자

세계 각국이 소버린 AI에 지갑을 열고 있는 데는 AI 투자와 성능 면에서 선두를 달리던 미국이 지난 4년간 칩과 AI 모델 접근을 잇달아 조이면서 ‘미국 것 빌려 쓰기’ 전략의 위험을 보여준 영향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빅테크 4곳(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의 올해 설비투자가 7000억 달러(약 964조원)를 넘을 것으로 봤다. 앤스로픽과 오픈AI는 올해 각각 평균 47일과 67일 간격으로 최상위 모델을 쏟아냈다.

이런 우위 속에 아모데이 CEO가 12일 최신 AI모델 개발 속도 조절과 함께 대중(對中) 반도체 판매 금지, 중국계 기업이 미 모델 성능을 베끼는 ‘증류’ 차단 등의 국제 공조를 요구하자 후발국에선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반발이 나온다. AI 선두 기업들은 안전 표준을 내세우지만, 따라잡아야 하는 처지에선 벌어진 격차를 굳히는 ‘규제’로 읽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등 우리 차원에서 확보해야 할 영역은 분명히 있지만, 성능과 기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도 쓰지 않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며 “현실적인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역량을 높이고 우리 기술의 활용 비중을 점차 늘려가되, 그 과정에서는 오픈소스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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