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은 양반집 딸이고 우리는 머슴”···하청노동자의 ‘가난한 호황’

김남희 기자 2026. 9. 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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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모습. 연합뉴스

“삼성 현업 직원은 양반집 딸이고 우리는 머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덤비지 말라고 했습니다.”

진보정책연구원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는 17일 국회에서 ‘삼성전자 하청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를 열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면접 결과를 발표했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 계약은 6개월·1년 단위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체 출입 인력 6만8000명 가운데 임직원은 1만6000명(23.5%)이고 나머지는 하청노동자였다. 협력사 노동자가 2만3000명, 건설노동자가 2만9000명이었다. 연구진은 기흥·화성캠퍼스까지 합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최소 5만~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365일 가동되지만 삼성전자와 하청업체의 도급계약은 대부분 1년 단위였다. 최근에는 계약기간이 6개월까지 짧아진 곳도 있었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장은 “하청업체 정규직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와 1년짜리 도급계약을 맺은 회사의 정규직”이라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라인이나 회사 전체의 계약이 날아갈 수 있어 노조 활동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가 확인된 삼성전자 사내협력사·자회사는 주요 상주 협력사 약 600곳 중 9곳(1.5%)에 불과했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길이 열렸지만, 삼성전자에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는 없었다.

실제 한 협력사에서는 2022년 노조 설립과 파업 이후 이듬해 기흥·화성의 6개 라인 계약이 종료돼 노동자 60명이 전국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됐다. 2025년에는 평택의 5개 라인 계약이 끝나면서 65명이 다시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다. 21년 차 노동자 A씨는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업무를 하는데도 고용이 얼마나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면 삶의 터전을 두고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파업권도 무력화시킨다. 엄미야 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한 협력사가 파업을 벌이자 삼성이 물량을 자회사로 이관해 해당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전원 철수한 사례가 있다”며 “또 다른 노조는 임단협을 시작할 때 회사가 대놓고 ‘재계약 못 할 수 있으니 올해는 살살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청 성과급은 ‘0원’…반도체 초호황에 일만 늘어
지난 4월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원청 정규직이 받는 성과급은 그림의 떡이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산 물량이 급증해도 1년 전에 정해진 도급단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신 원장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6억원, 7억원의 성과급을 이야기할 때 하청노동자도 일부를 받는 줄 알았지만 조사해보니 성과급은 전혀 없었다”며 “초호황이 와도 하청노동자는 일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안전·보안 등을 기준으로 협력업체를 상대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반기당 노동자 1인 기준 A등급은 235만원, B등급은 150만원, C등급은 80만원을 받고 기준에 미달하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기준점수를 충족하더라도 다른 업체보다 점수가 낮으면 등급이 떨어졌다. 사고가 발생하면 점수가 깎여 안전사고를 쉬쉬하는 문화였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는 부상이나 화학물질 노출이 발생하면 사내소방대인 ‘삼성119’에 신고하도록 안내하지만, 현장에서는 협력사 관리자가 신고를 막는다는 것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삼성전자의 6개월·1년 단위 계약은 하청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키우고 노조 결성과 산재 신청을 막는 핵심 수단”이라며 “노조법상 교섭요구권으로 안전보건 분야 원청교섭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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