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바꾸나…‘조지 오웰의 문장들’ 출간
전쟁·빈곤·계급 등 6개 주제로 작가의 사유와 변화 조명

"양심을 지키려는 작가나 언론인은 적극적인 탄압보다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좌절한다."
조지 오웰이 남긴 문장이다.
이어지는 말은 더욱 날카롭다. 사회가 작가와 예술가를 "위에서 내려온 주제만 다룰 뿐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절대로 온전히 말하지 않는 하급 관리"로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1950년 세상을 떠난 작가의 문장이 70여 년 뒤에도 좀처럼 낡아 보이지 않는다.
'1984'와 '동물 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이 평생 남긴 소설과 에세이, 르포에서 그의 사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글을 가려 뽑은 '조지 오웰의 문장들'이 출간됐다.
책은 유명 작품의 명문장을 모아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와 언어, 영국과 영국인, 전쟁과 인간, 노동과 빈곤, 정치와 사상, 계급과 사회 등 6개 주제로 오웰의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했는지를 따라간다.
오웰에게 글은 책상 위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영국 식민지였던 버마에서 경찰로 근무하며 제국주의의 실체를 경험했고, 런던과 파리에서는 밑바닥 노동과 빈곤을 직접 겪었다. 영국 탄광촌 노동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으며 스페인 내전에서는 총을 들고 전선에 섰다.
그가 권력과 가난, 전쟁을 쓸 때 문장이 관념에 머물지 않았던 배경이다.
특히 스페인 내전은 오웰에게 전쟁만큼이나 '진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목격하게 했다.
그는 용감하게 싸운 부대가 겁쟁이와 반역자로 비난받고, 총 한 발 쏘지 않은 부대가 승리의 영웅으로 칭송되는 모습을 봤다고 기록했다. 신문은 거짓을 받아쓰고 지식인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에 감정을 덧붙였다.
그 경험 끝에 오웰이 마주한 것은 역사가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각자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일어났어야 하는 일'을 토대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현실이었다.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그는 노동자의 삶을 가난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모욕당하고 기다려야 하고 모든 일을 상대방의 편의에 맞춰야 하는 삶, 수많은 힘에 눌려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의 대표작 '1984'와 '동물 농장' 역시 이런 현실 경험과 분리돼 있지 않다.
권력이 언어를 바꾸고, 언어가 사고의 범위를 좁히며, 끝내 사람들이 눈앞의 현실조차 의심하지 않게 되는 세계를 오웰은 소설로 밀어붙였다.
책을 읽다 보면 '디스토피아 소설가'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또 다른 오웰도 만난다.
작가와 기자, 서평과 문학, 영국인의 생활, 노동과 기계문명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넓었다. 자신이 한때 가졌던 생각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그것 역시 숨기지 않았다.
그 때문에 '조지 오웰의 문장들'에서 만나는 오웰은 모든 답을 알고 있던 예언자라기보다 자신이 목격한 현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의 생각까지 다시 들여다본 작가에 가깝다.
1903년 영국령 인도에서 태어난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이튼칼리지 졸업 후 버마 주재 인도제국 경찰로 근무했으며 이후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파리와 런던에서 밑바닥을 떠돌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카탈루냐 찬가' 등을 거쳐 1945년 '동물 농장', 1949년 '1984'를 발표했다. 이듬해인 1950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떠난 뒤 세상은 여러 번 바뀌었다. 신문에서 방송으로, 다시 인터넷과 SNS로 정보가 움직이는 속도와 방식도 달라졌다.
그러나 누가 언어를 지배하는가, 사실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사람은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가라는 오웰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