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여성 8명 '연쇄 살인' 사건... 대통령 "국가적 위기" 선포

손효숙 2026. 9. 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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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 인근에서 20~30대 여성들이 연이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에쿠룰레니시 일대에서 여성 8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국제앰네스티 남아공 지부는 이번 사건이 "남아공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끔찍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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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20~30대, 옷 벗겨진 참혹한 상태
고질적인 치안 부재와 공권력 비판 확산
지난해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의 유니언 빌딩에서 시위대가 젠더 기반 폭력 및 여성 살해 사태를 국가 재난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하며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개월간 요하네스버그 인근에서 최소 8명의 여성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프리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 인근에서 20~30대 여성들이 연이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아공 정부는 이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치안 안정을 위한 전면 대응에 착수했다. 남아공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강력 범죄와 여성 대상 폭력의 심각성을 또 한 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에쿠룰레니시 일대에서 여성 8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7월 15일 에쿠룰레니 켐프턴파크 R21 고속도로 인근 공터에서 한 여성이 옷이 벗겨지고 케이블타이에 묶여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 전날까지 모두 8명의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로, 대부분 옷이 일부 또는 전부 벗겨진 상태였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수법의 범행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을 단순한 강력 범죄가 아닌 "국가적 위기"로 공식 규정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치안 당국에 철저하고 신속한 대응을 강력히 지시하며 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남아공 경찰은 희생자가 대거 발견된 켐프턴파크와 주변 지역에 경찰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사실상 봉쇄에 나설 계획이다. 피로즈 카찰리아 경찰부 장관 직무대행은 전날 "해당 지역에서 '오퍼레이션 샤넬라'(소탕 작전)를 벌여 이 지역을 수주간 봉쇄할 것"이라며 "필요한 모든 법 집행 인력을 동원하고 지역 사회와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카찰리아 직무대행은 지난 주말 조깅을 하러 나갔다가 14일 숨진 채 발견된 여성과 관련해 "달리기하러 나간 누군가가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견디기 어렵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 높은 살인율, 강간과 가정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돌아봐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이에게 40만 랜드(약 3,000만 원)에 달하는 포상액도 내걸었다.

현지 언론은 범죄가 일상화된 남아공의 취약한 치안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남아공 인구 10만 명당 연간 살인 사건 피해자는 4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명의 9배에 달한다.

여성 단체들은 여성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앰네스티 남아공 지부는 이번 사건이 "남아공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끔찍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남아공 성평등위원회도 경찰, 지방정부 공무원, 교통 당국, 지역사회 치안 조직 등이 참여하는 합동 안전 점검을 요구하며 긴급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은 이날 긴급 안전 공지를 내고 현지 교민과 여행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은 에쿠룰레니의 클레이빌, 템비사, 올리판츠폰테인, 콰테마 등에서 중대 강력범죄가 이어지고 있다며, 야간 외출과 여성의 단독 도보 이동, 강가나 공터 등 외딴 장소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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