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도 훈장도 거절…교황, 마크롱의 '국빈급 환대' 사양

송진원 2026. 9. 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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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말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는 교황 레오 14세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각종 환대 행사를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가톨릭 매체 라 크루아에 따르면 오는 25∼28일 프랑스를 순방하는 레오 14세는 마크롱 대통령 측이 제안한 성대한 국빈 방문 일정을 정중히 거절했다.

매체는 이번 방문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과 교황의 기대 사이에 "격차"가 있다고 지적하며 "파리는 국빈 방문을 상상했지만 로마는 사도적 여정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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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25∼28일 프랑스 공식 방문…종교적 행사에 집중
일각서 프랑스 조력사망 법제화에 대한 교황 불만 신호 해석
마크롱, 28일 메츠서 열리는 교황 연설에 EU 정상들 초청
지난 4월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 만난 마크롱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이번 달 말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는 교황 레오 14세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각종 환대 행사를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의 방문을 국내 정치적 성과로 연결하려던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

프랑스 가톨릭 매체 라 크루아에 따르면 오는 25∼28일 프랑스를 순방하는 레오 14세는 마크롱 대통령 측이 제안한 성대한 국빈 방문 일정을 정중히 거절했다.

매체는 이번 방문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과 교황의 기대 사이에 "격차"가 있다고 지적하며 "파리는 국빈 방문을 상상했지만 로마는 사도적 여정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양측의 견해차는 교황의 2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방문 일정을 둘러싸고 가장 두드러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화재로 탔다가 5년 만인 2024년 12월 다시 문을 연 대성당 내부에서 교황과 몇 분간 동행하며 복원된 성당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바티칸은 그러나 교황이 조용히 저녁 미사만 집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 바티칸 소식통은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문 일정에나 어울리는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12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한 트럼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라 크루아는 교황이 자신의 대성당 방문이 2024년 대성당 재개관식 때와 같은 상황이 되는 걸 피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국 윌리엄 왕세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초청했다. 교황은 그러나 노트르담 대성당을 '국가적 기념물'이 아닌 '교회'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교황청은 엘리제궁이 마련한 다른 행사들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애초 레오 14세를 맞아 공화국 근위대를 동원한 성대한 환영식,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 수여, 대규모 국빈 만찬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제궁은 레오 14세가 25일 오전 11시 엘리제궁에서 약 1시간가량 마크롱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라 크루아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숙식도 교황청 대사관에서 소박하게 해결할 예정이다.

프랑스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교황의 이 같은 거절은 올여름 프랑스의 조력 사망 법제화에 대한 그의 불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외교적 모욕'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교황이 지난 6월 스페인을 방문했을 땐 펠리페 6세 국왕 부부로부터 최고의 군 예우를 받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6월 마드리드 왕궁 밖에서 열린 교황 환영식. 스페인 왕실 근위대가 사열해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대통령실은 교황청과 파리 간 갈등설을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간지 르푸앙에 "긴장된 분위기는 없다"며 "통상적인 국빈 방문 방식이 교황에게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초기 논의 때부터 분명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럼에도 교황의 이번 방문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활용하려 애쓰고 있다.

르 푸앙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8일 프랑스 동부 메츠에서 예정된 교황의 연설 자리에 유럽연합(EU) 정상들을 모두 초청했다. 초청장은 이번 주 초에 발송됐다.

메츠는 유럽 통합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로베르 슈망 전 외무장관의 정치적 연고지로, 교황은 이 곳에서 '평화와 통합을 위한 유럽의 뿌리'를 주제로 연설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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