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더 싼 우선주 매입해 소각 효과 극대화” “전체 배당 주식수 줄어 보통주 주주도 이득"
라이프자산운용이 지난 15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냈습니다. 보통 운용사의 주주서한은 배당이나 보통주 소각 확대 또는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문제 삼으며 회사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라이프운용의 주주서한은 조금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최대 110조원에 달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역대급 규모였음에도 정작 주가는 기대만큼 반응하지 않았죠. 라이프운용은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했던 게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합니다.
이에 라이프운용은 '우선주 매입 소각'을 제안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주주환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묘수라는 설명인데요. 왜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일까요. 그리고 우선주 소각이 보통주 주주에게도 도움이 될까요. 강대권 라이프운용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습니다
▶ 어제(15일) 주주서한을 보낸 뒤 시장의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 좋으면서도 부담스럽습니다. 아직 삼성전자 이사회가 수용 여부를 밝힌 게 아닌 상황에서 우선주 주가가 좀 빠르게 가는 것 같아 부담이 좀 있습니다.
▶ 지난 5월에도 회사 측에 주주서한을 보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라이프운용 홈페이지에는 관련 내용이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비공개로 협의를 해왔던 건가요.
- 저희는 삼성전자 주주로서 회사와 꾸준히 소통해 왔습니다. 지난 5월에도 그런 차원에서 주주서한을 보낸 것이고요. 지배구조와 관련된 내용을 비공개로 질의하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라이프운용은 투자한 기업에 건설적인 주주제안을 전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 방식을 추구합니다. 회사와 대립하기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안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개하는 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공개 주주제안으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이번 주주서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30조원은 올해 3분기 중 현금배당으로 지급하고요. 나머지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활용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았던 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은 재원의 활용 방안을 조속히 확정하자는 게 저희의 입장인데요. 현금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우선적으로 투입하자는 게 첫번째 제안이고요.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소각하자는 게 두번쨰 핵심입니다.
▶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이 낫다고 본 이유는 뭔가요.
-주주환원 방식은 크게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나뉩니다. 삼성전자가 110조원을 모두 배당한다면 시가총액의 6~7%에 달하는 상당한 금액이죠. 하지만 주가 하락 폭이 배당수익률을 웃돌면 그 효과가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주가가 30~40%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배당을 많이 받더라도 주주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당은 기본적으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그런데 반도체 시장과 AI 투자가 2028~2029년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적이 악화하면 지금은 많아진 배당이 몇 년 뒤 다시 줄어들 수도 있는 겁니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그 효과가 영속적입니다. 발행 주식이 100주인 회사가 10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는 90주로 줄어듭니다. 기존 주주가 한 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회사에 대한 몫이 100분의 1에서 90분의 1로 커지는 것이죠. 이후 실적이 다소 주춤하더라도 소각으로 높아진 주주의 지분가치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 수를 다시 늘리지 않는 한 이 효과는 계속됩니다.
그래서 워렌 버핏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 훨씬 더 우수한 주주환원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회사의 주가가 본질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을 때 매입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요. 현재 삼성전자 우선주 주가는 자사주 매입·소각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소각을 요구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특성상 보통주를 자유롭게 매입·소각하기 어렵습니다.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 규제가 적용되는데요.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율이 10%를 넘게 됩니다.
보통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규제 한도를 맞추기 위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시장에 매각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한쪽에서 보통주를 사들이는데 다른 한쪽에서 매물이 나오면 자사주 매입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반면 우선주는 지분율 규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즉 우선주를 매입 및 소각하면 그룹의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전체 주식 수를 줄일 수 있는 거죠. 또 현재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소각할 수 있어서 매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우선주를 소각하는 게 보통주 주주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보통주의 주당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주도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이익과 자산을 나눠 갖는 주식이기 때문에 주당가치를 산정할 때는 두 주식 수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일부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두 주식을 분리해 주당가치를 계산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잘못된 계산이라고 봅니다. 우선주를 소각하면 회사의 이익을 나눠 가질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주의 주당가치도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100만원을 배당하고 보통주와 우선주가 합쳐 100주라면 주당 1만원씩 돌아갑니다. 우선주 10주를 소각해 전체 주식 수가 90주로 줄면 같은 100만원을 배당하더라도 주당 배당금은 약 1만1000원으로 늘어납니다. 우선주를 매입하는 동안에는 수급 효과로 우선주 가격이 더 많이 오를 수 있지만 소각이 끝난 뒤에는 보통주 주주도 높아진 주당가치와 배당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 우선주 소각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내놓은 곳이 있나요.
- 저희의 제안이 기상천외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있어왔고요. 삼성전자도 약 10년 전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서 보통주와 우선주를 함께 소각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면서 보통주에 2000억원, 우선주에 100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선주를 활용해 주주환원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우선주 매입 적정 비율을 생각하는 게 있으신지요. 자사주 매입으로 우선주 가격이 급등하면 보통주보다 싼 주식을 사들인다는 이점도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정 금액이나 비율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매입 규모는 이사회가 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가총액이 약 150조원이기 때문에 남은 주주환원 재원을 모두 우선주 매입에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매입 규모가 커지면 수급 효과로 우선주 가격이 상승하고 보통주와의 가격 차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죠. 저희 제안은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동안 올해 말까지 최대한 매입해 즉시 소각하자는 것입니다.
▶ 오는 9월 말까지 주주서한에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회사가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이 다소 촉박한 것 아닌가요. 올해 말까지 우선주를 매입·소각하자는 제안도 현실적으로 빠듯해 보입니다.
-우선 촉박한 일정으로 제안드리게 돼 삼성전자 이사회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도 일정이 빠듯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사정이 있습니다. 우선주 매입·소각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올해 안에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받을 주주는 배당기준일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말까지 우선주를 사들이지 않고 내년 1월에 매입한다면 해당 우선주를 매도하는 주주들도 올해 말 기준으로 배당을 받게 됩니다. 반면 올해 말 배당기준일 전에 우선주를 자사주로 매입하면 매도 주식에는 배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만큼 아낀 배당재원을 남아 있는 주주들에게 더 돌려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올해 종료됩니다. 내년에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텐데 어떤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하십니까.
-주주환원 규모가 무조건 커진다고 해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2028년 이후에도 AI 투자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질지 불확실성이 큽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거나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면 주주환원을 줄이고 투자를 늘리는 게 맞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배당말고 투자하라는 주주서한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올해 이미 확정된 주주환원 재원은 일회성 배당보다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년 정책에는 단순히 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보다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주주가치를 함께 높일 수 있는 방향이 담기기를 기대합니다.
삼성전자가 이번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뢰가 쌓여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