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한국 기술로 다섯 개 섬, 하나 되다 [전라도의 숨은 명산 군산 고군산섬잇길]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대장 2026. 9. 17. 07: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여름 더위만큼이나 등산어플과 SNS를 뜨겁게 달군 것이 있다면 군산 '고군산섬잇길'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군산섬잇길은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다섯 개의 섬을 네 개의 해상 교량으로 연결, 하나의 섬으로 만든 야심찬 프로젝트다. 다리가 완공되기 수개월 전부터, 주말에는 고군산섬잇길로 향하는 여객선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고군산섬잇길 4개의 교량은 국내 기업이 만들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농도와 말도를 잇는 제1교. 유연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올여름 더위만큼이나 등산어플과 SNS를 뜨겁게 달군 것이 있다면 군산 '고군산섬잇길'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군산섬잇길은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다섯 개의 섬을 네 개의 해상 교량으로 연결, 하나의 섬으로 만든 야심찬 프로젝트다. 다리가 완공되기 수개월 전부터, 주말에는 고군산섬잇길로 향하는 여객선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가파른 해식애와 기암괴석들을 그동안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두 발로 걸으며 섬이 감추어둔 비경들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옛 군산의 섬 무리'라는 뜻이다. 경관이 수려한 이 지역은 선유도를 비롯해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가 있으며 '군산도群山島'로 불렸다. 조선 세종 때 선유도 망주봉 인근에 있던 수군 기지가 육지로 이전하면서 '군산群山'이라는 현재의 군산시로 가고, 섬 지역은 '옛 고古'자를 붙여 '고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방축도의 명물 독립문바위. 바위 구멍 사이로 해가 뜨는 장면이 유명하다.

고군산군도의 중심인 선유도는 2017년 선유대교가 개통되며 신시도·무녀도·장자도와 함께 육지가 되었고, 편리한 교통 여건 덕에 선유도 일대는 서해안 핵심 관광지로 부상했다. 반면에 선유도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말도·보농도·명도·광대도·방축도는 정주 여건이 열악한 특수상황지역이었다. 국가지질공원과 생태적·역사적 중요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섬들이 떨어져 있다 보니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군산시가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섬을 잇는다는 뜻의 '고군산섬잇길'을 통해 명소들을 한꺼번에 탐방할 수 있는 다리를 완공하면서 단숨에 해상 트레킹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만든 다리

우리나라의 해상 교량 건설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군산섬잇길 4개의 교량은 국내 기업이 만들었다. 2017년에 착공했으나 예측하지 못한 난관이 겹치며 수차례 지연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총공사비 340억 원을 투입해 지난 8월 준공식을 가졌다. 교량은 강진과 강풍, 거친 파도에도 50년 이상을 견디도록 만들었으며, 보행자의 시선이 다양한 각도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세심한 설계가 돋보이는 현수교, 사장교, 아치교 등 지형에 맞는 조형미도 살렸다. 다리의 길이는 제1교 308m, 제2교 410m, 제3교 477m, 제4교 83m이다.

방축도와 광대도를 잇는 제4교.

광대도와 명도를 연결하는 책바위 경사면은 최대의 난공사였다. 이 구간의 공사를 맡은 발해수중 김종필(66) 대표의 말에 따르면 "자연과의 싸움"이었다. 물때, 시간, 날씨 등을 맞추기가 까다로웠고, 특히 책바위 일대가 어려웠다고 한다. 수평으로 쌓여 있던 지층이 강력한 횡압력(양옆에서 밀어내는 힘)을 받아 거대한 물결 모양으로 구부러진 형태인 책바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깎아지른 절벽까지 사람의 힘으로 물건을 나르고 아찔한 암벽에서도 오로지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공사를 했다고 한다.

고군산섬잇길은 인도교다. 오직 보행자의 통행을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트레킹 거리는 방축도 선착장에서 말도 선착장까지 8.9km (4.5시간)을 안내하지만 실제 도보거리는 차이가 있다. 곳곳에 있는 명소를 두루 보려면 12km가 넘고, 여유 있게 6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트레킹 코스라고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경사면 데크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기에 기본적인 등산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특히, 다섯 개의 섬을 당일 완주하려면 동쪽인 방축도에서 서쪽 말도 방향으로 진행하기를 추천한다. 여객선의 첫 도착지가 방축도이고 마지막 탑승지가 말도이기에 30~40분 이상 시간차를 벌 수 있다. 또한, 오전에 출발하면 태양을 등지고 걷게 되는 순광이므로 좋은 사진을 얻게 된다.

명도 서쪽 정상에 있는 구렁이전설전망대는 서해 낙조 조망 명소다.

살아 있는 노천 지질박물관

고군산섬잇길에서 풍경만 보면 손해다. 눈여겨볼 것은 지질이다. 2023년에 군산 내륙지역과 고군산군도 일대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특히, 말도·명도·광대도·방축도는 지각과 대륙이 비교적 안정기인 약 16억~5억 4,100만 년 전 지질시대에 만들어졌다. 한반도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암석이 아니다. 말도 습곡구조, 명도 얼룩말바위, 광대도 책바위, 방축도 독립문바위가 대표적인 이 시기의 지질 명소로, 지질학적 가치와 희소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군산시 생태환경계에서는 매주 주말에 지질공원해설사를 말도와 방축도에 각 2명씩 파견, 지질에 대한 해설을 돕고 있다. (지질 해설문의 : 063-454-4252 김원정 주무관)

광대도에서 제3교로 내려가는 급경사 데크, 최대의 난공사구간였다.

첫 기착지인 방축도는 큰 섬이다. 서해의 바람과 파도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해서 방축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착장 오른쪽에 거북바위와 인어공주상이 있고, 섬 전체를 아우르는 7km의 등산로가 있다. 선착장에서 어민체험휴양마을까지 1km, 그 옆에 '뒤쪽의 자갈이 있는 바닷가'라는 뜻의 뒷장불해변이 있다. 이 근처 바다에서 질 좋은 수석이 많이 난다고 한다. 0.8km 거리에 있는 독립문바위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규모와 모양에 놀란다. 썰물 땐 바위 아래까지 물이 빠지고, 밀물 때는 커다란 구멍 사이로 배 한 척 지날 정도로 잠긴다. 오래전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 애국가 상영할 때 배경 화면으로 나왔던 바위다.

제4교(방축도~광대도)는 네 개의 다리 중 길이가 가장 짧지만, 독립문바위 전경과 파도에 의해 침식된 거대한 파식대지, 그리고 장자도와 관리도까지 두루 조망해서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다. 광대도는 사방이 절벽인 무인도이며 울창한 동백숲으로 인해 시야는 막혀 있다. 안전을 위해 데크계단을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명도민박의 어부밥상(일명 '이모카세'). 싱싱한 자연산 회 맛집이다.

제3교(광대도~명도)를 가려면 사다리 수준에 가까운 급경사를 내려간다. 네 개의 다리 중 가장 길게 된 사연은 작은 해금강 같은 간출암(밀물 때는 바다에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나는 바위)을 손상하지 않기 위함이다. 직선으로 하지 않고 우회해서 37개의 기둥을 세웠기에 비용이 늘었지만, 자연을 보존하는 동시에 탐방객에게 진풍경을 선사한다.

다리 난간에 상수도 관로가 보인다. 현재는 선유도에서 방축도까지만 해저 관로를 통해 수돗물이 공급된다. 머지않아 명도와 말도까지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제3교 중간쯤에서 뒤돌아보면 광대도 서쪽 절벽 전체를 꽉 채우고 있는 웅장한 습곡구조가 바로 책바위다.

광대도 책바위. 해벽 전체가 횡압력으로 뒤틀린 웅장한 습곡구조다.

명도에 있는 오진여전망대는 비박 명소다.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백패커가 귀띔해 준다. 구렁이전설 전망대는 해발 92m 높이에 세워져 있지만, 다섯 개 섬에서 실질적인 정상과 다름없는 파노라마 조망대다. 고군산군도의 탁 트인 바다와 북쪽으로 십이동파도와 어청도, 부안 위도, 서쪽으로는 오직 수평선만 보인다. 낙조 명소답게 황금빛 바다와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노을의 감동은 오래도록 발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건립된 지 110년이 넘는 말도등대는 전북 최초의 등대다.

제2교(명도~보농도)는 탐방객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최고의 힐링 포인트다. 초원지대 같은 데크길 너머로 점점이 떠 있는 섬과 포말처럼 부서지는 파도, 투명한 바다, 무심한 갈매기들의 비행은 감탄사 연발하게 하는 무공해 풍경이다.

말도등대에서 말도선착장으로 가는 해변길은 노천 지질박물관이다.

무인도인 보농도를 넘어서면, 디자인이 가장 예쁘다는 평을 받는 제1교(보농도~말도)가 기다리고 있다. 우아한 아치와 유연한 상판은 은빛 갈치가 바다 위를 유영하는 듯한 모습이다. 말도는 인근 섬들의 큰집이다. 방축도를 비롯해 소횡경도, 횡경도, 십이동파도의 주소지가 말도리에 속한다. 서해 최서단에 위치해서 해상 감시와 서해안 방어를 위한 군사 요충지이기도 하다. 통신탑과 군사시설이 있는 곳에서 왼쪽은 선착장이고, 오른쪽으로 1km 거리에 말도등대가 있다.

광대도와 명도를 잇는 제3교. 바다에 잠긴 바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S자로 굽었다.

1909년 세워진 말도등대는 2007년 현재의 모습으로 신축됐다. 8층 건물 높이로, 등대의 불빛은 26해리, 약 48km 떨어진 거리에서도 보인다. 등대 아래쪽에 있는 도끼섬의 천년송과 단도(딴섬) 방파제 주변은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말도 트레킹의 방점은 선착장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이다. 엿가락처럼 둥글게 휜 다양한 지층들의 모습이 경이롭고, 특히 말도선착장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501호로 지정된 국내에서 가장 큰 습곡 노두를 볼 수 있다.

말도선착장 천연기념물 제501호 습곡구조. 거대한 대왕조개와 흡사한 모양이다.

고군산섬잇길은 노천 지질박물관이다. 지키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다섯 개의 섬에 네 개의 다리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땀과 노고가 있었다. 척박한 땅에 수국을 심던 섬 주민들의 간절함, 환경단체, 엔지니어, 지질공원 해설사, 행정기관 등 이제는 그들이 잉태한 유산을 지키는 사명감을 다져야 한다.

산행길잡이

방축도선착장-뒷장불해변-독립문바위-제4교-광대도-책바위-제3교-명도-오진여전망대-팔각모정-구렁이전망대-제2교-보농도-제1교-말도-말도등대- 천년송-딴섬-해안도로-말도선착장(습곡구조) 12km, 6시간

이제 막 개통했다. 탐방객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불편하겠지만 곧 안정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섬에는 마트가 없고 식수가 귀하다. 식수와 간식 등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방축도와 명도, 말도선착장에만 간이화장실이 있기에 미리 용무를 보는 것이 좋다. 초급자들은 당일 종주가 버겁다. 방축도에서 명도, 또는 명도에서 말도까지 나누어 탐방하는 것도 좋다.

배편

군산여객선터미널에서도 출발하지만, 선유도 장자도 선착장에서 많이 이용한다. 방축도까지 약 25분, 방축도에서 명도까지 약 10분, 명도에서 말도까지 약 10분 소요된다. 장자도 선착장에서 주말 4회(08:40, 11:00, 13:40, 15:10) 출항하고, 말도에서 4회(09:20, 11:40, 14:20, 15:50) 배가 나온다. 짙은 안개, 바람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일기예보 확인은 필수다. 장자도 매표소 (063)464-4614, 대원종합선기 1644-8774.

맛집

방축도: 뒷장불해변 근처 마을에서 공동운영하는 '어촌체험휴양마을(010-9533-0071)'에 식당과 펜션이 있다. 어부밥상(회) 1인 4만5,000원, 생선탕 1만8,000원, 제육볶음 1만5,000원, 아이스아메리카노 4,000원.

명도: 명도민박(010-3528-2758)은 식사와 숙박이 가능하다. 투숙객에 한하여 제공하는 일명 '이모카세'로 불리는 어부밥상이 유명하다. 제철에 잡히는 자연산 민어, 참돔, 꽃게 등 여러 명이 먹어도 남을 정도로 푸짐하다. 어부밥상 1인 4만5,000원, 숙박 4인 기본 10만 원부터.

말도: 말도민박(010-3674-3983): 매운탕 백반 1인 1만5,000원

아리울 민박카페(010-5260-9946): 민박 4인 기준 평일 10만 원, 주말 13만 원, 취사도구가 갖춰져 있어 식사는 본인 직접 해결해야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5,500원.

* 모든 식당은 사전 예약 필수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