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영어 지적한 BBC, 틀렸다···조지은 옥스퍼드 교수 “mukbang과 unnie도 맞는 영어”
BBC 윤여정 영어 지적엔 ‘역풍’
“영어, 다양한 언어와 포용·공존”
‘엉터리’ 낙인이 학습, 소통 저해
“누구의 영어도 우월, 열등 안 해”
학계에선 원어민 개념 사라져
한류 팬덤 늘 ‘새로운 영어’ 창조
SNS 교류로 영어가 ‘탈식민화’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 사용되는 이상한 영어가 있다. “Down team is down”, 줄여서 ‘DTD’라고 적힌다. 한때 상위권에 있더라도 기본 전력이 약하면 결국 하위권으로 처진다는 뜻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를 ‘번역’한 문장이다.
배우 윤여정은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뒤 여러 차례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영국 BBC는 윤여정 영어의 어색함을 지적했다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윤여정의 말을 ‘개성 있는 영어’로 받아들인 것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방대함과 정확성에 있어 영어 어휘에 막대한 권위를 갖고 있다. 이 사전의 한국어 자문위원인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mukbang’(먹방), ‘unnie’(언니) 등 한국어 유래 단어는 물론 ‘skinship’(스킨십) 같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사용되는 ‘엉터리 영어’도 사전에 추가했다. 최근 <영어는 누구의 언어인가>(아르테) 한국어 번역판을 출간한 그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미래 교육의 화두는 평등, 다양성, 포용”이라며 “영어 역시 다양한 언어와 포용하고 공존하는 데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조지은은 “틀린 영어는 없다”고 주장한다. 사소한 문법 실수로 감점당한 학생, ‘콩글리시’에 주눅 드는 성인에겐 놀라운 주장이다. 그는 “‘엉터리 영어’라는 표현은 부끄러움과 낙인의 원천이며 전 세계적으로 언어학습과 지적인 의사소통의 확산을 저해한다”면서 “어느 누구의 영어도 타인의 영어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고 적었다.
“현재 학계에서는 모노링귀얼리즘(단일언어주의)이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라는 개념 역시 사라졌습니다. 언어는 ‘순화’하기보다 ‘포용’해야 합니다.”
그는 “특히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말 만드는 데 기막힌 재주가 있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로운 단어의 기발함에 놀란다고 했다. 최근 발견한 흥미로운 단어는 ‘물복’과 ‘딱복’이다. ‘새로운 영어’가 가장 활발하게 창조되는 곳은 전 지구적인 한류 팬덤이다. ‘daebak’(대박) 같은 한국어 유래 단어가 세계인에게 익숙해졌고, ‘bias’는 본뜻인 ‘편견’을 넘어 아이돌 그룹에서 가장 선호하는 멤버를 뜻하는 ‘최애’라는 의미도 갖게 됐다. 소셜미디어상의 텍스트를 통한 세계인의 활발한 교류는 영어가 ‘탈식민화’되는 중요한 토양이 됐다.
지난 10여년 사이 영어권 사용자의 반응도 훨씬 포용적으로 됐다고 한다. 과거엔 영어로 번역된 한국어 등 외국어 소설에는 이탤릭으로 표기되는 외래어가 10~15개 정도였다. 그 이상 사용되면 독자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요즘엔 30개까지 늘어났다. 과거엔 ‘김치’로만 번역됐으나 이제 ‘동치미’ ‘파김치’ 등이 그대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조지은은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달해도 단어의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은 재활용의 달인일 뿐, 단 하나의 단어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다”며 “논리적·과학적이지 않고 우연히 만들어져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단어가 인간다움의 증거”라고 말했다.
언어를 각자 개성 있게 사용하는 것은 좋다. 다만 이런 식이면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조지은은 “언어는 스타일과 같다”고 설명했다.
“저는 옥스퍼드 교수 회의에선 옥스퍼드식 영어를 쓰지만, 미국에 가면 또 미국식으로 말하게 되더라고요. 장례식, 결혼식에 입는 옷이 다른 것처럼, 다양한 상황에 맞는 스타일로 말하는 것이 언어능력입니다.”
다만 그는 쇼트폼 등 이미지, 영상 기반의 소통이 늘어나는 현상은 우려했다. 그는 “너무 어린 시절부터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에 노출되면 문자의 기쁨을 알기 어렵다”며 “비주얼 언어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없고, 결국 ‘예스’ ‘노’만 남는 기계적 소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지 등 시각 언어는 주어와 동사만 남기에 소통 시간을 절약할 것 같지만, 오히려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학교의 영어 교육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는 “영어 교육에는 읽기와 쓰기가 중요하다. 문법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영어 교육도 디테일한 문법을 점검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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