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백합’은 다 어디로 갔나···전북 갯벌서 99.9% ‘멸종’

김창효 기자 2026. 9.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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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558톤→1톤으로 50년 새 씨 말라
생산 기반 붕괴에 어민들 자체 종패 투입
전북도, 백합 자원회복 종합계획 용역 착수
환경단체 “갯벌, 생태계 복원 대책 병행해야”
국내 백합 생산을 주도했던 전북 부안군 대항리 갯벌 전경. 1970년대 연평균 2500t을 웃돌던 전북 백합 생산량은 새만금 간척 등 환경 변화로 최근 99% 이상 급감하며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김창효 선임기자

“하루 종일 갯벌을 뒤져도 백합 한 알 보기 힘들어요. 1970년대에는 발에 차이는 게 백합이었는데.”

16일 전북 부안군 대항리 갯벌.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병곤 대항리 어촌계 감사(71)는 한때 백합으로 가득했던 갯벌을 떠올렸다. 널려있던 백합은 이제 직접 캐봐야 얼마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대항리 어촌계는 추석 무렵 백합 채취에 나설 예정이다.

김씨 기억 속 대항리 갯벌은 지금과 달랐다. 그에 따르면 2년 전까지만 해도 어촌계원 7~8명이 갯벌에 나가 하루 300㎏가량 백합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채취 때는 백합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게 많던 게 싹 없어졌더라고요. 올해는 다시 얼마나 생겼는지 캐봐야 알죠.”

백합이 줄면서 어촌계는 자체적으로 종패(양식을 위해 갯벌이나 어장에 씨앗처럼 뿌리는 어린 백합)를 구해 갯벌에 넣고 있다. 김씨는 정부·지자체에서 받은 종패가 없어 지난해에만 약 3000만원을 들여 종패를 살포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추석 무렵 직접 채취해 백합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전북 연안을 대표하던 백합의 쇠락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1970년 4362t이었던 전북 백합 생산량은 1971년 6064t으로 급증했다. 1970년대 생산량은 연평균 2558t에 달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943t으로 크게 줄더니 2010년대에는 77t으로 더 떨어졌다. 2018년 생산량은 0t으로 집계됐다.

생산량은 2020년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2020년과 2022~2023년 생산량은 0t이었다. 2021년과 2024년에는 각각 3t에 그쳤다. 지난해 생산량도 1t에 불과했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99.96% 감소한 수준이다.

생산 기반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현재 전북에서 백합이 남아 있는 곳도 군산 서부어촌계와 고창 구시포어촌계, 부안 대항어촌계 등 일부 갯벌로 좁아졌다. 이들 지역에서도 모래 함량이 높은 갯벌을 중심으로 소량 생산되고 있다.

전북도는 백합 자원을 되살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전북도는 지난달 27일 군산대에서 ‘백합조개 자원회복 종합계획 수립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군산대 산학협력단이 맡은 이번 용역은 전북 연안 7개 정점에서 백합 자원량과 서식환경을 조사하고 치패(알에서 부화한 뒤 껍데기가 생겨 조개 형태를 갖춘 아주 어린 백합) 조성 방법의 효과를 분석해 종합적인 자원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북 연안에 백합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후 자연채묘와 인공종자 살포 등 치패 조성 방법의 효과를 검증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원조성과 어장관리를 연계한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백합을 되살리려면 종패를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합이 줄어든 원인과 현재 남아있는 갯벌의 환경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백합 서식지가 급감한 근본 원인은 새만금 간척사업 등 대규모 개발 논리에 밀려 해수 유통이 막히고 갯벌 생태계가 단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순한 서식환경 조사나 치패 방류에 머물 것이 아니라 수라갯벌 등 남은 갯벌을 제대로 보전하고 해수 유통을 확대해 바다의 자생력을 되살리는 생태계 복원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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