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노래방 된 의열투쟁터에 기념관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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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빼앗겨도 굴복하지 않고 자주독립 의지를 보여준 분입니다."
14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 한 4층 건물 앞에 마련된 간이 연단.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길과 바닥, 계단 등에 이곳이 박 의사 의거 장소임을 알리는 표시와 구조물을 설치하면 좋을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부산경찰서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과거 역사를 기리는 공간을 꾸미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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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부산경찰서에 폭탄 투척, 순국 기리려 기념회-후손들 헌화
관련 시설물은 높이 1m 안내판 뿐
“건물 복원-흉상 조성 등 검토를”

14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 한 4층 건물 앞에 마련된 간이 연단. 부산 독립운동사 전문가인 이상국 부산 동구문화원 전문위원은 독립운동가 박재혁 의사(義士)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어 “박 의사의 나라 사랑 정신을 미래세대에 전달하고 독립운동 의거 현장을 찾아 보존하겠다”는 다짐이 담긴 선언문을 큰 목소리로 낭독했다.
사단법인 박재혁의사기념사업회와 사단법인 삼일동지회가 공동으로 연 ‘박재혁 의사 부산경찰서 의거 제106주년 기념식’에는 두 단체 회원과 박 의사의 후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사와 선언문 낭독에 이어 헌화, 기념사진 촬영 등이 40여 분 동안 이어졌다. 매년 5월 11일 박 의사의 순국일에 맞춰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박 의사 동상 앞에서 기념식이 열렸는데, 폭탄 투척 의거일에 해당 현장을 찾아 기념식을 진행한 건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행사장 일대가 박 의사의 의거를 기리는 장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은 100여 년 전 일제가 부산의 독립운동가를 검거하고 고문했던 옛 부산경찰서가 있었고, 바로 옆에는 조선총독부 부산부청사가 자리 잡았다.
박 의사는 1920년 9월 14일 장발에 밀짚모자를 쓰고 부산경찰서에 들어가 폭탄을 투척해 일본인 서장을 다치게 했다. 박 의사가 속했던 의열단은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식민 통치 기관을 폭파하고 일제 고관을 처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의열단은 폭탄을 국내로 들여와 공격하려는 계획을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일제에 발각됐다. 박 의사의 부산경찰서 의거 이후 의열단의 국내 의열투쟁이 본격화했다는 역사적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곳이 박 의사가 의거를 한 현장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만한 단서는 적었다. 박 의사와 관련된 시설물은 의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약 1m 높이의 안내판이 전부였다. 옛 부산경찰서 자리에는 현재 4층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1층에는 식당이, 나머지 층에선 노래연습장이 영업 중이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길과 바닥, 계단 등에 이곳이 박 의사 의거 장소임을 알리는 표시와 구조물을 설치하면 좋을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부산경찰서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과거 역사를 기리는 공간을 꾸미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전체 복원이 어렵다면 외관에 대형 상징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민과 관광객이 오가며 박 의사의 업적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동상이나 흉상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도심과 떨어진 어린이대공원 성지곡수원지 인근에 있는 박 의사 동상을 출생지와 생전 활동 무대였던 동구 일대로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실행되지 않았다. 기념사업회는 기존 동상은 그대로 두고 별도 장소에 동상을 새로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 의사의 후손인 김경은 씨는 “유동 인구가 많은 부산역이나 범내골역 등 부산도시철도 역사 인근에 흉상이 설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연철 박재혁의사기념사업회장은 “14일 전재수 부산시장을 만나 2030년 박 의사 의거 110주년에 맞춰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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