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손으로 만드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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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오랫동안 '보는 것'이었다. 전시관의 유리 너머에서 신기한 장치를 바라보고, 교과서에 적힌 법칙을 눈으로 읽으며, 정답을 이해하는 일이 과학을 배우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었다. 미래는 드라이버 끝에서 시작되었으며, 인류의 과학기술은 머릿속에서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손끝에서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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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오랫동안 ‘보는 것’이었다. 전시관의 유리 너머에서 신기한 장치를 바라보고, 교과서에 적힌 법칙을 눈으로 읽으며, 정답을 이해하는 일이 과학을 배우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었다.그러나 과학의 역사를 조금만 되짚어 보면, 과학은 애초부터 그렇게 얌전한 활동이 아니었다. 미래는 드라이버 끝에서 시작되었으며, 인류의 과학기술은 머릿속에서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손끝에서 진화해 왔다.

이 지점에서 과학관의 새로운 역할도 보인다. 과학관은 단순히 과학의 성취를 전시하는 장소를 넘어, 과학의 원리를 시민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만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만들어 보시오’라는 권유로 바뀐다면 어떨까? 잘 만든 결과물뿐 아니라 실패한 시제품과 엉성한 첫 번째 작품이 놓일 자리가 과학관에 있을 때 과학문화의 문턱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서울시립과학관이 이번 주말 여는 ‘메이커 페어 서울’도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이다. 오늘 다른 사람의 작품 앞에서 감탄하던 사람이 내일은 자신의 작업대를 꾸릴 수 있다. 관객과 창작자의 경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구경하러 왔다가 무언가 만들고 싶어지는 작은 순환이야말로 과학문화가 행사에서 일상으로 옮겨가는 메커니즘이다. 올해 행사는 100개 메이커 팀이 참여해 시민이 다양한 창작물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이커 문화가 지속되려면 축제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실패의 과정까지 함께 나누며, 서로의 작업에서 다음 작업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이다. 창작자의 제작 과정과 실패와 수정의 기록을 꾸준히 축적하고 나누는 일은 그래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앞으로 과학문화의 성과를 묻는 말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보았는가 대신 얼마나 많은 손이 직접 움직여 보았는가, 얼마나 많은 질문이 실험으로 옮겨졌는가가 더 중요한 척도여야 한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창작자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공유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첫 시도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향한 변화는 언제나 거대한 연구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호기심 때문에 나사 하나를 돌려보는 찰나에도 시작될 수 있다. 한 줌의 호기심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손에 처음으로 드라이버를 쥐여 주는 곳이 우리가 사랑하는 과학관이기를 소망한다.
궤도 과학 커뮤니케이터 DGIST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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