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군 생명줄에 ‘짝퉁’ 심었다…기술 빼돌린 방산업체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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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산업체가 기존 공급업체의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자사 장비에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가 된 제품은 승조원이 바다에 빠졌을 때 위치를 파악해 구조를 돕는 장치로, 해군 등 에 실제 납품된 것으로 조사됐다.
L사 측은 "장비에 적용된 통신암호화 기술 유출 시 해군 함정의 위치 노출 우려 등 국가안보와도 연관된다"며 "방산업체 지정 취조, 불법 장비 철거 등에 대한 후속 취소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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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 출신 직원이 기술유출, 대표는 공조…방사청 등에 납품 의혹까지
檢, 세 차례 보완수사 요구…송치 10개월 만 기소로 수사 장기화 논란
피해업체 “지금 이 순간도 장병 안전 위협…함정 위치정보 유출 우려”
(시사저널=강윤서·김현지 기자)

국내 방산업체가 기존 공급업체의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자사 장비에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가 된 제품은 승조원이 바다에 빠졌을 때 위치를 파악해 구조를 돕는 장치로, 해군 등 에 실제 납품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성 검증 없이 무단 복제된 장비를 활용하는 장병들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사 출신 직원, W사 입사 후 2년간 무단 복제 관여
16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지난달 25일 경기도 김포 소재 방산업체 W사에서 근무했던 강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 W사 이아무개 대표와 W사 법인 등을 각각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강씨 등은 L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던 조난자무선식별장치(RFID) 생산 기술을 무단 복제해 군·경, 방위사업청 등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RFID는 승조원이 항해나 임무 수행 중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난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장비다. 작동 원리는 승조원의 정보를 초소형 IC칩에 내장시켜 이를 무선주파수로 추적하고, 승조원은 수신기로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해군과 해경은 이 장치를 함정에서 운용하며 대원의 해상 추락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W사는 유무선 통신장비를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로 2013년부터 L사로부터 사들인 RFID를 해군과 해경 등에 납품해왔다. W사는 2018년쯤 이 장비를 자체 개발하려고 시도했다가, 기술적 문제로 인해 불발됐다. 그러나 상황은 L사 출신 강씨가 2020년 1월 W사에 입사하면서 달라졌다. 강씨가 L사에 저작권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2010년부터 L사 RFID 생산팀장으로 근무했고, 2015년 L사의 협력업체인 A사로 옮겨 같은 업무를 하다가 2019년 퇴사했다. 강씨는 L·A사 근무 당시 L사의 저작권이 담긴 관제용 컴퓨터프로그램을 비롯해 RFID 프로그램 소스코드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강씨는 2020년 W사 입사 이후 약 2년간 해당 정보를 W사가 복제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W사 상무인 김씨는 강씨가 건넨 L사의 기술자료로 프로그램을 복제해 RFID를 제작·생산하는 과정을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군·경과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의 발주, 납품, 대금 수금 업무도 맡았다. W사 대표이사인 이씨는 이러한 생산 경위를 보고받고도 용인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같은 방법으로 W사가 2020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RFID 복제품을 제작, 생산, 배포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임직원 3명뿐 아니라 W사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는 점에서 회사 차원의 책임 소재를 묻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지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해 10월1일 이 사건을 처음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세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경찰은 올해 4월16일에야 사건을 최종 송치했다. 이로부터 약 4개월 만에 검찰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짝퉁 품질 차이 커…'K-방산' 신뢰도 추락"
군 장비의 불법 복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피해 업체인 L사 측은 "이 사건은 수십억원대 '불법 짝퉁 저성능' 장비를 국가에 공급한 '군납비리'로 저작권법에 따라 철거 등 조치를 해야 한다"며 W사가 참여하고 있는 방산, 군납장비 가운데 유사사례가 있는지 등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짝퉁' 장비로 안보가 뚫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L사 측은 "장비에 적용된 통신암호화 기술 유출 시 해군 함정의 위치 노출 우려 등 국가안보와도 연관된다"며 "방산업체 지정 취조, 불법 장비 철거 등에 대한 후속 취소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W사가 만든 짝퉁 복제품은 품질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본 장비는 SOS 발신기와 수신기와 관제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시스템 장비인데, 원 개발자가 아닌 이상 업그레이드와 튜닝기술이 부족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제 장병들의 생명안전과도 연결된 문제다. L사 측에 따르면 W사가 지난 2020~2022년 사이 납품한 불법 RFID 복제품의 규모는 30억~40억원 수준이다. 이는 승조원 등 1만여 명이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물량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복제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현재 운용 중인 장비를 철수하고 안전성과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도 국내 방산업체가 85여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직원을 통해 타 업체 기술을 빼돌려 불법 복제했다는 논란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방위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세계 4강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W사 같은 업체가 참여하는 방산장비에 품질이 떨어진다면 'K-방산'의 신뢰도는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며 "'K-방산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이런 불법 사례는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W사 대표인 이씨는 1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L사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W사 측은 불법 복제품 의혹과 관련해 "(강씨와 김씨는) 현재 퇴사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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