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규제 묶여 자본 조달 발목…인력 재배치 땐 노동 쟁의도 암초 [시그널]

이덕연 기자 2026. 9.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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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호남 반도체 생산시설(팹) 대상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숨어 있는 지주회사 규제가 프로젝트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법규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400조 원의 투자금을 단독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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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팹’ 제도정비 삐끗 땐 失期
SK하이닉스, 400조 투자한다지만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의무에
F1 등 외부 자본 유치할 통로 막혀
“특례 신설 방안 등 적극 검토해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정된 광주 군공항 일대 전경.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정부가 호남 반도체 생산시설(팹) 대상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숨어 있는 지주회사 규제가 프로젝트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법규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400조 원의 투자금을 단독으로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길을 열어야 천문학적 투자가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 산하 손자회사는 국내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호남 반도체 팹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할 경우 외부 자본을 유치할 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국 법인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 손자회사의 합작법인(JV) 설립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동종 산업 내 기업이 아니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기 어려워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수백조 원 규모의 자금력을 갖춘 FI를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 단위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과 손을 잡아왔다. SK㈜ 자회사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 법인 SK호라이즌을 설립한 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털 컨소시엄과 손잡았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SK㈜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통합 법인을 설립하면서 KKR과 지분을 나눴다.

반면 400조 원 상당의 투자를 앞둔 SK하이닉스는 외부 자본 조달 길이 막혀 있다. AI발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주회사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여당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비수도권 소재 첨단산업 공동 출자법인에 한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으나 국회에서 관련 논의는 더딘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천문학적 투자가 실질적 결실을 보려면 제도적 지원이 철저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 팹과 초대형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거점이 적기에 가동될 수 있도록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율주행 로봇·휴머노이드의 현장 투입을 가로막는 안전 규제나 데이터 수집·활용 법제, 노사 갈등 등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투자 집행 역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노동쟁의 변수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사업장 신설 등 경영상 결정은 의무적 교섭·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지침안을 내면서도 공장 신설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가 구체화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규모 투자와 인력 재배치를 현실적으로 분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노동쟁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력·용수·부지 문제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손자회사의 자본 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공정거래법도 풀어야 할 숙제”라며 “국가 경제 미래가 걸린 투자에 한해서는 특례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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