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AI 모델이 세계 31위…정부, 美주도 ‘속도조절론’ 거부

임재혁 기자 2026. 9. 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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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오픈AI 등 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첨단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추자며 'AI 감속론'을 제안하고 나선 가운데,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한국의 AI 시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미국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감속론은 중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추격국들 입장에선 사실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자체 모델 성능을 계속 강화해 독립적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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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5개 모델중 美 14개, 中 9개
국산 ‘모티프3’, 1위 성능의 63% 그쳐
美 감속론에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
배경훈 “한국 AI시계 늦추지 않겠다”
게티이미지뱅크
앤스로픽, 오픈AI 등 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첨단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추자며 ‘AI 감속론’을 제안하고 나선 가운데,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한국의 AI 시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럴 여유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이 AI ‘세계 3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세계 상위 25개 AI 모델 중 한국산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국산 최고 모델의 성능 점수가 미국 1위 모델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듯 AI 분야의 기술격차가 아직 크다보니 미국 외부에선 ‘AI 감속론’을 두고 후발 주자의 성장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다.

● 글로벌 상위 25개 모델 중 한국산 ‘0’

16일 대표적인 AI 모델 성능 평가 지표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지수(AAII)’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상위 25개 모델 가운데 한국에서 개발한 모델은 하나도 없었다. 1위는 앤스로픽 ‘클로드 페이블 5.1’(53.4점), 2위는 오픈AI ‘GPT-6 아스트라’(52.8점)였고 상위 10개를 미국(7개)과 중국(3개)이 나눠 가졌다. 전체 25개 모델 중 미국이 14개, 중국이 9개, 싱가포르가 2개였다.

한국에서 제일 성능이 좋다고 평가되는 모델들도 줄줄이 30위권 바깥으로 빠졌다. 현재 종료된 서비스를 제외하고, 모델별 최고점을 기준으로 순위 집계를 한 결과 국산 모델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모티프 3’는 31위(33.6점)로 1위인 클로드 페이블 5.1 점수의 63%에 그쳤다. 업스테이지 ‘솔라 프로 4’는 54위(28.2점),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은 70위였다.

이 같은 격차는 일부 지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올 4월 13일 펴낸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지난해 나온 주목할 만한 AI 모델 중 미국 모델이 50개, 중국이 30개였다. 한국은 5개로 3위였다. 순위는 높지만 양국에 비하면 격차가 큰 상황이다.

이 같은 AI 모델 격차를 만든 건 결국 자본 차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AI 투자는 미국이 2859억 달러로 중국(124억 달러)의 23배였다. 글로벌 AI 벤처캐피털(VC) 업체 ‘에어스트리트캐피털’의 네이선 베나이치 파트너는 “한국 AI 모델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최상위 모델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하다”며 그 이유로 투입 자본의 한계를 꼽았다.

● 더 커지는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

미국 외부에서는 AI 감속론을 주장하는 미국의 선두권 AI 기업들에 대한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선두를 차지한 뒤 ‘속도조절’을 내세워 전 세계 AI 모델 성능 향상을 막는다면 사실상 미국의 ‘AI 선두 굳히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독일에서는 정부 부처인 디지털부가 “AI 개발을 멈추는 것은 유럽에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기술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딥시크 ‘V4.1’ 개발을 이끈 류성위 엔지니어는 14일 개발자 플랫폼인 ‘깃허브’에 올린 글에서 앤스로픽의 최첨단 AI 모델 개발을 두고 “먼저 원자폭탄 기술을 손에 넣는 것에 못지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감속론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AI 속도조절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히며 “이미 앞서 있는 나라가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나라가 스스로 속도를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AI 감속론을 둘러싼 논쟁과 무관하게 한국산 AI 성능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미국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감속론은 중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추격국들 입장에선 사실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자체 모델 성능을 계속 강화해 독립적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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