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해미읍성축제, QR 호패 들고 1421년으로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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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되기 전 스무 살의 충녕대군이 아버지 태종을 따라 해미를 찾았던 기록이 610년 뒤 축제의 출발점이 됐다. 제23회 서산해미읍성축제가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 일원에서 'HAEMI UNIVERSE 1421, 시간의 문이 열리다'를 주제로 열린다.
허권 서산문화재단 이사는 각자성석을 활용하면 해미읍성축제를 서산 한 지역의 행사에 머물지 않고 충청권 역사도시가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축제는 해미읍성의 정체성을 완전히 다시 조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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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와 서산문화재단은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과 기획 방향을 공개했다.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610여 년 전 역사의 숨결 속으로 제23회 서산해미읍성축제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해미읍성이 이곳에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전면에 내세웠다. 병영 체험에 무게를 뒀던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태종의 강무와 스무 살 충녕대군, 1421년 해미읍성 완공을 하나의 역사 이야기로 묶었다. 관람객이 설명판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성 안을 직접 걷고 미션을 수행하며 당시의 시간을 체험하도록 설계했다.

이 역사 이야기는 축제장 곳곳에서 체험으로 바뀐다. 관람객은 진남문에서 QR코드를 찍고 스마트폰으로 ‘호패’를 발급받는다. 그 순간부터 2026년의 방문객이 아니라 1421년 해미읍성에 들어온 백성이라는 설정이다. 성을 지키는 임무와 문과·무과 체험, 실제 성벽의 각자성석 찾기 등을 수행할 수 있다.

10월 9일 오후 7시 개막식에서는 해미읍성 성벽에 남아 있는 ‘각자성석’을 조명한다. 축성 당시 충청도 여러 고을이 공사에 참여했고 성벽에는 해당 고을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 가운데 오늘날까지 지명이 남아 있는 23개 지역을 상징하는 대형 등롱을 밝힌다. 600년 전 돌을 나눠 성을 쌓았던 충청의 고을을 오늘의 도시와 다시 연결하는 행사다.
허권 서산문화재단 이사는 각자성석을 활용하면 해미읍성축제를 서산 한 지역의 행사에 머물지 않고 충청권 역사도시가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 등 과거 병마절도사영과 관련 있는 지역과의 교류 가능성도 언급했다.
올해 대표 콘텐츠는 태종대왕 강무 행렬이다. 10월 10일과 11일 오후 3시 약 160명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달리 충녕대군이 행렬에 합류한다. 태종 혼자 걷는 왕의 행렬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걷는다. 이 총감독은 “왕의 행렬은 봤어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걷는 행렬은 아직 아무도 못 봤다”고 말했다. 군사·의장·무용 퍼포먼스를 더해 역사 재현에 공연적 재미를 살린다.

1000대 드론 라이팅쇼는 축제 기간 모두 5차례 예정돼 있다. 황금매가 성터에 내려앉고 ‘1421’이라는 숫자가 성벽으로 바뀐 뒤 태종의 깃발과 강무 행렬이 방패와 현대 국방 이미지로 변하는 구성을 준비했다. 진남문에서 동헌까지는 ‘아홉 갈래 빛의 길’을 마련해 해가 진 뒤에도 성 곳곳을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성 밖 동문 주차장 일대에는 ‘해미 디펜스 로드’가 들어선다. 천궁과 신궁 1/3 스케일 모형,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전술차량, 드론 조종 시뮬레이터, 경찰·소방 차량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600년 전 병마절도사영과 오늘날 국방기술을 ‘지키는 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학교와 한국어교육원 등 약 160곳에 초청장을 보냈고 QR 호패 시스템의 다국어 지원도 준비한다. 문과·무과 체험과 K팝 커버댄스, 랜덤플레이댄스 등 외국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이정민 총감독은 국가 지정 사적인 해미읍성에서 축제를 여는 만큼 문화유산 보호와 안전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미읍성은 일반 행사장처럼 지면에 팩을 박거나 성벽과 땅에 시설물을 직접 고정하기 어렵고, 성문 규모 때문에 대형 차량이나 편의시설 반입에도 제약이 있다. 이에 시설물은 웨이트 방식으로 고정하고 문화유산 보호재를 활용하는 등 유적을 훼손하지 않는 비파괴 설치방식을 적용한다.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축제는 해미읍성의 정체성을 완전히 다시 조명했다”고 밝혔다. 첨단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600년 된 성을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기록을 오늘의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QR과 빛, 드론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감독도 “기술을 기능적으로만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며 역사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기술을 택했다고 말했다.
PS. 올해 해미읍성에서는 휴대전화 하나면 충분하다. QR 호패를 받아 들고 진남문을 넘는 순간, 달력은 2026년에서 1421년으로 넘어간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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