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파스 하나 더 주세요" 제주 장애인체전 스포츠약국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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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약이요? 한 알 먼저 드셔보시고 한 시간 정도 지켜보세요.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추가로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속이 쓰릴 수 있으니 식사하고 드세요."
이어 "약사의 잠깐의 상담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스포츠약국에서만 상담받아야 하는 지식이 아니라 모든 약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약학회에서 함께해 약사 두 명이 현장을 지킬 수 있고 학생들도 막중한 업무를 담당해줘 약사들이 상담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이번 체전에서 스포츠약국이 큰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스포츠약국 한쪽 벽면을 채운 26명의 수료증과 지역 약국 안내 리플릿은 그 역할이 체전이 끝난 뒤에도 제주 곳곳의 약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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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투약·상담내역 꼼꼼히 기록, 도핑 위험 살피고 필요한 약만 제공
스포츠약사 26명 지역약국까지 연결, 약대생 참여로 상담 집중도 높여

"두통약이요? 한 알 먼저 드셔보시고 한 시간 정도 지켜보세요.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추가로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속이 쓰릴 수 있으니 식사하고 드세요."
15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종합경기장에 마련된 스포츠약국. 기자가 약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인터뷰는 수차례 중단됐다. 약을 찾는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이 계속해서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 이용자가 통증을 호소하자 제주 공기준 약사는 평소 잘 듣는 진통제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지 말고 우선 한 알을 복용한 뒤 경과를 살펴보라고 설명하고 위장장애 가능성까지 짚었다.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막과 함께 지난 11일 문을 연 스포츠약국에는 연일 이용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을 열기 전부터 미리 찾아와 기다리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용객은 선수에 국한되지 않았다. 스포츠약국은 이용자를 선수, 관람객 및 선수지원인력(코치·보호자·수화통역사 등), 자원봉사자 및 심판, 기타 등으로 구분해 관리했다.
선수의 경기력과 도핑 안전을 지원하는 것이 스포츠약국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선수 곁을 지키는 코치와 보호자, 수화통역사를 비롯해 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심판과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약국 문을 두드렸다.
의약품을 건네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현장에서는 '스포츠약국 상담 및 투약 내역'을 작성해 감기, 근육통, 화상 등 이용자가 호소한 증상과 투약 및 상담 내용을 함께 기록했다.

현장에서 특히 수요가 두드러진 품목은 파스류였다.
당초 준비한 물량이 빠르게 줄어 추가 구매까지 진행했지만 대회 막바지에는 이마저 대부분 소진됐다. 근육통과 관절통을 호소하는 선수는 물론 장시간 서 있거나 선수들을 지원하는 대회 관계자들의 수요도 적지 않았다.
15일 스포츠약국에 참여한 정인지 스포츠약학회 부회장은 "선수들은 넘어지거나 종목에서 많이 사용하는 관절에 통증이 생겨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발목이나 무릎, 어깨 통증을 호소하거나 넘어져 타박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붙이는 첩부제와 뿌리는 파스를 모두 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당장 불편한 곳에 사용할 약뿐 아니라 혹시 이후 필요할 것을 대비해 의약품을 더 챙겨가려는 경우도 있었다. 제공량이 적다며 아쉬움을 표시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스포츠약국인 만큼 '많이 주는 것'보다 '필요한 약을 제대로 주는 것'이 원칙이다.
현장 약사들은 이용자가 요청하는 대로 의약품을 건네기보다 증상을 확인하고 현재 필요한 의약품과 양을 판단해 제공했다. 무료 의약품을 미리 챙겨가는 이른바 '약 쇼핑'이나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스포츠약국을 찾는 증상도 근육통에 그치지 않았다. 소화불량과 속쓰림, 위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고 심판들은 경기 내내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탓에 인후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기자가 현장에 머무는 동안에는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는 이용자도 찾아왔다. 공 약사는 전날 받은 약과 현재 증상을 확인한 뒤 다른 약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복용 간격을 두도록 설명했다. 약을 건네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수분 섭취 등 생활관리 방법도 함께 안내했다.

정 부회장은 실제 대회 기간 감기 증상이 있던 한 선수는 보호자에게 받은 종합감기약을 이미 복용한 뒤 스포츠약국을 찾은 사례도 언급했다. 해당 선수는 자신이 먹은 감기약에 도핑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정 부회장은 "종합감기약에는 도핑과 관련해 주의해야 하는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는데 모르고 복용한 경우였다"며 "다행히 도핑검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약국에 갈 때는 반드시 자신이 선수라는 사실을 먼저 밝히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공기준 약사는 직접 스포츠약사 교육을 받고 현장에 서보니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꼈다고 했다.
공 약사는 "교육이 없으면 사실 상담이 안 될 수도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스포츠약국에 참여하려면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반약에도 경기 중이나 상시 사용이 금지되는 성분이 있을 수 있어 잘못 제공하면 선수에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의 잠깐의 상담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스포츠약국에서만 상담받아야 하는 지식이 아니라 모든 약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약국 한쪽 벽면에는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공간이 마련됐다.
대한약사회가 진행한 '스포츠약사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제주지역 약사 26명의 수료증이 한쪽 벽면을 채웠다. 이들이 제주도 내 어느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의 리플릿도 제작해 홍보했다.
체전 기간 스포츠약국 운영에 그치지 않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이 지역 약국에서 스포츠·도핑 관련 의약품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 접점을 연결한 것이다.
특히 제주는 겨울철 전지훈련 등을 위해 선수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네트워크의 활용 가능성도 있다.
공 약사는 "제주에는 축구 선수들도 약국에 오는 경우가 있고 겨울철에는 전지훈련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찾아온다"며 "이런 선수들이 왔을 때 약사가 관련 지식이 없다면 종합감기약 등을 제공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스포츠약사 교육을 통해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수 입장에서도 스포츠약국의 가장 큰 장점은 '안심'이었다.
이날 스포츠약국을 찾은 울산 대표 남재욱 선수는 육상 필드 종목에 출전해 포환던지기와 창던지기, 원반던지기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남 선수는 "체전을 하다 보면 감기약 같은 약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도핑 걱정을 하지 않고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일반 약국에서도 자신이 선수라는 사실을 알리고 의약품을 구하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곳이 있어야 마음 놓고 약을 먹을 수 있다"며 "일반 약국에서는 선수라고 밝히는데도 괜히 불안하다"고 스포츠약국의 지속적인 운영을 기대했다.

스포츠약국 한쪽에서는 제주대학교 약학대학 학생들의 손도 쉴 틈이 없었다.
약사가 이용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상담한 뒤 의약품을 제공하면 학생들은 곁에서 '스포츠약국 상담 및 투약 내역'을 작성했다. 이용자 수와 의약품 재고를 확인하고 하루 운영이 끝난 뒤 부족한 품목을 파악해 다음날 보충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맡았다.
구서현 제주약대 3학년 학생은 "약사님들이 상담하실 때 저희가 상담과 투약 내역을 적고 재고관리를 하고 있다. 몇 분이 오시는지도 체크하면서 약사님들을 보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현장을 경험하면서 예상보다 스포츠약국의 이용 범위가 넓다는 점도 체감했다.
구 학생은 "처음에는 선수들만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심판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셨다"며 "타박상 처럼 운동 중 다친 경우만 생각했는데 두통 등 여러 증상으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스포츠약국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인 김연경 제주약대 2학년 학생에게는 고향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 체전에 참여한다는 의미도 남달랐다.
김 학생은 "전국 규모의 체전이 제주에서 열리는데 제주약대 학생으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손희주 제주약대 3학년 학생에게는 '스포츠약사'라는 직능 자체가 새로운 발견이었다.
손 학생은 "처음에는 스포츠약사가 근육통처럼 선수가 운동하면서 생기는 증상에 전문적인 약을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전 교육을 받으면서 도핑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라고 하면 보통 지역약국이나 제약회사 정도를 생각했는데 스포츠약사라는 분야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굉장히 큰 경험이었다"며 "앞으로 꼭 스포츠약사만을 본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스포츠약사 활동은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원호 제주도약사회장은 이번 체전에서 스포츠약국이 보여준 성과 가운데 하나로 제주지역 약사와 스포츠약학회, 약대생이 함께한 운영 방식을 꼽았다.
과거 체전에서 운영됐던 임시약국과 의약품을 제공하고 상담한다는 점에서는 역할이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약사 중심의 당번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약학회가 참여하면서 관련 교육을 받은 약사들이 함께 현장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제주약대 학생들이 상담·투약 기록과 재고관리 등 운영 업무를 담당하면서 약사들은 선수와 이용자의 의약품 상담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강 회장은 학생들에게 "스포츠약국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런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고민은 그보다 훨씬 오래됐을 것"이라며 스포츠약국이 새로운 약사 직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약학회에서 함께해 약사 두 명이 현장을 지킬 수 있고 학생들도 막중한 업무를 담당해줘 약사들이 상담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이번 체전에서 스포츠약국이 큰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장애인체전에서 확인된 경험은 다음달 전국체전으로 이어진다.

다만 장애인체전이 먼저 시작된 스포츠약국 운영에서 보완할 부분도 확인됐다.
컨테이너 형태로 마련된 스포츠약국 입구의 단차로 휠체어 이용자가 내부로 직접 들어오기 어려워 약사들이 밖으로 나가 상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의약품 구성에서도 예상 밖의 수요가 나타났다. 예상보다 강한 제주 햇볕에 화상을 입은 이용자가 있었고 벌레 물림 관련 제품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파스 역시 피부 자극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종류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인지 부회장은 "부산과 김해를 거치면서 스포츠약국이 계속 발전해왔지만 현장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또 생긴다"며 "이번에 확인된 부분들을 다음 전국체전에서는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장애인체전에서 쌓은 경험은 한 달 뒤 전국체전으로 이어진다. 스포츠약국 한쪽 벽면을 채운 26명의 수료증과 지역 약국 안내 리플릿은 그 역할이 체전이 끝난 뒤에도 제주 곳곳의 약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