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독소 전쟁 서막?…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원국 독일 향해 무차별 하이브리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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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정찰총국(GRU)은 총참모부 산하의 해외 군사정보기관이다.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하이브리드전을 집중적으로 전개해온 이유는 독일이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군이 주둔해 온 유럽 안보의 핵심 거점이기 때문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공격을 통해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의 두 번째로 중요한 지원국인 독일에서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독일의 국론 분열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대조국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외교공관을 폐쇄했다"면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사실상 러시아에 선전포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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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정찰총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유럽 각국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공작활동을 벌여왔다. 정찰총국은 드론 공격, 가짜 뉴스 유포와 해킹 등 사이버 공격, 철도와 전력망 등 인프라 시설과 무기 공장 사보타주(파괴 공작), 정치인과 망명인사 암살, 해저 케이블 절단 등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혼합해 은밀하게 공격을 감행해 상대국의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을 수행해왔다.
안토노프 수송기 노린 폭발물 드론 발견

독일 수사당국은 용의자로 러시아인 올레그 L과 벨라루스인 안드레이 K 등 남성 2명을 특정하고 작전을 주도한 올레그 L은 GRU 소속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올레그 L은 튀르키예를 거쳐 독일에 입국한 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을 통해 세르비아로 출국했다. 독일 수사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올레그 L의 DNA가 핀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채취된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독일 수사당국은 안토노프 수송기에 충돌시킬 드론에 1.8㎏의 셈텍스(Semtex)가 탑재됐었다면서 항공유 2만5000ℓ가 주입돼 있던 수송기가 폭발했더라면 공항 일부가 파괴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독일 언론들은 드론 사건 용의자의 DNA가 2024년 7월20일 DHL 물류센터 방화 공격 사건과 관련해 이미 등록된 것과도 동일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9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GRU가 드론 공격 사건에 개입했다면서 드론 부품과 폭발물, 기폭장치 등 범행에 사용된 수단이 러시아의 다른 하이브리드전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이미 사용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도브린트 장관은 "우리는 전쟁 상태는 아니지만 매일 하이브리드전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드론 사건을 단발성이 아닌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 공작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이달 18일부터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베를린에 있는 러시아 문화원(러시아 하우스) 운영 협정을 종료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스파이 15∼20명을 본 영사관에 배치해 거점으로 삼아왔다고 의심해왔다. 러시아 스파이들은 이곳에서 차로 2시간여 거리인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나토 본부를 주로 염탐하고 하이브리드전을 지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하우스도 각종 정부 수집과 망명 인사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또 러시아 국적자에 대한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서방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석유를 수출하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독일 정부가 드론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슈투트가르트, 뒤셀도르프, 프랑크푸르트, 라이프치히, 하노버, 쾰른 등 9개 주요 도시에 연방 경찰 특수부대를 배치할 방침이다. 이들 부대는 기간시설과 공항, 철도역, 정부 청사의 영공을 방호하며, 드론 요격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폭발 장치를 직접 해체하고 중화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독일 정부는 또 해커의 네트워크 공격 시도를 초기 단계에서 감지하고 차단하는 국가 보호막 시스템인 '사이버 돔'도 구축할 계획이다. 게다가 에너지 기업과 방산 기업 등 주요 기간시설을 운영하는 민간 회사들에도 자체 구역 내 침입한 드론을 적극 격퇴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독일 "러시아가 사흘에 두 번꼴 사보타주"

BKA는 112건의 스파이 범죄도 적발했다. 방산업체를 포함한 핵심 인프라 시설 상공에서 목격된 정체불명의 드론은 1068대였다.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하이브리드전을 집중적으로 전개해온 이유는 독일이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군이 주둔해 온 유럽 안보의 핵심 거점이기 때문이다. 미군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 본부가 슈투트가르트에 있고,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중 작전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병력·무기·군수 물자의 주요 이동·지원 거점도 독일에 집중돼 있다.
러시아의 의도는 독일의 군사·교통·에너지 인프라를 교란시켜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화시키고 독일 사회에 전쟁 피로·불안을 확산시키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공격을 통해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의 두 번째로 중요한 지원국인 독일에서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독일의 국론 분열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드론 사건을 조작이라고 부인하면서 독일 정부의 조치가 '선전 포고'를 하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대조국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외교공관을 폐쇄했다"면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사실상 러시아에 선전포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독일 정부가 제시한 증거는 조작돼 심어진 것"이라면서 "독일의 중대한 실수이자 급하게 날조한 도발"이라고 강변했다. 러시아 정부는 독일 정부의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독일 총영사관과 자국 내 모든 독일 문화원(괴테 인스티튜트)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괴테 인스티투트를, 우랄 지역인 예카테린부르크에선 독일어 학습센터를 운영해왔다.
나토 조약 5조 넘나드는 하이브리드전

나토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 공세는 조약 5조를 발동하기 애매한 수위다. 나토의 한 고위 관리는 "나토는 러시아의 재래식 공격이나 핵 도발을 막는 억제력을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키어 자일스 연구원은 "무엇이 나토 조약 5조 발동 요건에 저촉되는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게 문제"라며 "그 경계가 설정되지 않는 한 러시아는 경계를 계속 넓혀갈 것이고 우리가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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