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다에선 수소 만들고, 육지에선 풍력 관리…제주가 만드는 ‘탄소중립’ 미래

정두리 2026. 9. 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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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은 제주 서쪽 끝 한경면 용수리 앞바다.

육지에서 약 1.2㎞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서 파도와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핵심은 100㎾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시스템을 파력발전과 연계해 해상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720시간 이상 수소 생산 실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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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1.2㎞ 나가 만난 해양그린수소 실증 현장
해상 재생에너지와 수전해 기술 확보…향후 부유식 시스템 확대
두산 윈드파워센터서 풍력발전기 상태 한눈에
풍력발전기 80기 통합관제…AI·빅데이터 활용해 고장 패턴 분석

[제주=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 14일 찾은 제주 서쪽 끝 한경면 용수리 앞바다. 배를 타고 해안에서 20여 분을 나아가자 수평선 위로 낯선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폭 30m 안팎의 직사각형 구조물이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철제 설비가 올라간 이곳은 ‘제주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이다.

지난 14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제주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에 있는 용수시험파력발전소. (사진=정두리)
육지에서 약 1.2㎞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서 파도와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아직 상용 발전소라기보다는 차세대 해양에너지 기술을 검증하는 연구시설에 가깝지만, 국내에서 해상 재생에너지와 수전해를 직접 연계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첫 실증 현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시험장의 규모는 약 104만㎡다. 바다에는 수심 15~60m에 이르는 5개의 정박지가 마련돼 있다. 발전설비를 시험할 수 있도록 해저케이블과 수중커넥터까지 구축돼 있어 외부에서 장비를 가져와 연결하고 발전 전력을 육상으로 보내거나 원격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시험장이 단순히 파력발전 장비만 시험하는 곳은 아니다. 파력과 풍력발전 설비의 실해역 실증은 물론 해양 관측·측정 장비 시험까지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해양그린수소 실증이다.

이번 사업은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2022년 4월 시작됐다. 사업비는 258억 5000만원이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 등 10개 기관·기업이 참여한다. 핵심은 100㎾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시스템을 파력발전과 연계해 해상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해상에서 수소를 만드는 일은 육상보다 까다롭다. 파도와 조류, 바람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염분에도 노출된다. 무엇보다 육지처럼 수도관을 연결해 깨끗한 물을 바로 공급받을 수 없다. 수전해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려면 바닷물을 담수화해야 하고, 해수는 설비 냉각에도 활용해야 한다.

김경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해상에서 수소를 만드는 것은 바닷물을 담수하고 그 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부터 설비 냉각, 원격 운전까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720시간 이상 수소 생산 실증을 진행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생산한 수소를 저장하고 다시 활용하는 것이다. 사업계획상 올해 하반기에는 저장·활용 설비를 연계한 실해역 실증이 진행된다.

다만 이 기술이 곧바로 대규모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고정식 해양그린수소 기술 개발이 진전되고 있고 부유식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는 현재 100㎾급 고정식 시스템을 실증하는 걸음마 단계다.

김 책임연구원은 “해상에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확인하는 단계”라면서 “향후 부유식 해양그린수소 생산시스템 기술개발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윈드파워센터(WPC)의 풍벽발전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정두리 기자)
제주에서 탄소중립 기술을 확인하는 여정은 바다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제주시 오라남로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윈드파워센터(WPC) 내부에 들어서니 여러 개의 모니터에 전국 각지 풍력발전기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전국에 공급한 풍력발전기는 98기, 총 349.5㎿ 규모다. 이 가운데 제주에는 40기, 168.5㎿가 설치돼 있다. 윈드파워센터는 이 중 80기를 원격으로 운영하며 11개 사이트를 365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화면에서는 발전기별 운전 데이터가 쉴 새 없이 들어온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풍력발전기 한 기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에는 300개가 넘는 태그가 포함된다. 센터에서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한다.

풍력발전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런 원격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해상풍력은 육상보다 접근 자체가 어렵고, 대형 발전기의 부품은 무게가 수톤(t)에서 10~20t에 이를 수 있다. 고장 한 번으로 장기간 발전이 멈추면 손실도 커진다.

이 센터에서는 단순히 고장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장 패턴을 분석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이동원 두산에너빌리티 수석은 “자체 개발 플랫폼인 ‘윈드링크’를 활용해 데이터 저장부터 분석, 사용자용 애플리케이션까지 연계하고 있다”면서 “해상풍력은 장기간 운영되는 설비인 만큼 발전기 제작과 설치 이후의 유지보수, 데이터 분석, 안전관리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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