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전기로, 파도는 수소로…제주 에너지전환 실험[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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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제주 한경면 고산항을 떠난 배가 차귀도 인근 해상으로 나아가자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출렁이는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바닷물을 수소로 바꾸는 국내 최초 해양그린수소 실증 현장이다.
제주의 에너지전환 실험은 바람과 파도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수소로 전환·저장하고, 가정의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해양그린수소는 아직 100㎾급 기술 실증 단계이고 히트펌프 역시 실제 전기요금과 출력제어 감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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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풍력발전기 80기 24시간 원격관제
히트펌프로 남는 전력까지 활용
기술 격차·경제성 입증은 과제
![[제주=뉴시스] 14일 오후 제주 차귀도 인근 해상 해양그린수소 실증 현장. 약 1만t 규모의 고정식 구조물 안에는 100㎾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설비와 전력·통신 제어장치가 설치돼 있다. (사진=임소현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6/newsis/20260916110235775fzby.jpg)
[제주=뉴시스]임소현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제주 한경면 고산항을 떠난 배가 차귀도 인근 해상으로 나아가자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출렁이는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바닷물을 수소로 바꾸는 국내 최초 해양그린수소 실증 현장이다.
약 1만t 규모의 고정식 구조물 안에는 100㎾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설비와 전력·통신 제어장치가 설치돼 있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해상에서 육상 관제실의 원격 제어만으로 수소를 생산한다. 지금까지 누적 수소 생산 실증시간은 720시간을 넘어섰다.
파도 전기로 바닷물 분해…생산부터 활용까지 해상에서
연구진은 구조물에 설치된 해수펌프로 바닷물을 끌어올려 담수화한 뒤 수전해 설비에 공급한다. 바닷물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수로도 활용된다.
생산한 수소를 저장했다가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로 바꾸는 설비도 설치 중이다. 설비 구축이 끝나면 수소 생산부터 저장·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해상에서 원격으로 수행하게 된다.
해양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친환경 선박연료와 항만의 수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상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를 선박연료와 항만에 공급하는 모델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김경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육상에서 설비와 비상정지 기능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 해양구조물에 설치했다"며 "수소 생산부터 저장·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해상에서 원격으로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은 약 104만㎡ 규모로, 아시아 최초로 구축된 5㎿급 계통연계 해양에너지 실증시설이다. 수심 15~60m의 정박지 5곳과 해저케이블·수중커넥터를 갖춰 파력·풍력발전설비의 성능과 설치·회수 기술을 실제 바다에서 검증할 수 있다. 해저에는 전력·통신 케이블과 접속설비가 설치돼 외부에서 개발한 해양에너지 장비를 가져와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3㎿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실증도 예정돼 있다.
![[제주=뉴시스] 14일 오후 제주 차귀도 인근 해상 해양그린수소 실증 현장. 약 1만t 규모의 고정식 구조물 안에는 100㎾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설비와 전력·통신 제어장치가 설치돼 있다. (사진=임소현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6/newsis/20260916110235941lzjc.jpg)
바다에서 생산된 전력을 모두 해저케이블로 육지에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풍력단지에서는 전력을 현장에서 수소로 바꾼 뒤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으로 옮기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먼바다로 갈수록 전력망을 연결하는 데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해상에서 수소를 생산해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으로 운송하는 방식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해양그린수소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제주에 설치된 설비는 100㎾급 고정식이지만 유럽에서는 1㎿급 부유식 수소 생산 실증까지 이뤄졌다.
김 책임연구원은 "유럽에서는 고정식 설비가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100㎾급 고정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술 단계에 격차가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후속사업으로 300㎾급 부유식 해양그린수소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2031년까지 부유식 생산 기술을 검증한 뒤 장기적으로 ㎿급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약 5년에 걸쳐 진행된 현재 연구개발 사업에도 2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염분과 태풍을 견디는 설비를 구축해야 하고 작업 때마다 선박을 동원해야 해 육상 실증보다 비용 부담이 크다.
전국 풍력발전기 80기, 제주서 24시간 지켜본다
제주시 두산윈드파워센터의 대형 화면에는 전국에 흩어진 풍력발전기의 운전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센터는 전국 11개 사업장에 설치된 두산에너빌리티 풍력발전기 80기를 365일 24시간 원격으로 관제한다. 이 가운데 제주 지역에서 관제하는 설비는 37기, 159.5㎿ 규모다.
풍력발전기 한 기에서는 온도와 진동 등 300개 이상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센터는 자체 개발한 '윈드링크'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상 신호가 포착되면 현장 작업자에게 필요한 점검과 정비 내용을 전달한다.
![[제주=뉴시스] 제주시 두산윈드파워센터 관제센터. (사진=임소현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6/newsis/20260916110236118kwhc.jpg)
취재진이 지켜보는 동안에도 모니터 화면에 발전기 진동센서의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센터가 운전 데이터를 분석해 현장에 점검을 요청했고, 센서 체결 상태를 조정하자 경고 표시가 사라졌다.
해상풍력은 파도가 높거나 바람이 거세면 고장이 발생해도 작업자가 곧바로 접근하기 어렵다. 발전기 부품이 대형화되면서 정비에 필요한 크레인과 선박 비용도 커진다.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이상 징후를 포착해 정비하는 것이 발전 중단 시간을 줄이는 핵심인 이유다.
이동원 두산에너빌리티 풍력BG 풍력영업1팀 수석은 "해상풍력 유지보수에서는 바람이 불 때 발전기가 고장으로 멈춰 있지 않도록 하는 가동률이 중요하다"며 "현재 연간 95% 이상의 가동률을 보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윈드파워센터 가동에 따른 정비시간 단축과 가동률 개선 효과는 아직 수치로 확인되지 않았다. 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오래되지 않아 비교할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인호 두산윈드파워센터장은 "센터 구축 전후의 효과를 비교할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가동률 개선 효과를 수치로 제시하기에는 이르다"며 "비효율적인 업무를 약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데이터를 축적해 효과를 수치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뉴시스] 두산에너빌리티 제주시 두산윈드파워센터 전경 (사진=임소현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6/newsis/20260916110236255irle.jpg)
남는 재생에너지, 가정 난방·온수에 활용
제주도는 올해 총사업비 344억4000만원을 투입해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단독·연립주택 2460가구에 공기열 히트펌프를 보급한다. 가구당 최대 사업비 1400만원을 기준으로 국비와 지방비로 70%인 980만원을 지원한다.
제주시 도남동의 한 단독주택에는 실외기 한 대로 냉방과 바닥난방, 급탕을 제공하는 16㎾급 일체형 히트펌프가 설치됐다. 태양광·가상발전소(VPP) 설비와 연계해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시간대에 전력을 사용하고, 생산된 열은 축열조에 저장하는 구조다.
하지만 해당 설비는 지난 6월 설치돼 아직 겨울철 난방 운전을 거치지 않았다. 제주에서 실제 난방 효율과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이번 겨울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
공동주택 보급도 과제다. 기존 아파트는 온수탱크를 놓을 공간과 하중 문제가 있고, 여러 가구에 열을 공급하는 중앙공급식은 대형 축열조와 설비 소음에 따른 주민 수용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주의 에너지전환 실험은 바람과 파도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수소로 전환·저장하고, 가정의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해양그린수소는 아직 100㎾급 기술 실증 단계이고 히트펌프 역시 실제 전기요금과 출력제어 감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실증설비를 대형화하고 생산비를 낮추는 동시에 저장·운송과 새로운 전력 수요를 연결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남았다.
김 책임연구원은 "유럽에서는 전기뿐 아니라 그린수소를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를 구축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금부터 연구기관과 산업계, 학계가 함께 협력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제주시 도남동 한 주택에 설치된 삼성전자 일체형 히트펌프 실외기. (사진=임소현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6/newsis/20260916110236402aksh.jpg)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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