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친구 도우며 배운 나눔… 이젠 홀로서는 청년들 ‘멘토’로[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이예린 기자 2026. 9.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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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움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누군가의 곁에서 꾸준히 손을 내미는 것, 그게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록우산 후원자 박솔(39) 씨의 나눔은 초등학생 시절 목발 짚은 친구의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걷는 것에서 시작됐다.

마라톤을 함께 뛰고 동기부여 강연을 하며 그가 청년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하라"는 것이다.

박 씨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언제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함께 뛰고 나눔을 실천하는 경험을 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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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전북종합사회복지관 ‘이음’ 활동 박솔씨
매일 친구 느린 걸음 맞춰 하교
‘돕는다는 건 책임 지는 일’ 느껴
아내권유로 후원·봉사 다시시작
양육시설 아동 보듬고 후원금도
“나눔은 거창하지 않아도 돼요
아이스크림 하나로도 충분하죠”
초록우산 후원자 박솔(맨 왼쪽) 씨가 지난 4월 전북 전주시의 청년거점공간 ‘청년이음전주’에서 초록우산 자립준비청년활동가모임 ‘이음’ 멘토로서 청년들에게 동기부여 강연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큰 도움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누군가의 곁에서 꾸준히 손을 내미는 것, 그게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록우산 후원자 박솔(39) 씨의 나눔은 초등학생 시절 목발 짚은 친구의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걷는 것에서 시작됐다. 선생님께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친구의 하교를 도와줄 사람을 찾을 때 선뜻 손을 들면서부터였다. 집 방향이 같아 대수롭지 않게 시작했지만, 친구들과 더 놀고 싶은 마음을 접고 매일 친구의 느린 걸음에 맞춰 집으로 향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박 씨는 “당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의미 있기도 하지만 책임이 따르는 일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주변 사람을 돕는 아버지를 보며 막연하게 품었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꿈도 이때부터 조금씩 구체적인 삶의 방식이 됐다. 그는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아이들 곁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든든한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한동안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바빠 나눔에서 멀어진 적도 있었다. 다시 나눔으로 손을 내밀게 한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의 권유로 후원과 봉사를 시작한 박 씨는 전북 전주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나눔의 기쁨을 다시 발견했다. 주말에도 시설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전주 한옥마을을 구경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생활하던 아이들이 원하는 옷을 직접 고르게 해 선물했다. “소고기가 먹고 싶다”는 한 아이의 말에는 봉사자들을 모아 고기를 구워주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한 아이의 꿈을 위해 매달 30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초록우산의 인재양성 사업 ‘아이리더’를 통해 미술교사를 꿈꾸는 아동의 미술학원비를 지원한다. 여기에는 아내의 사연이 영향을 미쳤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충분한 교육을 받기 힘들었다. 할머니가 반찬까지 챙겨다 주면서 돈을 아껴 뒷받침을 해주려 했지만,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해야 했다. 박 씨는 “‘그때 누군가 내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안타까웠다”면서 “내가 후원하는 아이만큼은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내려놓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서 박솔(맨 왼쪽) 씨가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초록우산 ‘런웨이 마라톤’ 참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박 씨의 나눔은 경제적 후원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의 자립준비청년활동가모임 ‘이음’에서 멘토로 활동하며 청년들과 고민을 나눈다. 마라톤을 함께 뛰고 동기부여 강연을 하며 그가 청년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하라”는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기도 전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한 자립준비청년과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던 청년이 어느 날 박 씨에게 “볼링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한마디였지만 박 씨에게는 달랐다. 청년이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며 마음을 열어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에는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기부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참가비 일부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행사였다. 박 씨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언제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함께 뛰고 나눔을 실천하는 경험을 하길 바랐다. 그는 “함께 땀 흘려 코스를 완주하며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씨는 나눔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초록우산 후원자 모임 ‘그린리더클럽’ ‘챌린저스’로 활동하는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가 됐든, 어디에 하든, 단돈 1만 원이라도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옆집 아이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거나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주는 것도 그가 생각하는 나눔이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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