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AI 늦추면 우리가 앞선다”…중국 인터넷 달군 ‘AI 속도조절론’[이규화의 글로벌AI]

이규화 2026. 9. 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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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제기된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이 중국 인터넷 공간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AI의 위험성 자체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중국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속도조절 움직임을 중국이 앞서갈 기회로 보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의 AI 속도조절 논의를 중국에 주어진 기회로 해석했다.

미국의 AI 속도조절론을 중국에서는 기술 안전 문제와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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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위험 경고’에 中네티즌 엇갈린 반응
“위험이 아니라 중국 추격이 더 두려운 것”
“미국이 멈추면 우리가 간다”…자신감도
일자리 대체 놓고는 “AI 이익 분배해야”
中 당국도 AI 위험성 경계…“안정 위협”


다리오 아모데이(왼쪽)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일즈포스의 연례 ‘드림포스’ 행사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대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제기된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이 중국 인터넷 공간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AI의 위험성 자체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중국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속도조절 움직임을 중국이 앞서갈 기회로 보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5일(현지시간) 중국판 엑스(X)로 불리는 웨이보에서 ‘중국 AI, 미국 AI’가 주요 검색어로 떠오르면서 AI의 미래를 둘러싼 중국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오픈AI의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등 주요 AI 업계 인사들이 AI 발전 속도를 보다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잇달아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네티즌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AI 업계의 속도조절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AI의 위험성을 우려한다는 표면적인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베이징의 한 웨이보 이용자는 “겉으로는 AI 개발을 중단하거나 늦추자는 목소리와 위험 경고가 나오지만 미국 기업과 기관들은 여전히 막대한 돈을 AI에 쏟아 붓고 있다”며 “AI의 위험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너무 빨리 앞서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허베이성의 한 이용자는 이를 장거리 달리기에 빗댔다. 경쟁에서 체력이 떨어질 상황에 처한 선수가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너무 빨리 달리면 무릎에 좋지 않다”는 조언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미국이 AI 개발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 기술 경쟁의 속도를 낮추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대로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의 AI 속도조절 논의를 중국에 주어진 기회로 해석했다. 중국 AI가 이미 제조업과 물류 등 현실 산업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AI의 성패는 논쟁이나 선언이 아니라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둥성의 한 이용자는 “미국이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하면 멈출 것인지를 논쟁하는 동안 중국은 대형언어모델을 공장과 창고, 음식 배달 등에 적용하고 있다”며 “누가 AI를 먼저 생산성으로 전환하느냐를 봐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AI 공급망을 둘러싼 자신감도 나타났다. 또 다른 광둥성 이용자는 미국이 중국의 제조 역량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AI 인프라 공급망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확대하면 중국의 우위가 약화될 가능성도 경계했다.

허베이성의 한 이용자는 더욱 직접적으로 “미국이 AI 소프트웨어 개선을 멈춘다면 중국에는 역사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AI가 가져올 일자리 충격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논의도 이어졌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AI가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이익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광둥성의 한 이용자는 “모든 기술혁명은 일부 일자리를 없앴다”며 AI 산업으로 큰 이익을 얻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사회에 재분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술 발전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세수가 늘어나면 도로와 공원, 공공시설 등 사회 전체의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저장성의 다른 이용자는 중국의 제조업과 현장 중심의 노동력이 AI 시대에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가 모든 현장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대체하기는 어렵고, 중국은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등 새로운 산업 성장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부의 반응이 모두 낙관론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 역시 AI 기술의 빠른 발전이 가져올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장 천이신은 최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관리하는 잡지에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거론하면서 딥페이크와 AI가 생성한 허위정보, 이른바 ‘지능형 온라인 군대’ 등이 정치적 허위정보를 대량으로 만들어 정치·사회적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여론전과 인지전을 수행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보다 강한 국가 차원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AI 개발 자체를 늦추려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중국 정부는 AI의 산업적·경제적 활용을 계속 확대하면서도 정치적 안정과 사이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AI 개발 경쟁을 늦추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경쟁에서 “누가 AI를 이기느냐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AI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결국 중국 인터넷에서 나타난 중국인들의 반응은 AI를 둘러싼 논쟁이 ‘기술 낙관론 대 AI 종말론’의 대립이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의 AI 속도조절론을 중국에서는 기술 안전 문제와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늦추면 중국이 앞설 수 있다”는 기회론이, 다른 한편으로는 일자리·허위정보·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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