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 합병’ 끝났지만… 조종사 파업·호반 암초 맞은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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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을 최종 승인하면서 4년에 걸친 양대 국적 항공사의 행정적 결합 절차가 끝났다. 그러나 오는 12월 통합 법인 출범을 눈앞에 둔 비행 현장에서는 4000여명에 달하는 양사 조종사의 승진 등을 가를 '시니어리티(연공 서열)'를 두고 정면충돌이 벌어지며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관련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사측에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따른 조종사 서열(시니어리티) 기준을 노사 합의로 마련할 것으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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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주주 호반은 지분 격차 ‘0.42%p’ 턱밑 추격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거쳐 대한항공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지난 15일 승인했다. 2022년 5월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지 4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합병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10년간 별도 관리되며, 마일리지 전환 시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 신용카드 등 제휴 마일리지는 1대 0.82의 비율이 적용된다. 오는 12월 17일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제도적 불확실성은 모두 해소하게 됐다.
하지만 양사 직원 간 '화학적 결합'은 과제로 남아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와의 통합 서열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사측에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따른 조종사 서열(시니어리티) 기준을 노사 합의로 마련할 것으로 촉구했다. 14일 서울 강서구 본사 앞 피켓 시위에 이어 20일까지 릴레이 장외 투쟁을 예고한 노조는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미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해 둔 상태여서 지노위 조정이 중지되면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이번 교섭의 쟁점은 시니어리티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서열 방안에 대해 노사 합의를 내세우는 이유는 양사 간 조종사 채용 기준과 기장 승격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군 경력 조종사는 입사일을 정할 때 민간 경력자 보다 8~9개월을 더 인정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군 경력자까지 합병 후 똑같이 우대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조종사노조 주장이다.
특히 민간 경력 부기장 채용시 대한항공은 통상 비행시간 약 1000시간을 요구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300시간 가량을 기준으로 했다. 조종사노조는 승격 순서의 차이가 임금과 각종 수당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기장 임명일은 기본급 체계는 물론 선임·수석기장 수당의 기산점이 되고 그 격차는 정년까지 누적된다"며 "대형기 전환 순서, 복리후생 우선순위도 모두 서열에 따라 배분돼 조종사 한 사람의 생애임금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서열안 마련이 사용자 인사권에 해당해 노사 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조종사노조가 노사 합의 근거로 내세운 단체협약 제24조는 2003년 노조 내부 총회 과정에서 부결돼 사문화된 조항이다"며 "통합 서열을 운영하더라도 현재 양사의 조종사간 내부 서열을 그대로 유지해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할 예정이다"고 했다.
이같은 내부 균열이 호반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 갈등이 지속될 경우 조원태 회장의 통합 리더십에 의구심이 생기면서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 호반그룹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명분을 주고 반대 여론 형성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호반그룹은 꾸준한 장내 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율을 20.15%까지 끌어올렸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20.57%)과의 격차는 0.42%포인트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하는 등 반대표를 행사하기도 했다"며 "호반그룹이 언제든 조 회장의 리더십에 반기를 들 수 있는 만큼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고 불거진 조종사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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