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손잡고 카자흐 금융허브 신도시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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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알라타우 신도시'를 한국과 손잡고 중앙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 회장은 카자흐스탄 경제 수도 알마티 인근에 서울의 약 1.4배 면적의 알라타우 신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롯데호텔리조트, 한국공항공사 등 여러 한국 기업이 알라타우 신도시 진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도 알라타우 신도시 사업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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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4배 ‘허브도시’ 프로젝트 주도
“동양인이라 놀림받으며 자랐지만
韓방문뒤 정체성에 자부심 갖게 돼”

한국을 찾은 최유리 카자흐스탄 카스피안그룹 회장(78)은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고려인 4세 기업가로 복싱 선수 출신이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16, 17일 개최되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맞아 카자흐스탄 대표단 소속으로 한국을 찾았다.
최 회장은 카자흐스탄 경제 수도 알마티 인근에 서울의 약 1.4배 면적의 알라타우 신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출장을 다니면서 ‘내 손으로 직접 신흥 글로벌 허브 도시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 금융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벌인 최 회장은 2006년 카자흐스탄 9위 은행 카스피안은행의 지분을 전부 처분하고 신도시 조성을 위한 땅을 매입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무모한 계획’이라며 극구 만류했다”며 “카자흐스탄의 미래를 위한, 또 전 세계 한인 동포를 위한 첨단 도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사업은 카자흐스탄 국책사업으로 선정돼 ‘법인세 최대 30년 면제’ 등 금융·조세·분쟁 해결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롯데호텔리조트, 한국공항공사 등 여러 한국 기업이 알라타우 신도시 진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도 알라타우 신도시 사업이 논의됐다.
최 회장은 어린 시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으며 거리에서 맨주먹으로 싸우다 복싱 선수가 됐다. 고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87년. 그는 한국 방문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했다. 소련 국가대표팀 복싱 코치였던 그는 “깨끗한 거리와 높은 아파트를 보며 나도, 동료들도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며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1, 2위 부호가 모두 고려인이고, 최근 미국도 카자흐스탄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카자흐-한-미 3각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면 큰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린 시절 상상했던 자신의 미래와 비교하자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소년이었을 때 굉장히 평범하고 어쩌면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가정에서 자랐다. 지금 나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삶이었다. 그런데 체육계에 몸담게 되면서 대회 출전차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고, 1978년 처음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림에서만 봤던 세상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 세상이 진짜 있다는 걸 그제야 보게 됐다.”
―성장 과정은 어땠는가. 어떻게 복싱의 길을 걷게 됐는가.
“고향에는 고려인뿐만 아니라 독일인, 체첸인, 코카서스인 등 강제 이주를 당한 민족들이 모여 살았다. 특히 키가 작았던 나는 거리를 지날 때마다 ‘눈이 찢어졌다’ ‘개고기를 먹는다’는 식의 놀림을 많이 받았다. 하루에 세 탕씩 싸움에 휘말리는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강건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맨주먹으로 증명해야 했다. 한바탕 싸우고 나면 ‘도대체 나는 왜 고려인일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고려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1987년에 고려인 중에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게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소련 국가대표팀 복싱 코치로서 가게 됐다. 한국에 도착한 뒤에 그동안 품어왔던 생각이 바뀌었다. 아, 내가 고려인, 한인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비행기를 탔던 장관은 나를 부르더니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나라였다. 신발 벗고 양말로 돌아다녀도 양말이 더러워지지 않겠더라’며 각별히 챙겨줬다.
그때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돌아가며 소련 각지의 한인들이 모두 모여 환영회를 열어줬다. 다들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 한국은 진짜로 텔레비전 속의 모습처럼 하얀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를 하냐’고 물어봤다. 나는 ‘전혀 안 그렇다. 서울은 현대적인 도시이고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자가용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소련의 한인들이 자신이 한인이라는 걸 자랑하게 되었다.”
―한국 방문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가.
“당연히 모든 게 바뀌었다. 개인적인 생각과 세계관조차 바뀌었다. 한국을 다녀오고 나서는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 고국이 이토록 뛰어난 자원과 지식을 갖고 있으니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이 배울 수 있는 나라라는 깨달음을 마음속 불씨로 안고 돌아왔다.”
―카자흐스탄에는 당신을 비롯해 성공한 고려인 정·재계 리더들이 많다.
“카자흐스탄 각계각층에 자수성가한 고려인들이 진출해 있다. 카자흐스탄 억만장자 26명 중 2명이 고려인이다.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참고: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1, 2위 부호가 모두 고려인이다.)
성공의 배경에는 카자흐스탄인들의 도움과 지지가 있었다. 또한 우리는 근면 성실함, 책임감, 그리고 질서 정연함이라는 좋은 유산을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았다. 카자흐스탄의 다른 민족들도 고려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예전에 고려인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고려인들 3, 4세대 이후의 후손들이 한국에 투자자로서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황된 꿈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실현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중앙아시아 고려인 이주 9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굉장히 비극적인 역사를 겪을 수밖에 없던 상황 속에서 카자흐스탄에 처음 발을 디뎠다. 그래서 정주 90주년을 성대하게 치르고 싶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인들을 카자흐스탄에 초대하고 싶다. 이주했을 당시 우리 조상들을 따뜻하게 환대했던 카자흐스탄 현지인들에 대한 감사도 표시하고 싶다. 많은 시련과 지난한 고통을 겪은 우리 조상들을 기리고, 험난한 과정을 겪어 성공적으로 안착한 12만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게 한국은 우리의 역사적 고국, 카자흐스탄은 나의 고국이다. 카자흐스탄은 나 자신을 실현할 기회를 주었다. 이제 나의 소명은 나의 두 고국이 경제 등 제반 분야에서 원만하고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제 교류 앞날은 어떻다고 평가하는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은 한국 기업들을 위해 좋은 사업 환경을 조성해 두었다. 고려인 자체에 대한 카자흐스탄 내 이미지가 좋다는 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에너지, 신도시 건설, 인공지능(AI), 물류,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봇택시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경험과 기술력이 풍부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기대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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