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I개발 감속” 외쳤지만, 새모델 공개 주기 1년새 210→47일 ‘가속’

김재형 기자 2026. 9. 1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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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미국의 선도 인공지능(AI) 기업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뜻을 모았지만 정작 이들이 올해 내놓은 AI 모델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성능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른바 'AI 위협론'에 대해 "전부 사기(hoax)"라고 강조하면서 12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의 글 이후 확산됐던 AI 속도 조절 주장이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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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속도조절 혼란]
학습-연산량 키울수록 성능 좋아져
오픈AI도 144→67일 주기 짧아져
트럼프 “AI 위협론은 전부 사기” 비판
“후발주자 의식한 숨고르기” 해석도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미국의 선도 인공지능(AI) 기업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뜻을 모았지만 정작 이들이 올해 내놓은 AI 모델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성능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른바 ‘AI 위협론’에 대해 “전부 사기(hoax)”라고 강조하면서 12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의 글 이후 확산됐던 AI 속도 조절 주장이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풀액셀’로 AI 모델 쏟아낸 AI 기업

15일 동아일보 분석 결과 앤스로픽이 최상위 AI 모델(오푸스·페이블 계열)을 새로 내놓는 간격은 올해 평균 47일로, 지난해 210일의 4분의 1로 줄었다.

공개 횟수는 지난해 총 3차례였던 것이 올해는 9월까지 이미 6차례로 늘었다. 5월 28일 ‘오푸스 4.8’을 내고 단 12일 만에 ‘페이블 5’를 내놓기도 했다. 오픈AI도 올해 벌써 지난해 연간 발표횟수와 같은 4차례 최상위 AI 모델을 공개했고, 간격은 144일에서 67일로 당겨졌다. 아모데이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AI 속도 조절론에 동의했지만 정작 그 회사들은 올해 내내 ‘가속 페달’만 밟은 셈이다.

최상위 AI 모델 공개 주기가 이처럼 짧아진 것은 모델 크기와 학습 데이터, 연산량을 키울수록 성능이 좋아진다는 ‘스케일링 법칙’을 업계가 좇은 결과다. 공교롭게도 이 속도전의 이론적 기틀을 다진 인물이 이번에 속도조절론을 꺼낸 아모데이 CEO다. 그는 오픈AI 재직 시절인 2018년 ‘AI와 연산’ 보고서에서 최상위 AI 훈련에 드는 연산량이 3.4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흐름을 짚어냈고, 2020년에는 오픈AI의 기념비적 논문 ‘신경망 언어모델의 스케일링 법칙’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연구 모두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를 쏟아부으면, 성능도 예측 가능하게 오른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 트럼프 “전부 사기” 속도조절론 일축

1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인 서밋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8’로 받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속도 조절론은 사기”라고 말했다. 올인 팟캐스트 캡처
AI 속도 조절론은 미국 정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통화하며 “AI가 세계를 장악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전부 사기”라고 일축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황 CEO의 휴대전화 스피커로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는 “AI에 필요한 유일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은 강하고 똑똑한 대통령”이라고 썼다.

이는 미국이 AI 발전 속도를 늦추면 중국만 이롭다는 기술 패권 경쟁 논리에 근거한 주장이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날 AI 속도 조절론을 자국을 겨냥한 견제로 규정하면서 “공포 조장과 악성 경쟁은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방해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주요 AI 기업 경영진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초 ‘초지능 금지법’ 발의를 예고한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13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1980년대 미소 핵군축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첨단 AI 개발 중단’ 조약을 맺으라고 촉구했다. 적대국이던 미소가 핵군축에 합의했듯, AI 경쟁을 기업 자율에만 맡기기 어려운 만큼 미중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하는 두 나라가 AI 안전 통제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 IPO 앞두고 음모론도 제기

아모데이 CEO가 AI 속도 조절론을 끄집어낸 ‘시점’을 두고도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앤스로픽은 다음 달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모두가 AI 기술 발전을 1, 2년 멈출 경우 이미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엔스로픽 입장에서는 추가 투자 없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데이비드 색스 미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 공동의장은 12일 X(옛 트위터)에 “AI 발전 속도를 늦추는 동기가 순전히 이타적인 척하지 말라”고 썼다.

증권가에선 선두 AI 기업들의 AI 속도 조절론에 대해 후발 주자가 따라오지 못하게 문턱을 높이는 ‘사다리 걷어차기’이자, 개발비 회수가 급해진 선두 업체끼리의 숨 고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쓰는 프런티어(최상위)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AI 속도 조절론의 표면적 이유는 안전이지만, 그 이면에는 신모델 개발에 투입한 막대한 자본을 회수할 시간을 벌어보려는 선두 업체들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고 짚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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