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감속론 놓고 세쪽 난 美 기업… “속도 조절” vs “개발 가속” vs “빅테크 횡포”
MS “인간이 우선” AI 규범 마련

미국 테크 업계가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론을 놓고 세 갈래로 쪼개졌다. 오픈AI·앤스로픽 등 선두 AI 기업들은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든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과 산업 성장을 이유로 ‘감속론’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후발 AI 업체와 벤처 투자자들은 “속도 조절론은 AI 선두 업체들이 안전을 명분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빅테크 카르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4일(현지 시각) 자사가 개발하는 AI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디까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지 규정한 ‘AI 행동 강령(Code of Conduct)’ 초안을 공개했다. MS는 “인간이 AI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AI를 인간에게 종속되고, 인간의 의도와 일치하며, 통제 가능한 기술로 만들겠다”고 했다. MS는 이 행동 강령을 자체 AI 모델의 훈련과 배포, 평가에 적용할 예정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지난 12일 ‘프런티어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글을 통해 “최첨단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자”고 제안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의장도 이에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황 CEO는 이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속도 조절론의 근거인 ‘AI 종말론’부터 부정하는 모습이다. 황 CEO는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인 서밋’ 무대에서 트럼프와 통화하며 “AI가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도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사기”라고 했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은 AI 기업들이 규제를 요구하는 의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수많은 최첨단 테크 기업이 정부에 규제를 간청하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며 “마치 트로이 목마 같은 느낌이 들어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발 AI 기업들과 AI 모델을 공개해 누구나 활용·개량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진영은 다른 이유로 AI 속도 조절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장을 장악한 소수의 대형 AI 기업들이 AI 안전 규칙을 정하는 것은 안전을 명분으로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AI 연구 출신으로 캐나다 AI 스타트업 코히어(Cohere)를 공동 창업한 에이단 고메즈 CEO는 “소수의 시장 지배적 AI 기업들이 전 세계를 위한 규칙과 안전 기준을 정해야 하느냐”며 “(이는) 다른 이름의 카르텔”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 빌 걸리 역시 “규제를 한다면 그들이 아는 사람이 규제해서도 안 되고, 그들이 규칙을 써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선두 AI 기업이 규제 대상인 동시에 규칙을 만드는 주체까지 되면 ‘이해상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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