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 ‘부킹 전쟁’에 지친 골퍼들, 스크린 앞에서 “나이스샷”

지난 3일 서울 도봉구의 한 실내 골프 연습장은 평일 오전임에도 동네 잔치라도 열린 듯 시끌벅적했다. 스크린과 시뮬레이터가 설치된 15개 타석은 빈자리가 없었고, 서너 명씩 팀을 이룬 이용객들이 번갈아 샷을 날리고 있었다. 타석에 올라 일반 골프공보다 큰 당구공 같은 공을 힘차게 때리면 뒤에서 “나이스샷”이라는 응원과 박수가 나왔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인 파크골프를 실내에서 즐기는 ‘스크린 파크골프’ 매장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올해부터 스크린 파크골프 매장을 운영하는 프로 골퍼 출신 한승학(51)씨는 “제가 20년 넘게 골프 레슨을 했는데, 요즘 파크골프의 인기는 차원이 다른 놀라움”이라고 말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빈자리 없이 예약이 밀려들어요. 기존 골프 시장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세계예요.”
전국적인 파크골프 인기에 스크린 파크골프 이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스크린 파크골프 업체 ‘GTR’에 따르면, 처음 사업에 뛰어든 2023년 약 4400명이던 회원 수가 9월 현재 5만2000명을 돌파해 3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 업체는 처음엔 매장 수가 단 2개였지만, 지금은 전국에 210곳을 운영 중이다. 다른 스크린 파크골프 업체인 ‘마실파크골프’도 3년여 만에 회원 2만2000명을 넘겼다.

스크린 파크골프 이용료는 야외 파크골프장보다 훨씬 비싼 게 보통이다. 파크골프장은 전국의 지자체가 공공 시설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1인당 이용료가 18홀(2시간) 기준 4000~5000원 정도이고, 무료로 운영하는 골프장도 있다. 반대로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스크린 파크골프장은 18홀 경기에 1시간 정도 걸리는데 1인당 비용이 8000~1만2000원 안팎이다. 시간당 비용으로 따지면 스크린 파크골프가 4~5배나 비싼 셈이다.
그런데도 스크린 파크골프 매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파크골프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야외 파크골프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울에 필드 파크골프장은 25곳뿐이지만, 파크골프 동호인은 수만 명에 달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송파구 잠실파크골프장은 15일 오후 1시 30분 10월 예약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한 달 치가 모두 마감됐다. 필드에 나가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싶지만 예약에 실패한 동호인들이 스크린 골프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매일 스크린 파크골프를 친다는 한정애(59)씨는 “필드에 나가고 싶어도 예약 경쟁이 워낙 치열해 허탕을 치기 일쑤”라며 “운 좋게 필드에 나가는 2~3일을 빼면 매일 스크린 골프로 아쉬움을 푼다”고 말했다.
도시 외곽 녹지 공간에 들어선 파크골프장과 달리 접근성이 좋은 것도 스크린 파크골프의 인기 요인이다. 자차 운전이 불편한 장년층이 특히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스크린 파크골프를 선호한다. 올여름처럼 극심한 무더위에도 실내에서 시원하게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실파크 관계자는 “필드에서 한 게임 치고 나서 또 스크린에 오는 분도 적지 않다”고 했다.

스크린 파크골프 매장이 단순한 레저 시설을 넘어 지역 중장년들이 한데 모이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기도 한다. 파크골프는 대부분 3~4인이 함께 즐기고, 스크린 골프도 타석은 나눠져 있지만 다른 팀 이용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다. 파크골프 3년 차라는 신봉래(70)씨는 “스크린 파크골프에 오면 처음 본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고 골프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어 새로 사귄 친구가 굉장히 많다”며 “운동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노인 커뮤니티보다 훨씬 좋다”고 했다.
스크린 파크골프 수요가 늘면서 매장 창업에 관심을 두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일반 스크린 골프보다 초기 투자 비용은 적고, 매장 회전율이 빠르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스크린 골프로 출발한 GTR은 2022년 매출이 38억원이었는데, 파크골프 시뮬레이터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2024년엔 51억원, 지난해는 매출 112억원을 기록했다. 스크린 골프 매장을 운영했다는 30대 자영업자는 “일반 스크린 골프는 기기 구입과 인테리어 등 방 하나에 1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데, 스크린 파크골프는 3분의 1 정도면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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