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구금’ 한국인 300명, 트럼프 정부 상대 소송 시작···사태 1년 만

백민정 기자 2026. 9. 15. 22: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미국 CNN은 15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됐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국토안보부(DHS), 이민세관집행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노동부 등 9개 연방기관을 상대로 행정적 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행정적 손해배상 청구는 연방정부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다. 정부가 청구를 접수한 뒤 6개월 안에 답변하지 않거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올해 말까지 청구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9월4일 ICE와 국토안보수사국(HSI)등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미 당국은 이를 HSI 역사상 단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단속의 적법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CNN이 입수한 수색영장에는 실제 단속 대상이 4명으로 적혀 있었지만, 이들은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한국인 변호사는 이번 청구의 목적이 단순한 금전적 배상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과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CNN에 “미국 정부가 불법 체류자 4명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수백명의 요원을 투입해 한국 기업의 사업장을 급습했다”며 “합법적으로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온 기술자들에게 수갑과 족쇄를 채워 범죄자처럼 취급했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난해 9월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가족과 만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미 정부는 당시 단속이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DHS는 CNN에 “불법 고용 관행 및 기타 심각한 연방 범죄 혐의에 대한 진행 중인 형사 수사의 일환으로 사법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CBP도 체포된 사람들이 “비자 또는 체류 자격 조건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비이민 비자나 미국 입국을 위한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았더라도 미국 입국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 입장도 재차 밝혔다. 나머지 7개 연방기관은 CNN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에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해왔고, 관세 압박을 통해 약 3500억달러(약 475조3000억원)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건설한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은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가동하려면 해당 설비와 공정을 잘 아는 한국인 전문인력이 현지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의 현행 비자 제도가 이런 프로젝트에 필요한 단기 파견·전문 기술인력 업무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구금됐던 노동자 일부도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이민 단속 과정의 인권 침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테네시주의 한 육류 가공공장 단속에서 구금된 노동자들이 인종차별, 과도한 물리력 행사, 불법 체포 등을 주장하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 위반을 주장했고,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100만달러(약 13억5800만원) 이상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