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외주화하는 시대…뉴욕의 AI 모라토리엄 [미디어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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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일, 미국 뉴욕시가 60만명가량의 학생을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1년간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발표했다.
이렇게 보면 뉴욕의 조치는 연령과 목적에 따라 인공지능 사용 조건을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고등학생에게는 오히려 연 2회 인공지능 리터러시 수업을 의무화했고, 장애 학생과 영어학습자의 보조기술은 유지했다.
학생의 머뭇거림을 기다리고, 틀린 답에 다시 질문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함께 따져보는 시간, 그 과정을 지탱할 교사의 여유와 수업 여건 모두가 인공지능 교육정책의 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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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진 | 동신대학교 교양교육센터 조교수
지난 9월2일, 미국 뉴욕시가 60만명가량의 학생을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1년간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발표했다. 공립 유아교육 과정인 2-K부터 8학년까지 적용된다. ‘인공지능 조기교육’을 피할 수 없는 미래로 포장하는 이때, 정작 미국 최대 교육구인 뉴욕은 기술의 속도와 배움의 속도가 같지 않다 판단했다.
그 배경에는 ‘사고의 외주화’(cognitive offloading)에 대한 우려가 있다. 조지타운대 신경과학자 애덤 그린 교수는 인공지능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두고 ‘헬스장에서 로봇에게 바벨을 대신 들게 하는 일’에 비유했다. 근육은 무게를 감당하면서 자란다. 사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행착오를 통해 ‘인지적 마찰’을 스스로 견뎌낼 때 성장한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두뇌의 단련 기회를 빼는 셈이 된다.
실제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이 사전 공개한 뇌파(EEG) 측정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챗봇을 활용해 글을 쓴 집단은 에이아이 도구 없이 직접 글을 쓴 집단에 비해 뇌 영역 간 연결성이 최대 55% 낮았다. 심지어 이들은 방금 쓴 문장조차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런 의존이 잠재적 학습 비용인 ‘인지 부채’(cognitive debt)를 누적시키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저하한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로 인한 인간 사유 방식의 구조적 변용은 미디어 사회학의 오랜 화두였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문자가 기억 대신 망각을 심고 지혜의 외양만 남길 것이라 경고했고, 정보기술 미래학자 니컬러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의 피상적 훑어보기가 깊은 성찰과 집중력을 해체한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문자와 인터넷이 기억력과 주의력을 외주화했다면, 인공지능은 흩어진 정보를 엮어 결론에 도달하는 사고의 과정 자체를 대체한다.
문제는 매끄러운 결과물을 자기 이해로 착각하게 될 때 ‘똑똑한 무능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고뇌와 시행착오라는 주체적 성장의 골든타임을 건너뛴 학습자는 질문을 던지는 주체에서 알고리즘의 결론을 집행하는 관찰자로 전락한다. 질문을 입력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고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질문 자체를 정하고, 답의 근거를 검토하며, 필요하면 거부하는 힘. 도구의 도움을 받더라도 판단의 기준과 책임을 자신에게 두는 이 힘이 바로 ‘생각의 주권’이다.
이렇게 보면 뉴욕의 조치는 연령과 목적에 따라 인공지능 사용 조건을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교사의 수업 준비에는 인공지능을 허용하되, 채점이나 학생에 관한 주요 결정에는 금지했다. 고등학생에게는 오히려 연 2회 인공지능 리터러시 수업을 의무화했고, 장애 학생과 영어학습자의 보조기술은 유지했다. 학습자의 사고와 교사의 판단을 어디까지 기술에 맡길 것인지 경계를 그은 셈이다.
물론 유예의 교육적 효과는 아직 알 수 없다. 3년 전 챗지피티를 전면 금지했다가 몇달 만에 철회했던 뉴욕시다. 이번 유예가 그때와 다를지는 무엇을 측정하고 어떤 근거로 다음 결정을 내릴지에 달렸다. 교사와 토론하며 답을 따져보는 학생과 지도 없이 기계의 답변을 받아 적는 학생 사이의 격차, 학교의 사용 제한이 학교 밖에서 도움을 얻기 쉬운 학생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한국 교실에서도 필요한 논의다. 학생의 머뭇거림을 기다리고, 틀린 답에 다시 질문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함께 따져보는 시간, 그 과정을 지탱할 교사의 여유와 수업 여건 모두가 인공지능 교육정책의 범위다. ‘모두의 인공지능’을 내건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사고의 근육을 단련할 기회를 교육 현장에서 보장하지 않으면 그 시간과 힘은 학교 밖에서 살 수 있는 아이들만의 몫이 된다. 누구에게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뉴욕이 한국에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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