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천재 물리학자가 될 수 있을까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6. 9. 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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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인공지능(AI) 관련 놀라운 뉴스가 많았다. 오픈에이아이는 최신 모델 '지피티(GPT)-6 아스트라'가 인간 인증 시스템을 허물어뜨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미공개 모델이 90여년 동안 풀지 못한 수학 난제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존재성과 매끄러움 문제'를 해결했다며 165쪽에 이르는 증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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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수학자 마르셀 그로스만(사진)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 때 필요했던 수학을 알려줬다. 아인슈타인이 아니었다면 그가 일반상대성이론에 기여할 일은 없었겠지만 아인슈타인은 다른 수학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직 물리학에서 인공지능(AI)은 그로스만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주에는 인공지능(AI) 관련 놀라운 뉴스가 많았다. 오픈에이아이는 최신 모델 ‘지피티(GPT)-6 아스트라’가 인간 인증 시스템을 허물어뜨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미공개 모델이 90여년 동안 풀지 못한 수학 난제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존재성과 매끄러움 문제’를 해결했다며 165쪽에 이르는 증명을 내놓았다. 아직 ‘인간’ 수학자들의 검토와 인정 과정이 남아 있다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학올림피아드 문제를 풀던 수준이었던 걸 생각하면 수학계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걱정이다.

그런데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에는 인공지능이 여전히 고전 중인 분야를 다룬 심층기사가 실렸다. 바로 물리학이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라는 말에서 과학은 물리학을 뜻할 정도로 수학과 물리학은 떼어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물리학을 정복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은데 왜 버거워한다는 것일까.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단백질 접힘 예측 프로그램인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일명 ‘아인슈타인 테스트’를 제안했다. 인공지능인 대규모언어모델로 1911년 이전의 물리학 지식을 학습시킨 뒤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자는 것이다. 만일 인공지능이 성공한다면 진정한 인공일반지능(AGI)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여러 팀이 아인슈타인 테스트를 비롯해 인공지능으로 여러 물리학 이론을 재현하는 시도를 했지만 다들 실패했다고 한다. 즉 17세기까지 축적된 행성계 데이터를 학습해도 뉴턴의 중력 법칙을 생각해내지 못했고 1900년 이전 데이터를 배우고 광양자 효과 같은 힌트를 얻어도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 딥마인드의 톰 자하비 연구원은 ‘대규모언어모델은 도약할 수 없다’며 수학과 물리학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수학은 논리를 바탕으로 구축되므로 많은 경우의 수에서 논리적 관계를 따져 가장 가능성이 큰 해결책을 찾는 대규모언어모델이 도전할 수 있지만 물리학의 발견은 자연 현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창조하는 과정이라 관련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학습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수학은 해석을 표현하는 수단(형식)일 뿐이다.

엘리베이터 자유 낙하 상황이라는 사고실험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아인슈타인은 이를 수식화하기 위해 친구인 수학자 마르셀 그로스만의 도움을 받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규모언어모델은 수학 지식을 동원해 수많은 데이터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낼 수는 있지만 아인슈타인처럼 물리적 직관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창발적인) 개념을 떠올리지는 못한다.

양자역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접하는 ‘슈뢰딩거(파동) 방정식’ 역시 1925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그 아이디어를 도대체 어떻게 떠올렸는지가 지금도 미스터리다. 슈뢰딩거 평전에는 그의 창조력을 폭발시켰다는 복잡한 애정관계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결혼 생활 중 빈에 사는 예전 여자 친구(끝내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와 함께 스위스 아로사로 크리스마스 밀월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완성한 게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이란 얘기도 전해진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물리학(physics)의 발견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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