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어업의 브로커들] ②“빌런은 수협”…불법을 부르는 ‘선원관리 계약서’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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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18명이 처음으로 한국 어선에 올랐습니다.
김 씨가 일하는 회사처럼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 외국인 선원을 공급·관리하려면 반드시 수협중앙회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뉴스타파는 수협중앙회와 송입업체가 맺는 '외국인 선원 관리 기본 계약서'를 입수했다.
선원 이주노동자의 높은 이탈률은 과도한 송출비용과 그로 인한 채무상태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임금, 한국인 선원과의 임금차별 등 고용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임금체불, 폭행 등 위법적이거나 장시간 노동, 열악한 생활시설, 잦은 산업재해 등 취약한 노동환경에서 기인함에도(중략) 「외국인선원관리지침」 제13조와 「어선외국인선원운용요령」 제14조 조항은 선박소유자와 송입업체에서 이탈을 막고자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를 강행할 수 있는 요소가 되므로, 해당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고, 이탈에 대해서는 고용정책의 구조적 문제 및 취약한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계속 근로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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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18명이 처음으로 한국 어선에 올랐습니다. 그로부터 30년. 어촌 인구 감소와 인력난 속에서도 오늘날 K-수산업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성장을 떠받쳐 온 건 이주 어선 노동자들입니다. 한국 어선에 오르는 선원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현실은 ‘코리안 드림’과는 거리가 멉니다. 열악한 처우와 불공정 계약, 한국행 비행기에 타기 전부터 떠안아야 하는 막대한 비용. 그 뒤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 비용과 책임을 선원에게 전가하는 다단계 착취 구조가 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온 외국인 선원들이 잡아 올린 생선이 오늘도 우리의 식탁에 오릅니다.
뉴스타파는 인도네시아 현지 독립언론 자링(Jaring.id), 글로벌 비영리단체 환경정의재단(EJF) 등과 함께 한국 이주 어선 노동자들을 둘러싼 먹이사슬을 추적해 연속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우리 바다에서 잡힌 생선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부산공동어시장. 취재팀은 이 어시장이 있는 부산 남항에서 김민수(가명)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외국인 선원을 한국으로 데려와 어선에 배치하고 관리하는 인력중개업체, 이른바 '송입업체'에서 일한다.
뉴스타파는 <K-어업의 브로커들> 1편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부디(가명·39세) 씨가 2023년 한국 어선에서 일하기 위해 약 1300만 원을 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큰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팀은 여러 송입업체 관계자들을 접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수협과의 계약관계 때문에 언론 인터뷰를 꺼렸다. 오랜 설득 끝에 김 씨를 포함한 몇몇 관계자가 취재에 응했다.

송입업체 직원 김민수 씨가 하는 일은 단순히 외국인 선원을 데려와 선주에게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선원에게 임금체불이나 폭력, 사업장 변경 사유가 발생하면 선원과 선주 사이를 중재하고 해결한다. 한국말이 통하지 않는 선원 때문에 답답한 선주들의 전화를 받는 것도 그의 몫이다.
“바다라는 게 새벽에 들어와서 바로 나가고 하다 보니까 전화가 24시간 와요.” 전화로 해결이 안 되면 직접 현장으로 간다. 전국 항구를 돌아다닌다. 1년에 8만 킬로미터씩 운전한다.
송입업체는 외국인 선원 도입과 관리로 돈을 버는 민간 사업자다. 그런 업체에서 일하는 김 씨는 현행 외국인 선원 관리제도에 고액의 송출비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협중앙회’의 역할을 문제 삼았다.
빌런은 수협이죠. 시스템이 바뀌어야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이 되지,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은 정부와 수협이거든요. 육상 같은 경우는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런데 유독 바다는 바뀌질 않아요. 수협은 이 구조 다 알거든요. 특히 외국인 선원 같은 경우는 수협에서 독점적으로 관리를 해요.
- - 김민수(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수협 → 송입업체…다단계 구조의 첫 고리 ‘선원 관리 계약서’ 입수
김 씨가 말한 수협의 ‘독점적 관리’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외국인선원제의 다단계 운영 구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선원을 한국에 데려오는 과정은 ‘해양수산부-수협중앙회-송입업체-송출업체’로 이어지는 4단계를 거친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수협중앙회에 제도 운영을 위탁하고, 수협은 국내 송입업체에 실무를 맡긴다. 송입업체는 다시 해외 송출업체를 통해 현지에서 선원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불어난 각종 비용은 가장 밑단, 선원에게 부과된다. 2편에서는 이 중 첫 번째 고리인 ‘수협과 송입업체 간 계약’을 들여다봤다.
김 씨가 일하는 회사처럼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 외국인 선원을 공급·관리하려면 반드시 수협중앙회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처럼 수협과 계약을 맺고 있는 송입업체는 모두 18곳이다.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이란? 태평양 등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선과 달리 대한민국 해역에서 생선을 잡는 대형 어선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갈치, 고등어가 이 배에서 잡힌다. 외국인 어선원의 절반 이상인 약 1만 명이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고 있다.
수협은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는 선주들이 소속된 수산업 종사자들의 협동조합이다. 선주의 이익을 대변할 목적을 가진 이 조직이 정부로부터 외국인선원제 운영 업무를 위탁받은 셈이다. 실제 선원 도입과 관리는 다시 민간 송입업체가 맡는다.
뉴스타파는 수협중앙회와 송입업체가 맺는 ‘외국인 선원 관리 기본 계약서’를 입수했다. 그동안 외부에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문건이다. 취재팀은 2011년부터 이주 어선원 인권 문제를 다뤄온 공익인권법센터 어필과 함께 계약서 내용들을 분석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계약서 전체를 검토한 뒤 이렇게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불공정하고, 송입업체한테 특히 재정적인 부담과 관련돼서 책임을 떠넘기는 계약이다."
계약서에서 스무 번 넘게 언급되는 단어, ‘이탈’
계약서를 넘기다 보면 유독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이탈’이다. 스무 번이 넘게 등장한다. 외국인 선원이 배에서 도망가지 않게 막는 일. 계약서는 ‘이탈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게 송입업체 평가표다. 수협은 매년 송입업체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각 업체에 주어지는 다음 회차 외국인선원 도입 인원, 즉 쿼터가 달라진다. 100점 만점인 평가에서 가장 높은 배점인 40점이 연간 선원 이탈률에 달려 있다.

이탈률이 높으면 다음 해 데려올 선원의 수가 줄어든다. 역량평가 순위에서 최하위를 연속 두 번 받으면 계약이 해지된다. 한 번 계약이 해지되면 3년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외국인 선원을 데려와 관리하는 일로 돈을 버는 송입업체 입장에서는 ‘이탈률’이 곧 회사의 수익과 생존에 직결되는 셈이다.
반면 외국인선원들의 이탈을 막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감금, 폭행, 신분증 압수 등 인권침해 행위는 적발되면 건당 2점 감점에 불과하다. 송입업계 관계자 최용진(가명) 씨는 이 같은 평가 방식이 업체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수협의 평가가 보여주는 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탈을 막는 것이 관리업체가 살 길이다. 대신 법 위반으로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감금, 폭행 등 하다 눈치 없이 적발되지는 말라’는 거죠.
- -최용진(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수협이 이렇게 선원 ‘이탈’에 신경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외국인 선원이 이탈하면 선주는 당장 조업할 사람이 부족해진다. 배가 제대로 조업하지 못하면 수협을 통해 거래되는 어획물도 줄어들 수 있다. 선주도, 수협도 손해다. 김민수 씨는 “수협 입장에서도 이탈률이 높아져 조합원인 선주들이 조업을 못하면, 어획물 위판 수익(생선을 잡아 판 돈)이 줄어들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빚내서 온 한국…외국인 선원은 왜 이탈하나
그런데 이상하다. 1300만 원을 내고 한국에 온 ‘부디’ 씨뿐만 아니라,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약 1만 명의 외국인 선원 대다수는 한국에서 일하려고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온다. 인도네시아의 월 최저임금 약 20만 원으로 계산하면 5년 치 임금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이 돈을 부담하기 위해 현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다. 각종 비용과 선이자를 떼기에 실제 대출금은 송출업체에 내는 돈보다 크다. 이 빚을 갚으려면 최대한 일해야 할 텐데, 왜 배를 떠나는 걸까.
김민수 씨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고된 노동강도가 주 이유라고 말했다. 먼 바다로 나가 20여 일 이상 체류하는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을 타는 어선원들의 근로시간 상한이나 최소 휴식시간을 정하는 법이 실질적으론 없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대신 선원법을 적용받지만, 어선에 대해서는 근로시간·휴식시간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앞다투어 일하고 싶어 하는 노동 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왜 이탈하겠습니까? 이탈할 이유가 없죠. 선원들이 이탈하는 곳이 유독 있어요. 그쪽에는 선원들을 공급을 안 해야 맞는데… 가면 선원들은 이제 죽어나는 거예요. 정말 연락 없이 이탈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수의 친구들은 이탈하기 전에 시그널을 보냅니다. ‘힘들어요’, ‘다른 데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안될까요’. 선원들이 하는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비슷하거든요.
- - 김민수(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인도네시아 출신 전 한국 어선원 아마드(가명) 씨도 국제협업팀과의 인터뷰에서 극한의 기상 상황, 위험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아슬아슬하게 일하던 날들을 떠올렸다.
급여는 제때 나오지 않고, 극한의 날씨 속에서 일해야 하고, 근무 시간은 길어요. 가끔 잠을 못 자면 일하면서 잠이 들기도 하고, 계속 일하다 보면… 졸리는 상태에서 일하면 당연히 위험하죠. 일도 너무 많고, 사장님도 너무 위험을 감수해요.
- -아마드(가명) 씨 / 인도네시아 출신 전직 한국 어선원
범죄 부추기는 수협의 ‘이탈률’ 중심 평가
선원들을 배에서 떠나게 만드는 노동환경의 개선 책임과 권한은 선주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수협중앙회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 있다. 하지만 수협의 계약서에서는 선원 이탈 방지와 사후 처리의 책임 대부분이 송입업체 의무로 규정돼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송입업체는 선원 이탈방지대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선원이 이미 도망갔다면 소재를 파악해야 하고, 출국 조치에도 관여해야 한다. 만약 선원이 이탈해 선주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송입업체가 배상책임도 진다.
송입업계 관계자 김민수 씨는 “단순히 (노동)환경적인 부분 때문에 선원들이 이탈을 했음에도 그것(책임)들을 업체에게 전가를 하는 부분은 사실 모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입업체는 수사기관도, 출입국 당국도 아니다. 수협이 아무런 법적, 행정적 권한이 없는 민간업체 직원에게 도망간 선원의 소재 파악과 출국 조치까지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탈 선원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송입업체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 송입업체 임직원들은 원래 일하던 배에서 이탈한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을 찾아 검은색 승합차에 태웠다. 이후 호텔과 사무실 등지에 사흘간 가둔 뒤 본국 인도네시아로 출국시키거나 출입국 당국에 넘겼다.
법원은 이들에게 ‘특수감금’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 동기를 이렇게 적었다. “근무지 이탈률을 낮춰 수협중앙회의 역량평가에서 불이익을 면할 목적.”
물론 계약상 부담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감금은 명백히 송입업체 임직원들의 범죄다. 다만 이 사건은 이탈률 중심의 송입업체 평가와 제재가 업체의 불법행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특수감금’ 1년 전, 인권위는 이미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1년 전인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수협의 이탈률 중심의 송입업체 평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탈률에 높은 배점을 두면 송입업체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무리한 이탈 방지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선원들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법도 제시했다. 선원이 떠나지 못하게 할 게 아니라, 떠날 이유를 줄이라는 것. 즉, 이탈을 막으려면 송입업체에 이탈 전 선원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미 이탈한 선원을 추적할 의무를 지울 게 아니라, 해양수산부와 수협이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률 배점을 40점으로 높게 설정한 내규 조항도 삭제하라고 구체적으로 권고했다.
선원 이주노동자의 높은 이탈률은 과도한 송출비용과 그로 인한 채무상태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임금, 한국인 선원과의 임금차별 등 고용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임금체불, 폭행 등 위법적이거나 장시간 노동, 열악한 생활시설, 잦은 산업재해 등 취약한 노동환경에서 기인함에도…(중략) 「외국인선원관리지침」 제13조와 「어선외국인선원운용요령」 제14조 조항은 선박소유자와 송입업체에서 이탈을 막고자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를 강행할 수 있는 요소가 되므로, 해당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고, 이탈에 대해서는 고용정책의 구조적 문제 및 취약한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계속 근로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 할 수 있다.
- - 국가인권위원회 ‘선원 이주노동자 모집 과정에서 공공성 강화 및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 결정문 / 2021. 7. 26.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뉴스타파가 현재 관련 내규를 확인한 결과, 인권위가 지적한 조항들은 수정되거나 삭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규를 바탕으로 만든 선원관리 계약서도 마찬가지다.
김종철 변호사는 수협의 평가 기준을 바꾸지 않는 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선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신분증 압수, 이탈보증금 부과 같은 인신매매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디 씨가 낸 1300만 원 중 600만 원가량은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면 돌려받지 못하는 돈, ‘이탈 보증금’이었다.
이탈 보증금을 부과하고 이탈에 관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탈을 막거나, 임금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이탈을 막는다면 이런 것들이 전부 인신매매로 이어지는 거거든요. 강제 노동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이탈(방지는)은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면 안 되고, 결국은 노동 조건 향상으로 접근을 해야 되는 건데요. 온통 이탈에 대해서 제재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하니까 결국 송입업체 입장에서는 자기 이익과 관련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탈을 막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장치들을 두겠죠.
- - 김종철 변호사 /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선임연구원
선원 체불임금까지 송입업체가 대신 낸다
수협이 송입업체에 지우는 부담은 선원 이탈에 따른 손해배상만이 아니다.
계약서에 따르면, 송입업체가 수협과 계약을 맺으려면 먼저 ‘성실한 이행에 대한 보증금’ 명목으로 현금 3000만 원을 수협에 맡겨야 한다. 선원 체불임금이나 이탈이 발생하면 이 돈에서 먼저 차감된다. 계약 종료 사유가 발생한다면 보증금은 원칙적으로 수협에 귀속되며, 돌려받으려면 한 달 안에 후임 업체를 구해 수협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선원이 입국한 뒤 수협이 2박3일간 선원 교육을 하는데, 이 교육비(1인당 21만 원)도 송입업체가 낸다. 선원이 배에 도착할 때까지 드는 교통비와 체류비, 다른 배로 옮기기 위한 사업장 변경 비용 등도 송입업체 부담이다. 선원의 체류 관련 서류 처리와 임금 관리, 분쟁 조정, 민·형사 사건 대응도 송입업체의 업무다. 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송입업체는 평균 직원 10명도 되지 않는 소기업이다.
송입업계 관계자 최용진 씨는 수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수협은 빌런이 맞습니다. 송입업체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 출혈 경쟁으로 몰아가죠. 자기들은 다른 부서로 가면 그만이라면서, 송입업체는 생존이 걸렸으니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지 수협중앙회에 뭔가를 요구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 -최용진(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송입업체가 계약서상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선원 1명당 현지 송출업체에서 받는 4만 5천 원과 선주에게서 받는 1만 원, 합쳐서 월 5만 5천 원 남짓이다. 업체당 선원 100명을 관리한다고 해도 55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돈으로 이 모든 책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뉴스타파는 답을 찾는 과정에서 계약서 속 또 다른 항목과 마주쳤다. 바로 ‘송출비’다.
송출비 상한 4900달러, 항목은 제각각인데 합계는 똑같다
송출비는 외국인 선원이 한국에 오기 전, 해외 현지 송출업체(현지에서 한국행 선원을 모집·채용하는 업체)에 내는 돈이다. 항공료, 일자리 소개 수수료, 교육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계약서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이 송출비의 상한을 미화 4900달러로 정해뒀다. 우리 돈으로 약 700만 원이다. 이탈보증금과 달리, 송출비는 업체가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다. 부디 씨가 낸 1300만 원 중 이탈보증금 600만 원을 뺀 나머지가 바로 이 송출비다.
그동안 수협이 정한 송출비 상한선은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다. 선원을 채용하는 과정에 드는 실비라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수협은 이 같은 비판에 해수부 지시에 따라 상한선을 정했고 여러 차례 이 상한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900달러도 외국인 선원들에게는 큰돈이다. 인도네시아 선원 부디(가명) 씨의 고향 최저임금으로 따지면 2년 치에 해당한다. 부디 씨는 이 돈을 마련하려 부모님 소유의 논을 임대하고, 이웃에게 돈을 빌렸다. 다른 선원들은 보통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4900달러는 어떻게 정해진 숫자일까. 뉴스타파는 현지 송출업체가 선원에게 받은 돈의 세부 내역을 적어 수협에 제출하는 '송출비 내역확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내역서에는 현지 건강검진비, 합숙교육비, 항공료, 현지업체 수수료, 국내 사후관리비 등 13개 항목과 각각의 금액이 적혀 있었다. 합계는 정확히 송출비 상한인 4900달러였다.
송입업계 관계자는 세부 항목과 금액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한선인 4900달러에 맞춰 항목을 끼워 넣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세부 항목(별 금액)은 업체마다 크게 다릅니다. 현지 업체 수수료는 500달러부터 1,400달러까지 거의 3배 차이가 납니다. 국내 관리업체 사후관리비도 1,300~2,070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고요. 모집비·교육비·물품구입비도 업체마다 수백 달러씩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종 합계는 모두 정확히 4900달러입니다. 결국 끼워 맞추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거죠.
- -최용진(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송출업체가 낸다던 돈, 정작 선원 주머니에서
외국인 선원이 낸 송출비의 13개 항목 중 가장 액수가 큰 건 국내 ‘관리업체 사후관리비’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사례에서는 1,800달러가 적혀 있었다. 우리 돈으로 약 260만 원. 전체 송출비의 3분의 1이 넘는다.
무슨 돈일까. 이 돈의 정체는 수협중앙회와 송입업체가 맺는 선원관리 계약서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계약서에는 국내 송입업체가 선원 한 명당 매달 최대 4만 5천 원의 ‘사후관리비’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사후관리비의 지급 주체는 현지 송출업체다.
그런데 송출비 내역확인서에는 이 사후관리비가 ‘선원’이 부담한 송출비에 포함돼 있었다. 계약서상 현지 송출업체가 내야 할 돈을, 실제로는 선원이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매달 4만 5천 원이 아니라, 계약기간 4년 10개월 치 전액을 한국에 입국하기도 전에 일시불로 냈다.

이 관리비를 누가 냈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선원법 때문이다. 외국인선원제를 다루는 법과 지침 중 가장 상위 법인 선원법 제111조는 선원을 모집·채용·관리하는 자가 어떤 명목으로든 선원 본인에게서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 국내 일부 송입업체가 외국인 선원들에게서 직접 사후관리비를 받다가 선원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지금은 선원 → (현지 송출업체)→ 국내 송입업체로, 경유지가 하나 늘었을 뿐이다.
김종철 변호사는 이 같은 구조 역시 선원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송입업체는 (외국인선원 관리 기본계약서) 6조에서 또 송출비 내역 확인서에서 보면 송출업체한테 받도록 하고, 또 송출업체는 선원한테 받도록 한 거잖아요. 이거는 사실은 현행법 위반이죠. 형사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거거든요. 계약서를 이것(송출비 내역 확인서)과 같이 읽으면 결국은 송입업체가 결국 제3자를 통해서 이주 어선원들한테 돈을 받는 구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직접 받든 간접적으로 받든 이건 현행법 위반은 맞는 거거든요.
- - 김종철 변호사 /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선임연구원
해양수산부도 과거 이 문제를 지적했다. 2020년 수협중앙회 정기종합감사에서 해수부는 송입업체의 ‘국내 사후관리비를 고용주나 수협이 부담하거나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선박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송입업체의 선원 사후관리비용(월 4만 5천 원), 수협중앙회의 입국 후 선원 교육비용(21만 원) 등을 사실상 외국인 선원이 부담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수협은 이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 송입업체에게 가는 선원 사후관리비는 여전히 선원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작 선원을 고용한 선주가 송입업체에 내는 관리수수료는 선원 한 명당 월 1만 원이다. 2008년 이후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최용진 씨는 송입업계 관계자들이 수협중앙회에 여러 차례 선주 부담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지만 선원 반발이 커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매년 선주 부담 관리수수료를 조금씩 올렸더라면 외국인 선원 개인이 부담하는 송출비는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 “다른 제도보다 이탈률 낮아…외국인선원제 우수해” 자평

뉴스타파는 수협중앙회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계약서에 담긴 문제 조항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수협은 대면 인터뷰를 거절하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수협은 먼저 선원관리계약이 해수부와의 협의를 거쳐 운영되고 있으며, 송입업체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탈률 중심 평가는 불법체류를 줄이기 위한 조치이며, 이탈 방지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확인되면 해당 업체를 제재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수협은 "E-9(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허가제)등 다른 외국인력 제도와 달리, E-10 외국인선원제도는 민간 관리업체를 통해 입국부터 배치, 고충처리 및 이탈자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사후관리를 실시"한다며 "다른 외국인력제도보다 이탈률을 비롯한 사후 관리가 보다 철저해 제도 운영의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업체마다 송출비 세부항목이 다른데도 합계가 똑같은 이유에 대해서는, “나라와 업체마다 사정과 비용구조가 달라 개별 항목의 적정성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후관리비가 선원에게 전가돼 선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계약상 송출업체가 송입업체에 지급하는 돈이라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수협중앙회는 송출비 상한을 4900달러로 정한 산정 근거와 국가인권위 권고 이후에도 이탈률 배점을 40점으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부디 씨가 낸 1300만 원의 행방…송입업체를 움직이는 또 다른 계약
다시 인도네시아 선원 부디 씨가 한국 배를 타려고 낸 1300만 원으로 돌아가 보자. 약 700만 원은 송출비였다. 나머지 600만 원은 근무지를 이탈하면 받지 못하는 이탈보증금이었다.
이렇게 큰돈이 오가는데도, 앞서 확인했듯 송입업체가 공식적으로 받는 돈은 월 5만 5천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3000만 원 보증금에 체불임금 대지급, 이탈 손해배상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답은 수협과의 계약서 밖에 있었다. 송입업체와 해외 송출업체 사이에 맺어진 또 다른 계약이다.
뉴스타파는 다음 편에서 다단계 착취 구조의 두 번째 고리, 국내 송입업체와 해외 송출업체 사이의 계약을 추적한다.

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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