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관람객 수 채우려?’…여수섬박람회 ‘공무원 동원’ 논란

전남광주본부=정성환 기자 2026. 9.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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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초기 극심한 흥행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섬박람회)가 공무원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직원들의 섬박람회 관람을 출장 처리하고 여비까지 지급하는 내용의 공문을 업무와 무관한 직원에게까지 발송하면서다.

공문에는 "섬박람회 성공 개최와 직원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박람회 방문·관람 시 출장 처리가 가능함을 알려드리니, 부서장께서는 직원들의 많은 참여를 권장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남광주시가 섬박람회를 '특별시 전 실·국 행사'로 정하고 각종 행사와 사회단체 견학을 여수 단체 관람으로 연결하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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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시, 본청·산하 기관 직원에 ‘관람 권장’ 공문 발송
업무 연관성 막론하고 영수증만 내면 출장 인정·여비 지급
시 “기존 국제행사에도 적용했던 방식…공무원 동원 아냐”

(시사저널=전남광주본부=정성환 기자)

개막 초기 극심한 흥행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섬박람회)가 공무원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직원들의 섬박람회 관람을 출장 처리하고 여비까지 지급하는 내용의 공문을 업무와 무관한 직원에게까지 발송하면서다. 지역관가 안팎에선 이를 사적 관람에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행정력 남용과 함께 저조한 섬박람회 관람객 수를 행정조직의 동원과 혈세로 채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섬박람회 구경하면 출장비 준다?…혈세 낭비 '관람객 부풀리기' 의혹

15일 전남광주시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지난 10일 '섬박람회 관람 권장 및 복무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행정지원과장 명의로 옛 전남도 본청(무안청사)과 직속기관, 사업본부·사업소등에 보냈다.

수신 대상자는 담당 업무와 관계없이 기관 소속 모든 직원이다. 전남광주특별시 총 공무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 1100여명에 달한다.  

공문에는 "섬박람회 성공 개최와 직원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박람회 방문·관람 시 출장 처리가 가능함을 알려드리니, 부서장께서는 직원들의 많은 참여를 권장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섬박람회 입장권이나 행사장 내에서 결제한 영수증을 부서 서무 담당자에게 제출하는 등 복무사항을 준수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유의사항에서 무분별한 출장 방지를 위해 증빙 불가 시 출장 취소 후 연가 처리한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시청 소속 공무원이 일과시간 중에도 관람이 가능하며 소정의 교통비와 일비 등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문에는 유의사항이 있을 뿐 불참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나와 있지 않았다. 

전남광주시가 지난 10일 무안청사와 산하기관 등에 보낸 '섬박람회 관람 권장 및 복무사항 안내' 공문. ⓒ전남광주시/경향신문 제공

부서장에 '일정 분산' 주문…강제동원 '분위기' 조성 지적도

문제는 박람회 관람을 정당한 공무 수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실제 관람 목적과 업무 수행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은 사적인 일에 시간을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도 공무와 무관한 사항은 출장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복무규정상 공무와 무관한 일은 출장 처리가 불가능함에도 행정 조직이 앞장서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입장권이나 결제 영수증만으로 출장을 인정한다면 공무원의 섬박람회 사적 관람에 국민의 혈세로 출장비까지 쥐어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문에는 섬박람회장 현장에서의 부서별 업무추진 계획도 없어 일단 인원 동원만 해놓고 보자는 묻지마식 동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또 다른 논란도 제기된다. 부서장에게 직원 참여를 독려하도록 하는 내용이 공문에 담겨 사실상 강제동원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공문은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특정 기간에 집중되지 않도록 관람 일정을 분산하라'고 안내했다. 시청 안팎에선 이를 개인의 자율적 관람이 아니라 부서별로 업무 공백을 조정해 참여시키는 조직 동원 방식으로 보고 있다.

이 공문은 지난 9일 행정부시장 주재 회의에서 마련한 '관람객 유치 대책' 후속 조치로 나왔다. 전남광주시가 섬박람회를 '특별시 전 실·국 행사'로 정하고 각종 행사와 사회단체 견학을 여수 단체 관람으로 연결하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흥행 부진에 빠진' 섬박람회…대규모 행사 때마다 되풀이

이 같은 무리수 행정(?)의 배경에는 국비와 지방비 등 총사업비 713억 원이 투입된 여수세계섬박람회의 극심한 흥행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수섬박람회는 전남광주 통합 이후 처음 열리는 국제행사로 오는 11월4일까지 61일 간 300만명 유치계획으로 지난 5일 막을 올렸다. 하지만 현재 누적 관람객은 10만 명대로, 목표치의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면 결국 볼거리 부족과 서비스 불만으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자 행정 조직과 공무원을 동원해 실적을 부풀리려 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SNS 등에서는 볼거리 부족과 불편한 운영을 지적하는 의견과 예상보다 볼만했다는 반응도 나오며 관람객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전직 공무원 A씨는 "보고 싶은 행사라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가고 알아서 입소문도 낸다"며 "출장 처리까지 하면서 공무원을 동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행사 흥행이 부진하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섬박람회 관람을 위해 수백명의 직원들이 평일에 자리를 비우고 여수까지 왕복 2~3시간을 차로 이동해야하는 상황으로, 이로 인해 행정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남광주시는 이번 조치가 기존 국제행사에도 적용한 방식을 적용한 것이지 섬박람회 흥행을 위한 의도적 공무원 동원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언론에 "기존 국제행사 때도 현장 체험으로 보고 동일하게 출장 처리했고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조치도 기존 사례의 연장선"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옛 전남도는 전남광주 통합 전인 2023년 7월 '도 주관 국제행사 참석 시 복무처리 확대 안내' 공문을 발송한 적이 있다. 당시 공문은 기존에 주관 부서 소속이거나 공식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만 인정하던 출장을 도 주관 국제행사 참석자까지 확대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국제농업박람회 등 대규모 행사의 기획·운영 방식을 익혀 업무 역량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여수 돌산읍 진모지구 주 행사장 전경 ⓒ연합뉴스

'선례'이란 이름의 공무원 동원…"이제 그만"

그러나 지자체나 기관에서 '권장'이나 '협조' 형태로 요청했더라도 출장비 지급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가장한 사살상 강제 동원에 다름에 없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지역사회 일부에선 섬박람회 성공 개최와 직원 업무 역량 강화를 이유로 공무원 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늘 해온 일'이라며 정당화한 행정 문화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행정 최일선의 공무원들을 내세워 박람회 흥행에 불을 붙이겠다며 '관례'라는 외투를 입힌 낡은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는 얘기다. 

순천에 사는 한 시민 정아무개(63)씨는 "전남광주시의 해명은 잘못된 선례를 마치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세금이 공무원들의 '선심성 출장비'로 오용되는 주먹구구식 인력 동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철저한 반성과 행정안전부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전남광주시 관계자의 직접 해명을 자세히 듣기 위해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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