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항암치료 받았는데” 암이 아니었다…진단 내린 의사는 “이미 은퇴” [월드픽]

신진호 2026. 9. 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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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때 말기 뇌종양 진단을 받은 영국의 베키 존스(34)는 살아갈 날이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존스는 환자 40여명과 함께 장기간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받게 했다며 코번트리-워릭셔 대학병원(UHCW) 영국국민보건서비스(NHS) 지역 공공병원 운영 법인(트러스트)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는 BBC에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거라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항암치료를 받아오던 존스는 2024년 갑자기 담당의로부터 항암치료를 중단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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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11년간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지난해 암이 아닌 오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영국의 베키 존스. BBC 페이스북 캡처

21세 때 말기 뇌종양 진단을 받은 영국의 베키 존스(34)는 살아갈 날이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당시 그는 경찰을 꿈꾸고 있었고 연인과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였다. 인생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고 생각했다.

암 전문의의 진단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시로 구역질에 시달렸고,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도 힘들었으며 경력은 중단됐다. 늘 죽음의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의사의 예상과 달리 13년을 더 살았다. 기적이나 희망 같은 게 아니었다. 오진이었다. 암이 아니라 뇌염이었다.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존스는 환자 40여명과 함께 장기간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받게 했다며 코번트리-워릭셔 대학병원(UHCW) 영국국민보건서비스(NHS) 지역 공공병원 운영 법인(트러스트)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는 2012년 심한 편두통에 코번트리 대학병원을 찾았다. 따로 개인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뇌 조직검사도 받았다. 존스의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코번트리 대학병원의 이안 브라운 교수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존스에게 4등급 교모세포종 진단을 내렸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공격적인 뇌종양 중 하나다.

존스는 BBC에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거라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다”고 말했다.

존스는 브라운 교수로부터 항암제 테모졸로미드(TMZ)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고 들었다. 원래 지침은 6개월간 6주기 투여를 권고하고 있는 처방이다.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11년간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지난해 암이 아닌 오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영국의 베키 존스. BBC 페이스북 캡처

당시 존스는 여러 차례 촬영한 뇌 영상에서 종양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담당의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담당의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존스의 주장이다.

존스는 항암제를 복용하던 시절이 “끔찍했다”고 떠올렸다. 끊임없는 메스꺼움, 복통, 구내염,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염을 우려해 친목 모임이나 가족 행사는 거의 모두 피했다.

암 진단 전에 다니던 헬스장도 가지 못했고, 배우자와의 외식도 못 하게 됐다.

임신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두 아이를 낳았을 때 존스 부부는 기적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오랜 기간 항암치료를 받아오던 존스는 2024년 갑자기 담당의로부터 항암치료를 중단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존스는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고, 그저 브라운 교수가 은퇴했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궁금한 점은 담당 종양 전문의가 답변해 줄 거라고 했지만 정작 의사 이름은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2025년 5월에서야 자신이 암에 걸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됐다. 트러스트에서 브라운 교수가 관여했던 암 진단 사례들을 재검토하면서 드러난 사실이었다.

당초 존스의 진단명은 종양성 탈수초증이었다. 신경과 전문의가 강한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치료하는 염증성 질환이었다.

이안 브라운 교수. BBC 캡처(제공 받은 사진)

존스는 “저는 뇌종양에 걸린 적이 없었다. 오진을 받았다. 성인 이후 대부분을 아무 이유 없이 이 모든 치료를 받으며 보내야 했다”라면서 “사실상 브라운 교수가 내 인생을 망쳐놓은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브라운 교수의 다른 환자들도 몇 년에 걸쳐 TMZ를 투여받았고, 그 결과 심각한 건강 문제를 여럿 겪게 됐다고 BBC에 전했다.

한 환자는 이 약 때문에 불임이 됐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다른 환자는 불필요한 투약을 100주기나 받으면서 백혈병에 걸리고 말았다. 표준 권고인 6주기의 17배에 달하는 투약이었다.

영국 왕립내과의사협회(RCP)가 진행한 조사의 예비 결과에 따르면 이 병원 환자들은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TMZ를 장기간 투여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조사 보고서는 병원 직원들의 과실이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판단했다. 또 환자들이 10~15년 동안 경구 항암제를 계속 복용하는데도 항암제 담당 부서에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RCP 검토 보고서는 브라운 교수가 진단한 검토 대상 20건 중 15건에 대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또 TMZ 복용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와 기록 역시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BC는 브라운 교수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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