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이재명 정부 첫 지역문화 정책 발표… ‘공백 상태’ 인천시 정책 재설계해야
문체부, 5년 중장기 ‘지역문화 기본계획’ 발표
‘5극 3특’ 초광역 개편… 인천 ‘이중소외’ 우려
문화예산 0.91% 추락… 기초 재정·역량 한계
인천시, 개항장 유산·K-컬처 등 특화 연계

이재명 정부의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첫 중장기 정책이 마련돼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 정책 방향도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인천시는 정부의 ‘5극 3특 균형 발전’이라는 대전제에 대응하면서 그동안 ‘공백 상태’에 가까웠던 문화 정책을 기초부터 재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제3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2026~2030년)’을 발표했다. 지역문화 정책에 관한 5년 단위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제2차 기본계획(2020~2024년) 종료 이후 윤석열 정부 당시 후속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2년간 공백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가 마련한 첫 지역문화 중장기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문화가 있는 일상, 머물고 싶은 지역’이라는 비전으로 수립된 제3차 기본계획은 ▲기본이 튼튼한 지역문화생태계 조성 ▲협력형 체계 구축 및 문화자치 기반 확립 ▲생활권-초광역을 연결하는 문화 균형 성장 ▲문화로 풍요로운 지역의 미래 창조 등 4대 추진 전략과 16개 핵심 추진 과제로 구성됐다. 제3차 기본계획은 개별 행정구역 단위가 아닌 ‘5극 3특’ 기반의 초광역권을 중심으로 설정됐다는 점에서 이전 계획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중앙·광역·지방 협력 문화기본권 개념 도입
이번 계획에 따라 전국 기초자치단체는 모든 주민의 기본적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한 ‘문화기본권 보장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문화 정책은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단체로 분절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의 새로운 지역문화 정책은 각 기초단체의 문화기본권 보장계획을 중심으로 중앙·광역·기초 단위 다년도 정책 협약(2028~2030년)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문체부가 문화기본권 보장계획 정책 가이드라인과 국비를 지원하면, 인천시가 계획 컨설팅과 함께 재정을 매칭하고, 인천 각 기초단체는 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집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천문화재단과 각 기초문화재단이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천 기초단체 중 문화재단을 설립한 곳은 제물포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서해구에 불과하며 기초문화재단의 조직·재정 구조도 취약한 상황이다.
이처럼 문체부가 설정한 중앙·지역 협력 네트워크는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통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문체부는 각 시도 협력위원회 기능 실질화를 위해 1년 단위로 활동 내역을 중앙협력위원회로 제출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인천시 지역문화진흥 조례’가 규정한 지역문화 정책 민·관 기구인 인천시문화협력위원회를 아직 구성하지 않고 있다.
문화 예산 0.91%… 재정 확충 될까
문화·예술 예산 비중 ‘0%대’라는 오명을 쓴 인천시 문화 재정 또한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 인천시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 예산 비중은 본예산 기준 2023년 1.20%(1천478억원), 2024년 1.30%(1천668억원), 2025년 1.39%(1천832억원)에서 올해 0.91%(1천227억원)까지 떨어졌다. 문체부는 지역문화진흥법상 지역문화진흥기금 조성을 유도하고자 기금을 설치·운용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사업에 가점을 부여하고, 기금 조성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문체부는 민간기부와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재원 확충 방안도 제시했다.

인천시는 제3차 기본계획에 따른 ‘제3차 인천시 문화진흥 시행계획(2026~2030년)’을 수립 중이다. 인천시 제3차 시행계획 또한 제3차 기본계획과 마찬가지로 2년간 공백이 있다. 공백 기간 인천시 문화 정책이 체계적으로 수립·운영되지 않고, 제도적 기반까지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인천시는 정부 계획과 동시에 진행한 제3차 시행계획을 빠르면 연말께 문체부에 제출하고 확정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인천연구원과 공동으로 제3차 시행계획의 초안을 마련했고, 민선 9기 시책도 반영한 상황”이라며 “제3차 시행계획을 수립하면 계획에 맞춰 신규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5극3특’ 기조, 수도권 속 인천은 ‘문화 불모지’
문화체육관광부가 15일 발표한 ‘제3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균형 발전’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책 단위를 초광역권으로 넓히고 비수도권 중심의 신규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진단과는 별개로 인천은 수도권으로 묶여 있으면서 오랫동안 ‘문화 불모지’라 불리고 있다. 인천시가 정부의 새로운 지역문화 진흥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5극 3특’ 구조 속 인천의 ‘이중소외’ 문제를 해소할 논리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문체부 지역문화협력위원이기도 한 손동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은 제3차 기본계획에 대해 “그동안 지역문화 정책은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를 안고 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초광역권으로 가면 그 틀은 느슨해진다”며 “결국 기초단체의 문화자치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지역 주도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천 지역 기초단체도 주도적인 문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인 셈인데, 문제는 이번 제3차 기본계획은 비수도권 중심으로 각종 세부 사업이 설계됐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속 인천의 문화 기반이 탄탄하다고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제3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인천시의 문화기반시설 수는 126개로 전남광주특별시 통합 전인 전국 17개 시도 중 12위(전국 평균 196개)이고, 인구 100만명당 문화시설 수는 42개로 전국 최하위(전국 평균 65개) 수준이다. 문화 인프라 뿐 아니라 문화활동 지표 상당수도 전국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손 사무처장은 “같은 수도권이라도 인구 900만명의 서울시, 1천200만명의 경기도와 300만명의 인천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고, 수도권 안에서 인천이 다시 소외되는 구조”라며 “앞으로 정부는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은 물론 모든 계획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도를 적용할 것인데, 그 구도가 아닌 수도권 안에서의 인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부터 고민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대문화유산 등 인천 특화 정책 중요
결국 인천 특화 정책이 중요하다. 인천시는 문체부 제3차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중점 추진 과제’를 제출했고, 이번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근대문화유산 밀집 지역을 ‘유산지구’로 지정하고, 인천지역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활용하는 등 ‘지역문화유산 발굴·활용’, 문학 K-컬처 클러스터 조성 등 ‘K-콘텐츠 산업 기반 확충’, 평화관광과 개항장·산업유산 등 ‘차별화된 로컬 관광 콘텐츠 발굴’, ‘문화돌봄’ 등 과제가 눈에 띈다.
인천시는 제3차 기본계획에 반영된 중점 추진 과제를 중심으로 ‘제3차 인천시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2026~2030년)’을 수립할 예정이다. 인천시 제3차 시행계획 수립 연구를 진행 중인 인천연구원 최영화 도시사회연구부장은 “제물포구 등 다른 지역에는 없는 지역 문화 자산과 콘텐츠 육성을 정부 정책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체부가 내달부터 권역별 제3차 기본계획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인데, 정부가 애초 수도권에 5만석 규모로 조성한다고 공약한 ‘K-컬처 아레나’(복합문화 돔구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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