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우량 딜'마저 대형사로…증권사 양극화 더 짙어진다
부실 부담 남은 중소형사 신규 영업 제약…건전성 규제도 부담
기업금융·특화사업으로 눈 돌려…자본효율 높여 활로 모색

중소형 증권사의 핵심 먹거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마저 대형사 쏠림이 심해지면서 증권업계의 양극화가 더 짙어지는 모양새다. PF 부실 정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규 자금이 대형·우량 사업장에 집중되면서 대형 투자은행(IB)의 PF 영업 기회도 커지고 있다. 반면 과거 부실 PF 부담이 남은 중소형사는 새 사업을 따낼 여력까지 줄면서 PF 시장이 회복될수록 대형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는 올해 상반기 8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증시 호황으로 전반적인 실적은 개선됐지만 리테일 영업기반과 자본력을 갖춘 대형IB가 수혜를 크게 누린 데 비해 중소형사는 부동산금융 부진이 이어지며 회복 속도가 더뎠다. 특히 부동산금융 인수·확약 영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는 부실 PF 회수와 손실 인식이 길어질수록 다른 사업에서 이를 만회하기 어렵다.
올해 6월 말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는 5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 감소했고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비율도 2023년 말 59.8%에서 49.6%로 낮아졌다. 대형IB는 2023~2024년 대규모 충당금과 손상비용을 반영한 뒤 우량 PF를 중심으로 신규 취급을 재개했지만 중소형사는 기존 부실 PF 회수와 손실 인식이 이어지면서 단순 금융주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PF 부실이 걷히더라도 중소형사가 과거처럼 부동산금융을 다시 늘리기는 쉽지 않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에 사업성 평가 강화까지 겹치면서 대형 시행사·시공사가 참여하거나 핵심 입지에 있는 사업장으로 신규 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신규 PF 채무보증의 건당 평균 최초 약정액은 2022년 이전 200억원 안팎에서 지난해 527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아파트와 업무용 오피스 비중도 50.4%에서 67.1%로 높아져 자본력과 조달 능력이 신규 사업 확보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규제 강화도 중소형사에는 부담이다. 지난 7월부터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이 사업 단계와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차등 적용되고 부동산 투자한도 대상도 확대됐다. 내년에는 유동성 규제가 강화되고 2027년부터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한 건전성 규제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어서 자본이 적은 중소형사가 과거처럼 PF에 자금을 집중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중소형사들은 PF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금융과 특화 사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규모는 2022년 9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주식자본시장(ECM)·부채자본시장(DCM)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사례도 늘었다. 투자자산에 자기자본이 장기간 묶이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금융사가 자금을 나눠 부담하는 신디케이션과 인수한 자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셀다운을 활용해 자금 회수 속도를 높이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여밀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는 자본 제약을 고려해 자산운용 효율화와 특정 영역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7년부터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기준의 건전성 규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으로 자본 부담 확대에 대응한 리스크 관리 및 자본 운용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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