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매대에 카메라를 달았더니"…GS리테일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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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들른 동네 GS25. '민음사빵'을 찾기 위해 화제의 신상품을 모아 놓은 매대 앞을 서성이자 매대 프레임에 장착된 카메라 렌즈가 조용히 나이와 성별을 파악한다.
김상헌 GS리테일 RM(리테일미디어)팀장을 만나 편의점 매대 뒤편에서 펼쳐지고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 광고 실험을 들여다봤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스키장 인근 GS25 매장에서 GS25 회원 카드로 구매한 이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동네GS앱에서 이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이처럼 광고를 오래 이어가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GS리테일 광고 채널의 신뢰도를 보여준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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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 최초…3년 만에 5000여 매장
AI 카메라로 소비자 파악…매출 2~3배 뛴 매장도
국내 리테일미디어 시장 12조…AI로 선점 목표

퇴근길에 들른 동네 GS25. '민음사빵'을 찾기 위해 화제의 신상품을 모아 놓은 매대 앞을 서성이자 매대 프레임에 장착된 카메라 렌즈가 조용히 나이와 성별을 파악한다. 결제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 계산대 위쪽 모니터에서는 스키장 시즌권 광고가 흘러나온다. '시즌권 구입할 때가 됐네' 하고 생각하며 무심코 광고를 쳐다보는 사이, 화면 하단에 붙은 카메라가 똑같은 방식으로 시선을 포착한다.
편의점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상품 판매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비자의 발걸음과 시선이 닿는 모든 공간이 소비자를 분석하고 맞춤 광고를 송출하는 '광고판'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리테일미디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GS리테일의 이야기다.
리테일미디어는 광고업계에서 검색·배너 광고에 이은 '제3의 물결'로 불리며 각광받고 있다. 이미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해외 대형 유통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GS리테일과 같은 대형 유통사들까지 합류하고 있다. 김상헌 GS리테일 RM(리테일미디어)팀장을 만나 편의점 매대 뒤편에서 펼쳐지고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 광고 실험을 들여다봤다.
오프라인 매장이 미디어로
GS리테일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리테일미디어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다. 리테일미디어는 유통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말한다. 유통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이나 이커머스 채널, 자체 앱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데 이를 광고 사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 같은 오프라인 매장, 그리고 자체 애플리케이션 '우리동네GS'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소비자 데이터를 모으고 적합한 광고를 송출하는 것이 GS리테일 리테일미디어 사업의 핵심이다.
GS리테일은 지난 2023년 12월 리테일미디어 전담팀을 꾸렸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리테일미디어 사업 경험이 있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거의 없었다. 이에 GS리테일은 2024년 한해를 리테일미디어 사업이 국내 시장에서도 통할지 검증하는 개념증명(PoC) 기간으로 삼았다.

GS리테일은 먼저 해외 사례부터 살폈다.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일본 편의점업계, 특히 패밀리마트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외 사례를 그대로 베끼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 팀장은 "신사업을 할 때는 해외 사례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걸 한국 시장과 고객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GS리테일은 테스트 매장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분석도 진행했다. 이 매장에서는 카메라 8종을 설치해 한국 소비자들이 매장 안 어디를 가장 많이 쳐다보는지 3개월간 직접 관찰했다. 그 결과 편의점은 계산대 상단, 슈퍼는 입구 정면의 행사 매대가 가장 눈에 띄는 자리로 확인됐다.
현재 광고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매장은 편의점과 슈퍼를 합쳐 5000여 곳에 달한다. 우리동네GS 앱에서도 다양한 광고를 볼 수 있다. 코카콜라나 서울우유처럼 GS25나 GS더프레시에서 상품을 판매 중인 기업들이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이외에 금융사 카카오뱅크나 침대 브랜드 베스트슬립처럼 편의점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어 보이는 브랜드들의 광고도 만나볼 수 있다. 김 팀장은 "현재 100여 종의 광고가 오프라인 매장과 앱 안에서 송출되고 있고 그중 입점 업체 광고가 65% 정도, 비입점 업체 광고가 35% 정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성과 측정까지
이와 함께 김 팀장과 팀원들은 광고대행사와 광고주 100여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도 진행했다. 국내에 리테일미디어 전문가가 없다 보니 광고주들의 니즈를 직접 확인하며 사업 방향을 잡아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리테일미디어 광고를 위해서는 결국 광고주의 니즈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많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오프라인 매장이나 옥외 광고는 정확히 몇 명이 봤는지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게 광고주들의 공통된 불만이었다. 이에 GS리테일은 성과 측정을 리테일미디어 사업의 핵심 방향으로 잡았다.
성과 측정은 GS리테일 리테일미디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문제였다. 누구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아야 광고를 더 정교하게 맞출 수 있고, 그래야 GS리테일의 리테일미디어 사업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이 문제를 '비전AI' 카메라로 풀었다. 화면 아래의 카메라가 광고를 보는 손님의 성별과 연령, 응시 시간까지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치 모바일 광고처럼 수치로 된 성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카메라는 고객 얼굴의 '사진'과 '영상'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영상을 저장하는 대신 AI박스를 거쳐 성별과 연령 같은 특징 정보만 뽑아낸다"며 "'30대 남성'처럼 정보만 남기는데 성별은 100%, 연령은 91%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카메라로 고객이 실제로 광고에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수단은 '시간'이다. GS리테일은 고객이 광고 화면을 0.3초 이상 응시하면 '노출', 3초 이상 응시하면 '관심'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 패밀리마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 김 팀장은 "최근 GS25 매대 화면에는 인기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가 모델로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가 걸리기고 있는데 광고 효과가 좋은 편"이라며 "이처럼 유명 연예인이 모델로 나오는 광고일수록 응시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이런 비전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손도 잡았다. GS리테일이 직접 투자한 피치AI다. GS리테일은 관련 기술에 대해 현재 국내외 특허 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
맞춤 광고까지
GS리테일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정교한 타깃팅으로 광고 효율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GS25와 우리동네GS 앱에서 볼 수 있는 놀유니버스의 스키장 시즌권 광고가 대표적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스키장 인근 GS25 매장에서 GS25 회원 카드로 구매한 이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동네GS앱에서 이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또 매장에서는 스키장 인근 점포와 서울 시내에서 시즌권 구매가 많다고 확인된 지역 점포를 대상으로 디스플레이 광고를 송출 중이다.
김 팀장은 이 같은 정교한 타깃팅이 광고주의 예산 효율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광고가 노출되기 때문에 효과가 훨씬 좋다"며 "매스 광고로 1만명에게 노출하는 것보다 타깃팅으로 1000명에게 노출하는 쪽이 광고 예산도 줄일 수 있어 광고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GS리테일의 광고에서 효과를 본 많은 기업들은 장기 계약도 이어가고 있다. RM팀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3년째 광고를 하고 있는 침대 브랜드 베스트슬립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광고를 오래 이어가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GS리테일 광고 채널의 신뢰도를 보여준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채널 자체가 부정적이었다면 광고주들이 광고를 이렇게 오래 집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광고주가 장기 집행이나 재집행을 결정할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리테일미디어 사업은 광고주뿐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는 경영주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 디스플레이에서 송출되는 콘텐츠의 70%가량은 외부 광고가 아니라 1+1 행사나 신상품 안내 같은 GS25 자체의 판촉 정보다.
기존에는 이런 판촉 행사 정보를 해당 상품이 놓인 매대 앞에 전단이나 포스터로 안내했다. 이런 방식은 해당 매대를 지나지 않는 손님에게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이다. 반면 계산대 위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는 결제할 때 모든 손님이 보기 때문에 행사 정보가 도달하는 범위가 훨씬 넓다.
물론 설치 초기에는 경영주들 중 일부가 '이런 디스플레이를 왜 달아야 하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광고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후 매출이 증가하자 경영주들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먼저 디스플레이 설치가 가능한지 묻는 경영주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같은 행사, 같은 영업일수, 같은 조건에서 비교했을 때 리테일미디어를 가동한 매장의 판매량은 가동하지 않은 매장보다 2~3배 많다. 김 팀장은 "경영주님이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한 분"이라며 "리테일미디어를 통해 GS25, GS더프레시에서 하는 좋은 행사를 고객들이 더 많이 볼 수 있어 판매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AI다
국내 리테일미디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김 팀장의 판단이다. 리테일미디어 선진 시장인 미국의 경우 현재 시장 규모가 약 245조원에 달한다. 이 중 아마존이 70조원, 월마트가 7조원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전체 영업이익(약 150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리테일미디어에서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라임 배송이나 최저가 경쟁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리테일미디어와 클라우드 사업(AWS)에서 확실한 이익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반면 국내 광고 시장 규모는 약 18조원. 이 중 넓은 의미에서의 리테일미디어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와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 GS리테일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매출 비중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경쟁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H&B스토어까지 오프라인 유통가가 일제히 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경쟁사와는 차별화되는 GS리테일만의 강점은 다양한 유통업을 통해 얻은 데이터 자산에 있다. GS리테일은 편의점(GS25)과 슈퍼(GS더프레시), 홈쇼핑(GS샵) 등 여러 사업의 데이터 자산을 하나의 법인에서 보유하고 있다. 사업별로 법인이 분리돼 있어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다른 경쟁사와는 다르다.

GS리테일은 여기에 AI를 접목한 애드 플랫폼으로 한 번 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매장과 앱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한 달에 2억건에 이르는 만큼, 이를 추출하고 가공해 검증하는 과정에 AI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GS리테일은 국내 스타트업 2곳과 함께 PoC를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광고주를 선정해 테스트도 마칠 계획이다. 내년 8월까지는 본격적인 AI 애드 플랫폼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이 애드 플랫폼을 화이트라벨 방식으로 다른 유통사나 기업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플랫폼에 로고나 브랜딩만 바꿔 다른 회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GS리테일은 수수료나 운영비를 받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김 팀장은 "유통사 중에 리테일미디어 사업을 제일 잘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만들고 이 애드플랫폼을 다른 유통사나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자로 나아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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