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병력에 아이까지?…금감원, 태아보험 해지 관행 ‘제동’

김효인 기자 2026. 9.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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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고지의무 위반으로 자녀 보장 해지하는 관행 손질
간병인보험·의료자문도 점검…보험 관련 소비자보호 강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첫째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둘째 아이의 태아보험까지 해지되는 관행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태아와 직접 관련성이 낮은 임신부의 과거 병력만으로 자녀의 보장까지 모두 없애는 것은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간병인보험과 의료자문 등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지나친 입증 책임을 요구하는 관행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소비자보호의 무게중심을 민원이 발생한 이후의 사후 처리에서 상품 설계와 보험금 심사·지급 단계로 넓히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생명·손해보험협회와 39개 보험사 소비자보호·보상 담당 부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업계 소비자보호·보상부문 부서장 확대 간담회'를 열고 주요 보험 분쟁 사례와 개선 방향을 공유했다.

엄마 병력에 아이 보험까지…해지 관행 손질

금감원이 대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태아보험의 계약 해지다. 태아보험은 별도의 독립 상품이 아니라 어린이보험에 태아가입특약을 붙여 출생 전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출생 이후에는 신생아를 피보험자로 변경해 어린이보험 형태로 보장이 이어진다.

실제 분쟁 사례에서는 한 임신부가 첫째 아이 출산 당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둘째 아이의 태아보험 전체 계약이 해지됐다.

금감원은 해당 분쟁을 처리하면서 임신부의 고지의무 위반과 자녀에 대한 보험보장을 구분해 판단했다. 임신부의 과거 수술 이력이 태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데도 이를 이유로 출생 이후 자녀의 보험계약까지 모두 해지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자녀와 관련한 보험계약은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보험은 가입 이후 질병 등이 발생하면 다시 가입하기 쉽지 않은 만큼 계약 전체를 해지할 경우 자녀의 장기적인 보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자문부터 실시하는 관행에도 제동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논란이 된 의료자문 관행도 개선 대상에 올랐다.

일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안에도 추가 의료자문을 실시하거나, 상급종합병원의 진단 결과에도 별도 자문을 요구하면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에 금감원은 의료자문 여부를 결정하기 전 주치의 소견과 치료 기록을 충분히 확인하고, 의학적 판단이 실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자문을 활용하도록 주문했다. 제3의료기관을 선정할 때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했다.

간병인보험에서는 보험사기 대응과 정상적인 보험금 청구를 구분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최근 가족을 간병인으로 등록한 뒤 실제 간병 없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 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정상적인 가입자에게까지 간병 필요성을 과도하게 입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마련된 체외충격파 치료 분쟁조정기준 역시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예컨대 '주 1회' 치료 기준은 반드시 치료 간격이 7일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6일 간격으로 치료했더라도 전체적으로 주 1회 수준이라면 보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보험사별 민원·분쟁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특정 유형의 분쟁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원인을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