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많이 마시는 사람, 체지방 적고 근육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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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인의 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405잔에 이를 만큼 커피는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한때 커피는 카페인이 혈압을 일시적으로 높여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기호품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각종 질병 위험을 낮추는 음료로 재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체지방이 적고 근육량은 많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하지만 볶은 커피에는 카페인을 비롯해 몸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리활성물질이 1000종 넘게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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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하루 5잔 이상 그룹, 당뇨 위험 줄어
핀란드 오울루대 연구 결과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적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 체지방과 내장지방이 적고 골격근량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북부 핀란드 출생 코호트 1966'에 참여한 46세 성인 2264명을 대상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집단과 하루 1~2잔, 3~4잔, 5잔 이상을 마시는 집단으로 나눠 체성분과 혈중 대사물질, 성호르몬을 비교했다. 참가자 가운데 1076명이 하루 5잔 이상 마셨으며, 대부분 필터를 사용해 추출한 커피를 마신다고 응답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유럽영양학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실렸다.하루 1~2잔 섭취군과 5잔 이상 섭취군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모두 26.8 안팎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5잔 이상 섭취군은 체지방률이 약 3.3%p 낮고, 골격근량은 약 2.3㎏ 많았으며, 전체 체지방량과 내장지방 면적도 더 작았다. 또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남녀 모두 혈중 분지사슬아미노산(BCAA) 농도가 낮았다. BCAA는 근육 합성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지만, 혈중 농도가 높으면 제2형 당뇨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농도가 낮을수록 당뇨 위험이 작은 편이다.
성호르몬 지표 또한 커피 섭취량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혈액 속 총테스토스테론과 생체이용가능 테스토스테론이 많았고, 성호르몬을 운반하는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 수치도 높았다. 총테스토스테론과 SHBG가 낮은 남성은 대사증후군과 제2형 당뇨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사 건강에 유리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여성은 커피 섭취량과 총테스토스테론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뉴트리션(The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박상민 서울대 의대 교수팀은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가한 20세 이상 성인 1만5447명을 분석했다.
참가자를 하루 커피 섭취 빈도에 따라 1회 미만, 1회, 2회, 3회 이상의 4개 집단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하루 3회 이상 마신 집단은 1회 미만 집단보다 남녀 모두 키에 비해 팔다리 근육량이 많았으며, 체지방을 제외한 근육·장기·수분 등의 양도 많았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체지방지수까지 낮게 나타났다. 두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띈 것은 체중보다 체성분 차이로, 커피를 많이 마신 집단은 체지방이 적고 근육량은 많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 "인과관계는 규명 필요"
커피와 건강의 관계를 밝히려는 연구는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그동안 주요 관심사는 커피 섭취량에 따른 질병 발생과 사망 위험이었다. 2017년 커피와 건강의 연관성을 다룬 기존 메타분석 218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대규모 연구가 영국 의학학술지 'BMJ'에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3~4잔 마신 집단은 마시지 않은 집단보다 사망 위험이 17%,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15% 낮았다. 제2형 당뇨와 간질환, 일부 암과 신경계 질환 발병률도 커피를 마신 집단에서 낮게 나타났다.커피의 건강 효과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성분이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잠을 깨우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와 지방 분해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물질이다. 하지만 볶은 커피에는 카페인을 비롯해 몸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리활성물질이 1000종 넘게 들어 있다. 폴리페놀류는 항산화 작용을 하며, 그중 클로로젠산은 장에서 당 흡수를 늦추고 인슐린의 혈당 조절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근육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분인 트리고넬린이 주목받고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는 트리고넬린과 근육 기능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의 혈중 트리고넬린 농도가 건강한 사람보다 낮고, 농도가 높을수록 근육량과 악력, 보행 속도 등의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세포와 생쥐 실험에서도 트리고넬린이 근육의 에너지 대사를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늙은 생쥐에게 트리고넬린을 먹이자 근력이 강해지고 피로도 줄었다.
이처럼 여러 성분이 섞인 커피에서 어떤 물질이 실제로 체성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원두 종류와 로스팅 정도, 추출법에 따라 한 잔에 담기는 성분의 종류 및 양도 달라진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카페스톨과 카웨올은 종이 필터로 거르면 대부분 제거된다. 설탕과 크림이 든 커피믹스나 시럽 커피는 영양학적으로 원두커피와 다른 음료가 된다. 따라서 커피의 건강 효과를 판단할 때는 섭취량과 유전적 특성, 생활습관, 마시는 방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연구 또한 커피 섭취량에 따라 체성분과 혈중 대사물질, 성호르몬이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실제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오울루대 연구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백만 명이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가 우리 신진대사와 호르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아는 것이 적다"며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관련된 커피 유래 생리활성 화합물을 확인하려면 향후 장기간 추적과 커피 섭취를 조절하는 실험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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