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 언젠간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서고 싶어요”

김명희 기자 2026. 9.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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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 키우기도 벅찬 세상, 아쿠아로빅 강사부터 폴댄스·미용실 원장에 연극배우까지 하루를 알차게 쪼개 쓰는 'N잡러' 엄마가 있다.

노율(10), 노유(8), 노하(7), 노히(3)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그는 오전이면 아쿠아로빅 강사로 어르신들과 물속에서 땀을 흘리고, 오후에는 폴댄스 학원 원장으로 회원들을 만난다.

그때 '내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겠구나' 하고 크게 깨달았죠.

"아이들에겐 '도전하는 용기' 선물하고 싶어요"특히 연극 무대에 설 때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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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이 키우는 무한 긍정 ‘N잡러’ 노현진

아이 하나 키우기도 벅찬 세상, 아쿠아로빅 강사부터 폴댄스·미용실 원장에 연극배우까지 하루를 알차게 쪼개 쓰는 ‘N잡러’ 엄마가 있다. 쉼 대신 새로운 도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노현진 씨의 특별한 이야기.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런웨이 모델처럼 생기가 넘친다. 지난 7월 말 방영된 KBS '인간극장-꿈꾸는 다둥이 엄마 현진 씨’ 편의 주인공 노현진 씨다. 노율(10), 노유(8), 노하(7), 노히(3)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그는 오전이면 아쿠아로빅 강사로 어르신들과 물속에서 땀을 흘리고, 오후에는 폴댄스 학원 원장으로 회원들을 만난다. 예약제로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족들 헤어스타일을 직접 다듬어주고, 한 달에 두 번은 요양원을 찾아 미용 봉사를 한다. 하루의 끝에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배우의 꿈을 향해 연극 연습실로 향한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까지 더하면 정말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일상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바쁜 하루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이면 차 안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고, 저녁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최근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이야기를 담아 동화책 '나, 첫째 하기 싫어!’를 펴내기도 했다. 

그의 곁에는 든든한 가족이 있다. 수영 국가대표 출신인 남편 이충희 씨는 육아와 가사를 적극적으로 나누며 아내의 도전을 응원하고,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는 아이들의 하원과 저녁을 챙긴다. 친정어머니도 강원도 양양에서 춘천까지 오가며 네 손주를 돌본다. 혼자서는 결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삶을 가족의 사랑과 응원으로 함께 꾸려가는 셈이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믿는 노현진 씨. 그래서 그는 아이들에게 꿈을 말로 가르치기보다 직접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의 꿈까지 함께 키워가는 사람. 쉼 없이 달리면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놓치지 않는 그의 에너지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매일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노현진 씨를 만났다.

부부와 네 아이, 반려견까지 북적북적 단란한 노현진 씨 가족. 현진 씨가 아이들에게 직접 쓴 동화책 ‘나, 첫째 하기 싫어!’를 읽어주고 있다. 

"웃다 보면 진짜 긍정의 에너지가 생겨요"

방송 나가고 나서 알아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폴댄스 수업 마치고 나오는데 처음 보는 분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시더니 "현진 씨 맞죠?" 하며 다가오는 거예요. 방송 잘 봤다면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 젊은 부부는 처음"이라고 응원하시고, 직접 삶은 옥수수까지 손에 쥐여주셨어요. 학원 회원분들도 제가 여러 일을 하는 건 알고 계셨지만, 방송으로 제 삶을 자세히 보시더니 "아이 넷 키우면서 어떻게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냐"며 응원을 보내주세요. 마트에 가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분들이 많고요. 

힘든 상황에서도 방송 내내 표정이 밝아서 인상 깊었어요.

MBTI 검사를 하면 늘 ENFP가 나와요(웃음). 첫째 낳고 나서 마음처럼 안 돼 힘들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 '내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겠구나’ 하고 크게 깨달았죠. 저는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어요. '나는 괜찮아, 할 수 있어!’ 하고 스스로한테 자꾸 주문을 걸다 보니, 마음속에서 긍정적인 힘이 솟아나더라고요.

처음부터 자녀 넷을 계획한 건가요.

‘넷을 낳아야지!’ 했던 건 아니고요, 딸이 하나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째 낳았더니 아들이고, '둘째는 딸이겠지?’ 했는데 또 아들인 거예요(웃음). 감사하게도 셋째가 드디어 예쁜 딸이었죠. 딸이 자라는 걸 보니까 아들들 키울 때랑은 다르게 사랑스러운 세상이 있더라고요. 자매가 있으면 서로에게 참 좋은 선물이 되겠다 싶어서 넷째를 계획하게 됐어요. 넷째 준비할 땐 민간요법도 찾아보고, 남편은 6개월 동안 채식만 했을 정도예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딸을 바라는 마음이 절실했죠.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욕심인 것 같고, 지금은 네 아이가 서로 의지하면서 북적북적 지내는 것만 봐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아이 하나 키우면서 한 가지 일을 하기도 힘든데, 넷을 키우면서 다양한 일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원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배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에요. 아쿠아로빅, 폴댄스, 미용실, 연극까지 얼핏 보면 다 다른 일 같지만, 사람을 만나고 좋은 에너지를 나눈다는 점에서는 모두 통해요. 미용실도 거창한 사업 욕심보다는 '내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요양원 미용 봉사를 가는데,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최우선으로 챙기는 일정이에요. 아쿠아로빅도 관절 안 좋은 어르신들이 물속에서 운동하며 건강해지는 걸 보면서 벌써 17~18년째 이어오고 있네요.

자신만의 체력 관리나 에너지 충전 비결이 있나요.

쉬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분도 있지만,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에요. 폴댄스 하느라 손목이 아프고 피곤해도 연극 연습장에 가면 신기하게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요. 반대로 연극 연습이 안 풀려서 속상한 날엔 집에 와서 아이들 웃는 얼굴 보며 힐링하죠. 육아로 지칠 땐 아쿠아로빅 수업에서 회원님들과 소리 지르고 땀 흘리며 스트레스를 날리고요. 미용실에서 손님들이 예쁘게 변신하고 기뻐하는 모습 보는 것도 큰 보람이에요. 한쪽에서 얻은 피로를 다른 일의 열정으로 풀어내는, 일종의 돌려막기 같은 거죠(웃음). 

"아이들에겐 '도전하는 용기’ 선물하고 싶어요"

특히 연극 무대에 설 때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사실 어릴 적 진짜 꿈이 배우였어요. 그런데 어쩌다 태권도를 시작하게 됐고, 성적이 잘 나오다 보니 주변 기대에 맞춰 선수 생활을 이어갔죠. 누군가를 때리거나 맞는 게 힘들었지만, 성적이 잘 나오니 다들 계속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대학은 용기 내서 연극과에 지원했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떨어졌어요. 그래서 체육을 전공했죠. 그런데 '내가 왜 연극 무대가 아니라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대학로와 혜화동 길을 그냥 서성이며 속앓이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던 중 춘천에서 '시민연극 아카데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걸 하자!’ 결심했죠.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느꼈던 그 행복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죠.

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관이 있다면요.

제가 어릴 때 태권도만 하느라 다양한 경험을 못 해본 게 아쉬움으로 남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성적보다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과 다양한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바둑, 도예, 사격 같은 걸 부지런히 찾아서 아이들에게 제안해보죠. 선택은 아이 스스로 하게 하고요. 첫째가 도예를 배우면서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흙이 도자기가 되는 과정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결과보다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아이로 자라고 있구나 싶어서요. 공부도 학원 뺑뺑이보다는 매일 스스로 해내는 최소한의 습관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새 보기 드물게 집에 TV가 없던데, 육아가 힘들지 않나요.

그건 아이들보다 저 때문이에요(웃음). 제가 결혼 전에는 하루 종일 틀어놓고 살 만큼 TV를 좋아했거든요. TV가 있으면 제가 어떻게 무너질지 스스로 잘 아는 거죠. TV 틀어주면 아이들도 몇 시간이고 가만히 보니까 부모는 편하겠지만, 그렇게 키우고 싶진 않았어요. 아이들은 아직 스마트폰도 없어요. 주변에선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러냐"며 걱정도 하시는데, 또래들이 하는 게임 이야기를 몰라도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다고 믿어요. 대신 그 시간에 가족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책 읽는 자리를 가져요.

아이가 넷이면 사랑을 똑같이 나눠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저도 평소엔 잘 몰랐는데, 첫째랑 셋째가 워낙 엄마를 찾다 보니 둘째가 늘 양보하는 아이가 돼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과 번갈아 데이트를 시작했어요. 밥 먹고 산책하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니까, 둘째가 "엄마랑 둘이 있는 게 좋아"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아이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다 있는데 제가 늦게 알아챘던 거죠. 요즘은 순서를 정해서 공평하게 데이트해요. 몇 시간이라도 단둘이 있는 그 순간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첫째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도 출간하셨죠.

첫째를 보니 늘 동생들 챙겨야 하고, 억울하게 혼나는 일도 많더라고요. 동생들이 장난감 망가뜨려도 첫째가 다툼의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네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야. 다 알고 있어"라고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책을 읽는 첫째 표정을 보는데 제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죠. 그랬더니 다른 아이들이 "내 이야기는 언제 나와?" 하고 물어봐요(웃음). 지금은 '둘째 하기 싫어’를 쓰고 있고요, 네 아이 이야기 담고 나면 마지막엔 엄마, 아빠 이야기도 써볼 생각입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남편과 양가 부모님"

방송을 보니 모든 일에 남편과 손발이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해줄까’, 그리고 '어떻게 행복하게 살까’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과 제일 많이 해요.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하면 남편은 단 한 번도 "하지 마"라고 한 적이 없어요. 방송에서는 제가 무리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현진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 하면서 제 꿈을 가장 크게 응원하는 사람이에요. 아, 딱 하나 있네요! 제가 '당근’ 앱을 통해 나눔이나 거래를 너무 많이 하니까 그것 좀 그만하라고…(웃음). 아이 넷 키우다 보면 당근 거래나 나눔이 얼마나 유용한데요. 

양가 어머니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어머니들 아니었으면 네 아이 낳을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친정어머니는 늘 "운동시키면서 보약 한번 제대로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저를 이렇게 밝고 건강하게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시어머니도 정말 천사 같으세요. 신혼 초 우리 집에 음식을 싸 오셨는데, 숟가락까지 챙겨 오셨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설거지하지 않게 그대로 다시 싸 가시려고 그런 거였어요. '아, 내가 좋은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감사함이 가슴속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도 궁금한데요.

지금 속해 있는 극단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영어 연극을 준비 중이에요. 그냥 공연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학교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도 꼭 한번 서고 싶어요. 또 아이들에게 선물할 그림책의 그림을 직접 그리고 싶어서 요즘 관련 수업도 듣고 있어요.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거창한 목표보다는 연극이든 그림책이든 강연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과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노현진 #저출생 #다둥맘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인간극장’ 화면 캡쳐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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