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된 빚을 갑푸려 합니다” 영등포역에 500만원 건넨 ‘난곡동 할매’

김무연 기자 2026. 9. 1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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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전 기차표를 사지 못했던 아이를 그냥 보내준 역장의 배려를 잊지 않은 80대 할머니가 500만원을 들고 영등포역을 다시 찾았다.

14일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서부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80대 여성 한 명이 영등포역을 찾아 자필 편지와 현금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직원들에게 건넸다.

암 투병을 이어가던 아들이 최근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빚을 갚기 위해 편지와 현금 500만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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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전 돈 부족해 동행한 아들 무료 탑승 배려
아들,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마음 빚 청산
영등포역, 할머니 손편지에 답장 보내
난곡동 할매가 서울 영등포역 직원들에게 쓴 편지. 한국철도공사

48년 전 기차표를 사지 못했던 아이를 그냥 보내준 역장의 배려를 잊지 않은 80대 할머니가 500만원을 들고 영등포역을 다시 찾았다.

14일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서부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80대 여성 한 명이 영등포역을 찾아 자필 편지와 현금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직원들에게 건넸다.

할머니가 편지에 적은 사연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편지는 “아주 오래된 빚을 이제야 갚으려 한다”는 말로 시작됐다.

할머니는 “1978년 10월 돈이 너무 없어 정읍에서 영등포까지 우리 아들 표는 사지 않고 완행열차를 탔다”며 “그때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돈이 없어서 제 차표만 사고 아이는 표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역장은 아이의 차비로 500원을 내라고 했지만 할머니에게는 토큰 한 개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역장님은 아이 차비로 500원을 내라고 하셨지만 우리가 가진 것은 토큰 한 개뿐이었다”며 “역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고맙게도 그냥 가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때 받은 배려는 할머니에게 오랜 시간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그는 “당시의 일이 오랜 세월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며 “많이 늦었고, 많이 부족하지만 고맙고 감사했다”고 편지에 적었다.

서울 영등포역 직원들이 난곡동 할매에게 쓴 답장. 한국철도공사

할머니가 뒤늦게 감사의 뜻을 전하게 된 데에는 아들의 죽음도 계기가 됐다. 암 투병을 이어가던 아들이 최근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빚을 갚기 위해 편지와 현금 500만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맞춤법은 일부 틀렸지만, 손으로 정성 들여 쓴 편지에 영등포역 직원들도 화답했다. 직원들은 다음 날 역사 게시판에 ‘난곡동 할매께’라는 제목의 답장을 붙였다.

직원들은 “어머니께서 건네주신 용기와 따뜻한 마음, 큰 감동 덕분에 매일을 선물처럼 보내고 있다. 살면서 이렇게 깊은 깨달음을 얻은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역무원으로서 고객 한 분 한 분께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셨다”며 “보여주신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과 좋은 기억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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