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초고령사회 요양보험의 그늘] 보험 수천만원 부어도 요양원비는 ‘내 주머니서’…민간보험-돌봄 ‘단절’

홍승해 기자 2026. 9.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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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보험 들어도 ‘특약’ 엇갈리면 무용지물…정액 보장으론 시설비 감당 역부족
보험사 계열 요양원 가도 혜택 ‘전무’…규제 묶여 할인·우선 입소 연계 차단
/연합뉴스

노후를 대비해 수십년간 민간보험을 부었더라도 정작 요양시설에 입소할 때 발생하는 거액의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종신·연금·간병보험이 각각 사망과 노후소득, 장기요양 위험을 보장하지만, 정액형 중심의 지급 구조와 까다로운 특약 조건 탓에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실제 시설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요양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사업 영역을 ‘돌봄’으로 넓히고 있지만 보험 계약과 계열 요양시설 이용은 별개다. 보험료를 장기간 낸 가입자라도 시설에 입소할 때는 일반 이용자와 같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종신보험은 보험금 지급 시점과 요양비 지출 시점의 간극이 가장 크다. 일례로 KB라이프의 종신보험도 기본적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가입자가 생전에 KB골든라이프케어 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2025년 10월 도입된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이용하면 보험금 일부를 생전에 받을 수 있지만 보험료 납입을 마친 일부 금리확정형 계약 등으로 대상이 제한돼 일반적인 요양비 마련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금보험은 지급 시점과 규모가 요양 수요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KB라이프가 제시한 ‘세번의 약속 e연금보험 Plus’ 가입 예시에 따르면 40세 남성이 월 50만원을 5년간 내면 총보험료는 3000만원이다. 60세 연금 개시 시점의 최저계약자적립액은 4609만원이다. 이를 모두 요양비로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 빌리지의 월 이용료 281만~399만원을 약 11~16개월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년 뒤의 물가와 이용료 인상분을 감안하면 실제 충당 기간은 이보다 짧아질 수 있다.

간병·치매보험의 경우 장기요양 위험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장하지만 특약별 지급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신한라이프가 공개한 ‘신한치매간병보험 ONE더케어Core’ 가입 예시를 보면 50세 남성이 95세 만기·20년납 종합형으로 가입할 때 월 보험료는 5만8970원이다. 이 가운데 관련 특약 가입자가 치매를 동반한 장기요양 1~5등급 판정을 받고 재가급여를 이용하면 월 70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해당 보험금은 재가급여 이용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요양시설에 입소하면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간병보험도 대부분 실제 지출액을 돌려주는 실손형이 아니라 약정한 금액을 주는 정액형이다. 시설급여와 재가급여의 지급 조건이 다르고 보장기간이나 장기요양등급에 제한을 둔 상품도 있어 실제 이용하는 돌봄서비스가 약관상 조건과 다르면 보장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머니의 시설을 알아본 50대 A씨는 “간병보험에 가입해 있어 요양이 필요할 때 충분한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막상 확인해보니 보험금은 정해진 조건에 따라 지급되고 시설 이용료는 별도로 내야 해 예상과 달랐다”고 말했다.

공적 보장도 요양비 전부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설급여 일부를 부담하지만 식비와 간식비, 이미용비, 상급침실료 등 비급여는 이용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 계열 요양시설의 월 이용료가 약 400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공적 급여와 민간보험을 함께 활용하더라도 비용 전액을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계열 요양시설을 운영하더라도 보험 가입자에게 이용료 할인이나 입소 우선권이 자동으로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일부 보험사가 보험상품과 요양시설 이용 혜택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관련 법규 문제로 실제 도입까지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속속 나온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보험계약자가 보유한 보험자산을 요양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상품과 요양서비스의 연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특정 계열 시설로 고객을 유도하거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다른 시설에서도 보험금을 활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은 약관에서 정한 사망이나 장기요양등급, 치매 진단 등이 발생하면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라며 “보험금을 실제 돌봄비로 활용할 수 있게 하되 가입자가 원하는 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