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유통업계, 미래 먹거리 RMN 잡아라] “매장이 곧 광고판”…유통가, 4000만 구매 데이터들고 RMN 키운다

김동욱 기자 2026. 9.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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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대형 LED 전광판 확대…롯데도 통합 RMN 사업 본격화
오프라인 매장·고객 구매 데이터 결합해 광고 수익 창출…“유통업계 미래 먹거리”
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7층 스포츠 레저관에서 대형 전광판을 보며 쇼핑을 하는 외국인 고객들의 모습.(롯데백화점 제공)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을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리테일미디어네트워크(RMN)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 둔화로 상품 판매만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워지면서 고객 구매 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RMN은 유통사가 보유한 고객의 구매·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존 오프라인 광고가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광고를 노출했다면 RMN은 실제 구매 이력과 쇼핑 패턴을 분석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광고를 집중할 수 있다. 

광고 노출 이후 실제 구매로 이어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광고주 입장에서도 효과 측정이 가능하다.

이마트는 최근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하남점과 일산점, 부천점 등 3개 점포에 4면형 대형 LED 전광판인 ‘미디어큐브(Media Cube)’를 설치했다.

스포츠 경기장 전광판 형태의 미디어큐브는 사운드와 면별 독립 콘텐츠 송출 기능을 갖췄다. 창고형 매장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매장 어디에서나 광고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는 연내 미디어큐브 설치 점포를 트레이더스 10개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하남점에 설치된 미디어큐브 전경.(이마트 제공)

현재 이마트는 전국 이마트 127개점과 트레이더스 24개점에서 RMN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다.

이마트가 주목하는 것은 구매 데이터와 광고를 연결하는 것이다. 1인 가구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시간대에는 즉석밥 광고를 집중 노출하고, 최근 소고기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와인 광고를 앱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유통업체들이 RMN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익성이다. 상품 판매는 매입과 물류, 매장 운영 등에 비용이 발생하지만 광고 사업은 상대적으로 추가 비용 부담이 적다. 

롯데쇼핑도 대규모 고객 데이터와 오프라인 점포망을 앞세워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RMN 사업 추진 계획을 가결했다. 앞서 2024년 10월 CEO IR 데이에서도 RMN을 주요 추진 전략으로 언급했다.

롯데가 RMN에 주목하는 이유도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당초 2026년 목표로 매출 15조2000억원, 영업이익 8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최근 매출 14조3000억원, 영업이익 6500억원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본업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고수익 신사업 발굴이 필요해진 셈이다.

롯데는 엘포인트(L.POINT) 회원을 포함해 약 4000만명의 구매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백화점·마트·슈퍼·편의점 등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백화점과 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온 등을 연계한 시범 사업을 진행했으며 현재 마트 매장 내 무인 키오스크와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광고 집행 테스트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계열사 간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낼지는 과제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의 유통HQ가 해체되면서 기존 유통HQ 주도로 추진되던 RMN 사업이 각 계열사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측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CJ올리브영도 약 3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CJ ONE 데이터를 기반으로 RMN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구매 이력과 앱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별하고 입점 브랜드의 맞춤형 광고를 지원한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를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RM 사업팀을 신설하고 GS25와 GS더프레시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KT와 협력해 편의점과 슈퍼 매장 1000여곳의 카운터와 출입문, 진열대 등에도 디지털 사이니지를 구축했다.

출입문 인근의 ‘GS TV’까지 포함하면 약 5000개 매장에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 AI 카메라 등을 통해 고객의 연령과 성별, 매장 내 행동, 광고 주시 여부 등을 분석하고 구매 전환율을 담은 성과 리포트도 광고주에게 제공한다.

실제 GS25 광고판에 노출한 행사 상품은 최근 3개월간 직전 동기보다 판매량이 12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월간활성이용자(MAU) 430만명 규모의 ‘우리동네GS’ 앱에서도 배너 광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 등 e커머스 업체들도 RMN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쿠팡은 검색 결과 상단과 추천 영역 등에 광고를 노출하고 플랫폼 트래픽과 구매 데이터를 결합해 광고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네이버도 AI 기반 광고 상품을 통해 고객별 타깃팅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주도했던 RMN 시장에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앞으로 RMN 경쟁력이 단순히 광고 매체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보다 구매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해 실제 매출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 위축으로 본업인 소매업의 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매 데이터와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RMN이 핵심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며 “앞으로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연결해 광고주에게 정확한 타깃팅과 성과 측정 결과를 제공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a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