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이 된 수백억 잭팟…K제약·바이오 해외 계약의 그늘

이재아 기자 2026. 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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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대규모 기술수출과 공급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계약 체결액이 아니라 현지 허가를 거쳐 제품을 출시하고 실제 매출을 만들어냈는지가 K-제약바이오 해외사업의 진짜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술수출은 계약금액보다 허가와 판매까지 이어지는 실행 구조를 봐야 합니다. 특히 마일스톤 조건과 허가 책임, 파트너의 의무를 함께 살펴야 명목상 계약 규모와 실제 사업가치를 구분할 수 있다. 결국 K-제약바이오의 경쟁력은 대형 계약을 따내는 능력에서 이를 실제 매출로 전환하는 능력으로 평가 기준이 옮겨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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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대화제약·아이큐어 등
품목허가·파트너 역량 불확실성
사업화 문턱서 잇따라 계약 종료
계약액보다 실매출이 성패 기준
아이큐어의 도네페질 패치제 '도네시브 패치'가 대만 품목허가 과정에서 기존 임상 3상 자료가 현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대만·태국 라이선스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출처=아이큐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대규모 기술수출과 공급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계약 체결이 곧바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지 품목허가가 늦어지거나 추가 임상을 요구받는 데다 파트너사의 사업 중단과 계약상 의무 불이행까지 겹치면서다. 수년간 공들여온 해외 계약이 실제 제품 출시와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채 결국 종료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얼마나 큰 계약을 따냈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계약을 실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가 문턱에 막힌 해외사업…장기계약도 결국 종료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해외에서 추진해온 공급·기술수출 계약을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러시아 제약사 R-Pharm과 2014년 체결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원료 및 필요시 완제품 공급·기술수출 계약을 지난 7일 종료했다. 계약 당시 금액은 계약금 300만 달러와 마일스톤 1000만 달러를 합친 약 145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실제 수령한 계약금은 100만 달러(약 13억 5000만원)에 그쳤다. 나머지 금액은 러시아 현지 규제 승인과 사업화 후속 절차를 조건으로 지급되는 구조였지만 해당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추가 수령액은 발생하지 않았다.

현지 허가 과정에서 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시험이 요구됐지만 R-Pharm이 이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품목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실제 제품 공급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R-Pharm이 프로젝트 종료 의사를 전달한 이후 일양약품은 계약기간 만료 후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일양약품은 러시아 제약사 R-Pharm과 2014년 체결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원료 및 완제품 공급·기술수출 계약을 지난 7일 종료했다. [출처=일양약품]

대화제약도 지난 7일 말레이시아·브루나이 지역 완제의약품 판매·공급계약을 종료했다. 2016년 체결한 계약은 이후 공급 품목과 금액이 변경됐지만 최종적으로 현지 품목허가가 완료되지 않아 실제 공급과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계약 상대방인 유코젠 파마가 관련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양사 합의로 계약을 끝냈다.

아이큐어의 도네페질 패치제 '도네시브 패치' 역시 현지 규제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메나리니 아시아퍼시픽과 대만·태국을 대상으로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은 대만 품목허가 과정에서 기존 임상 3상 자료가 현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서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계약 체결과 사업화 사이에 존재하는 긴 시간과 불확실성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의약품이라도 해외에서는 별도의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하며, 추가 임상이나 자료 보완이 필요해지면 일정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계약 따냈다고 끝 아냐…허가·판매가 '후속 성과' 관건

해외사업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현지 파트너의 실행력이다. 국내 기업이 기술이나 제품을 제공하고 해외 파트너가 허가와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라면, 파트너의 사업 의지와 자원 투입 여부가 계약의 실질적인 성과를 좌우한다.

대웅제약은 올해 2월 중국 양쯔강제약과 체결했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3845억원 규모 중국 공급계약을 종료했다. 중국 품목허가 취득과 관련해 계약상대방의 의무가 적절히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대웅제약 사례는 계약 해지가 반드시 시장 철수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사례와 구분된다. 기존 파트너를 통한 사업 구조의 한계를 확인한 뒤 중국 시장에서 직접 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계약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단순한 총 계약금액보다 실제 지급된 계약금과 마일스톤의 조건, 현지 허가 책임 주체, 파트너의 사업화 의무와 계약 이후 실행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명목상 수백억원의 계약이라도 허가나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 반대로 기존 계약을 종료하더라도 기업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거나 직접 판매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간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일양약품은 러시아 제약사 R-Pharm과 2014년 체결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원료 및 완제품 공급·기술수출 계약을 지난 7일 종료했다. [출처=일양약품]

이처럼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지만, K-제약바이오의 해외 진출 규모 자체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약품 수출액은 60억6000만 달러(약 8조 1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해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산업 전체 수출액도 161억2000만 달러(약 21조 6800억원)로 17.5% 증가했다.

결국 해외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계약 체결액이 아니라 현지 허가를 거쳐 제품을 출시하고 실제 매출을 만들어냈는지가 K-제약바이오 해외사업의 진짜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술수출은 계약금액보다 허가와 판매까지 이어지는 실행 구조를 봐야 합니다. 특히 마일스톤 조건과 허가 책임, 파트너의 의무를 함께 살펴야 명목상 계약 규모와 실제 사업가치를 구분할 수 있다. 결국 K-제약바이오의 경쟁력은 대형 계약을 따내는 능력에서 이를 실제 매출로 전환하는 능력으로 평가 기준이 옮겨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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