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게임 부호' 권혁빈은 어떻게 7조를 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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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지난 9월 9일,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이혼하면서 배우자 이 씨에게 2조 5500억 원을 나눠주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국내 이혼소송 사상 최대 규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건(9440억 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이만한 부를 가진 당사자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권혁빈이라는 이름도, 스마일게이트라는 회사도 대중에게는 낯설다. 이 낯선 부호는 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이런 재산을 손에 쥐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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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의 부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작됐다. 창업 초기 대표작 '헤드샷 온라인'은 서비스를 맡기로 한 야후코리아가 사업을 접으면서 출시조차 못 했고, 그다음 내놓은 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도 국내에서는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자금난에 몰려 2007년 받은 외부 투자 25억 원이 창업 이래 거의 유일한 외부 수혈이었다. 무명의 개발사를 살린 건 해외였다.
베트남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회사는 4년 만에 국내 5~6위권 게임사로 올라섰다. 이 게임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며 동시 접속자 수백만 명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서비스는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이뤄졌고 계약 조건도 좋지 않아서, 매출 규모에 비하면 회사가 실제로 손에 쥔 몫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도 시장 자체가 워낙 컸던 터라 로열티만으로 조 단위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이 중국에서 번 돈이 '단독 지배구조'로 이어진다. 창업 당시 지분은 권 CVO 70%, 배우자 이화진 씨 30%였다. 그런데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성공한 뒤 구조가 바뀌었다. 이 씨 지분은 잇단 유상증자를 거치며 3%대까지 쪼그라들었고, 2010년 무렵 이 씨는 남은 몫을 중국 텐센트에 전부 넘겼다. 권 CVO도 이때 자기 지분 일부를 함께 팔았다. 창업 당시의 이 30%가 법정에서 이 씨 측 기여도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된다.
전환점은 2012년이다. 권 CVO는 텐센트에 넘어갔던 지분을 도로 사들이고 지주사 체제로 회사를 개편했다. 이때부터 지주사 지분 100%를 혼자 갖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후 2021년에는 그룹에 하나 남아 있던 상장 계열사 지분까지 정리하며 완전한 비상장 그룹으로 돌아섰고, 2026년 1월에는 주요 계열사 세 곳을 하나로 합쳐 통합법인 '스마일게이트'를 출범시켰다. 자회사를 쪼개 각자 책임지게 하는 요즘 업계 흐름과는 반대되는 선택이었다.

성장 동력도 하나 더 붙었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MMORPG '로스트아크'가 2022년 스팀 글로벌 출시 직후 동시 접속자 132만 명을 넘기며 크로스파이어에 이은 두 번째 기둥이 됐다. 2020년에는 연 매출 1조 원을 처음 돌파했다. 외부 자본 없이 회사의 실적이 그대로 한 사람에게 쌓이면서, 권 CVO는 2023년 포브스 집계에서 국내 부호 4위까지 올랐다.
이 견고하던 단독 체제도 올해 9월 끝을 앞두게 됐다. 1심 재판부가 이 씨에게 지분 35%를 현물로 주라고 판결하면서다. 확정되면 권 CVO 지분은 65%로 줄고, 이 씨가 2대 주주가 된다.
지분을 둘러싼 다툼도 남아 있다. 이 씨 측은 소송이 시작된 직후 자회사들이 지주사에 흡수합병된 것을 두고, 재산 가치를 낮추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1심에서는 합병이 없었다고 가정한 경우까지 따로 감정평가를 했다. 회사 측은 평범한 경영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라,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다시 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기업을 단독 지배 체제로 만들어온 권 CVO는, 정작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소극적인 인물이다. 업계에서 대표적인 '은둔형 경영자'로 꼽힌다. 인터뷰도, 공식 행사 참석도 드물어서 게임업계 밖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2022년 로스트아크 콘서트에서 디렉터의 요청으로 무대에 잠깐 오른 일이 화제가 됐을 정도다. 같은 시기 창업한 김택진(엔씨소프트)이나 김정주(넥슨)는 알아도 권혁빈은 처음 듣는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도 사회공헌이나 후배 창업가 지원에는 꾸준히 나서왔다. 회사가 첫 영업이익을 낸 2008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를 대고 학교 설립을 도왔고, 2012년에는 사회공헌 재단 희망스튜디오를 세워 직접 이사장을 맡았다. 창업을 돕는 오렌지플래닛(2014년), 청소년 창의교육을 위한 퓨처랩(2017년)도 잇따라 만들었다. 자신이 서강대 재학 시절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의 지원을 받아 컸던 만큼, 그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20년에는 게임업계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결국 외부 자본을 마다하고 지분을 지켜온 선택이 그를 국내 손꼽히는 부호로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선택이, 아이러니하게도 나눠줄 몫마저 사상 최대로 키웠다. 아무에게도 지분을 내주지 않고 홀로 키워온 24년이, 가장 내주고 싶지 않았을 상대에게 회사의 3분의 1을 넘기는 결말로 돌아온 셈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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