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부처 가덕신공항 공사비 '핑퐁' 지역민 속 터진다

부산일보 2026. 9. 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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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액 위한 제도 개선 미루며 책임 회피
지역 업체 이탈 땐 개항 일정 차질 위기
가덕신공항 조감도(최신)

부울경에 가장 필요한 인프라는 가덕신공항이다. 부울경 주민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동남권 관문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했다.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동남권에 자리를 잡고, 지역 기업들도 세계로 뻗어가는 것은 물론 해양, 금융, 관광, 마이스 등의 지역 특화 산업과 항공 물류 분야도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빠른 개항을 촉구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현재 가덕신공항 완공 시점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춰진 것도 모자라 정부 각 부처들은 신공항 공사비 증액을 놓고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또다시 허송세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니 속이 터질 일이다.

현재 가덕신공항 사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공사비 증액 문제다.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 지역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탈퇴까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가덕신공항 사업이 다시 표류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정부도 공사비 증액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국가계약법상 계약 체결 이후 물가 변동분만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데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해법을 찾아놓고도 미적거리는 것은 가덕신공항 개항을 하루라도 앞당겨달라는 동남권 민심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820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예산은 올해 6890억 원에 비해 대폭 감소한 4311억 원만 반영했다. 이에 앞서 부산상공회의소와 지역건설업계 등은 가덕신공항 공사비를 현실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특히 중재에 나선 국무조정실도 기획예산처가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다시 국토교통부에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내부 조정을 거쳐 지침 개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정리한 사안을 두고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며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성에 안주한 낡은 행정문화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줄 것을 공직사회에 주문했다. 가덕신공항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각 부처들의 행태는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군다나 지지부진한 ‘핑퐁 행정’ 때문에 컨소시엄 지분 13%를 가진 지역 건설사들이 이탈할 경우 부지조성공사 본계약 체결과 우선시공분 착공 일정 등 개항 로드맵이 큰 차질을 빚는다. 지역 건설사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빠른 증액 등 대책 마련을 읍소하고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덕신공항 표류 위기를 해결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