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5500억 '권혁빈의 세기의 이혼'… 주주 없던 스마일게이트에 전 아내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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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서울가정법원이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CVO에게 배우자 이화진 씨 몫으로 사상 최대 재산분할을 명하면서, 그동안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은둔의 억만장자'와 그가 일군 비상장 게임제국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태원·노소영 부부 사건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 그 뒤에 놓인 지배구조의 균열까지 이번 판결이 남긴 파장을 짚어본다.

2026년 9월 9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정동혁 부장판사)가 내린 선고의 파급력은 컸다. 재판부는 이 씨가 남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넘기고 여기에 현금 650억 원을 더해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를 합치면 약 2조 5500억 원으로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매겨진 9440억 원의 2.7배에 달하는, 국내 재산분할의 상한선을 단숨에 갈아치운 금액이다.
재판부는 "양측이 장기간 갈등하게 된 경위, 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그 책임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있고, 책임 정도도 대등하다고 봐 원고(이화진 씨)의 이혼 청구는 인용하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액수만 놓고 보면 낯선 이름의 게임 기업 하나가 재벌 총수 부부를 압도한 셈인데, 정작 이 거액의 당사자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리니지'의 엔씨소프트 김택진, '메이플스토리'의 넥슨 김정주, 한게임을 거쳐 카카오를 세운 김범수 등 동시대 창업자들의 이름은 익숙해도 권혁빈이라는 이름은 대부분 고개를 갸웃한다. 자산 규모와 대중적 인지도 사이의 극단적 괴리가 이번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주주가 한 명뿐인 7조 원짜리 회사
1974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그는 2002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세웠다. 첫 작품은 출시조차 못 했고 뒤이은 '크로스파이어'도 국내 반응은 미미했지만 중국에서 터지며 회사를 단숨에 키웠고, 2018년 내놓은 '로스트아크'가 두 번째 성장 엔진이 됐다. 2025년 기준 매출 1조 4365억 원, 영업이익 3598억 원, 직원 약 3500명이다.

그런데도 그가 대중에게 낯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은둔형 경영자' 성향이고, 더 결정적인 것은 스마일게이트가 철저한 비상장 기업이라는 점이다.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이 약 15%,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약 25%의 지분을 보유한 것과 달리 권 CVO는 그룹 지주사 지분 100%를 홀로 쥐고 있었다. 기업공개(IPO)나 외부 투자로 지분이 희석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창업 초기 투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린 경험이 '외부 자본 최소화'라는 신념으로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주 눈치 보지 않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
바로 이 구조가 그의 자산 가치를 키웠다. 지분이 분산되지 않고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으니, 회사 가치가 오를수록 개인 재산도 고스란히 불어난 것이다. 포브스 집계에서 그는 2023년 국내 부호 4위까지 올랐다.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 맨손으로 일군 것이라는 점도 그를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전형으로 만든다.
4년을 끈 소송, 그리고 지배구조의 균열
권혁빈 창업자 배우자인 이화진 씨가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이혼 소송을 낸 것은 2022년 11월이다. 1심 결론까지 약 3년 10개월간 법정에서는 두 개의 쟁점이 맞부딪쳤다.

첫째는 이 씨의 기여도였다. 이 씨 측은 창업 초기 지분 30%를 출자했고 대표이사로도 등기됐던 만큼 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친정의 지원, 20년 넘게 도맡은 가사와 양육까지 더해 재산의 절반을 요구했다. 반면 권 CVO 측은 이 씨가 실제로 자본을 출자하거나 근무한 사실이 없어 공동 창업자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의 판단은 중간 지점에 놓였다. 스마일게이트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인정하되, 분할 비율은 권 CVO 65%, 이 씨 35%로 정했다. 회사 설립과 성장에 권 CVO 개인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그의 기여도를 더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 씨의 초기 지분 보유와 임원 등기, 장기간의 가사·양육 분담, 혼인 초기 처가의 경제적 지원, 소송 제기 후 권 CVO가 받은 거액의 배당금 등을 두루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둘째 쟁점은 혼인 파탄의 책임 소재였다. 재판부는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면서도, 그 책임이 양측 모두에게 대등하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목이 결과를 갈랐다.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졌지만 위자료 청구는 기각된 것이다. 권 CVO 측 대리인이 선고 직후 "위자료 청구가 기각된 것은 재판부도 권 CVO에게 유책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급 방식이다. 재판부가 산정한 권 CVO의 순자산은 약 7조 3375억 원인데, 이 가운데 스마일게이트 주식 가액이 7조1049억 원으로 전체의 96.8%를 차지한다. 재산 대부분이 거래가 쉽지 않은 비상장 주식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돈으로 정산하는 '대상분할'은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배우자가 처분하기 어려운 주식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판부는 현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무리하게 처분해야 하는 부담과 당사자 간 형평을 고려해 '현물분할'을 택했다. 지분 100%를 쥐고 있어 35%를 넘겨도 지배권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이 씨에게 넘길 주식 가액은 약 2조 4867억 원으로 계산됐다.
판결이 확정되면 권 CVO의 지분은 65%로 줄고, 이 씨가 35%를 쥔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사 선임 같은 보통결의는 65%로 주도할 수 있어 경영권이 흔들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정관 변경이나 합병 같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면서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라는 요건을 채워야 해, 이 씨가 반대표를 던지면 통과가 어려워진다.
24년간 이어온 '권혁빈 1인 지배' 체제에 실질적 제약이 생기는 셈이다. 더구나 새 2대 주주가 다름 아닌 이혼한 전 배우자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사업에 큰 영향은 없더라도 이사·감사 해임 청구나 주주 제안 같은 방식으로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다.
항소심 공방과 남아 있는 쟁점들
1심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권 CVO 측은 애초에 이혼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선고 후에도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항소심의 최대 격전지는 비상장 주식의 평가 방법이다. 상장 주식과 달리 비상장주는 재판부 재량으로 평가 방식이 정해지는데, 1심 감정 결과는 방식에 따라 최소 4조 9000억 원대에서 최대 8조 160억 원까지 벌어졌다. 과거 실적 기준의 상증세법상 평가를 주장한 권 CVO 측과 미래 현금흐름을 반영하는 DCF를 주장한 이 씨 측이 맞붙은 대목이다. 재판부는 "무형의 가치가 중요하고 향후 성장이 예상된다"며 가치를 더 높게 잡는 DCF를 택해 7조 1049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 씨 측도 물러설 이유가 없다. 재판 과정에서 절반을 요구했던 만큼 35%로 정해진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노소영 관장이 직접적인 경영 기여 없이도 33%를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초기 경영 참여를 내세우는 이 씨로서는 더 높은 비율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 기각된 위자료도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 선고 직후 이 씨 측 대리인은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한 가지 더 짚을 대목은, 이 씨가 35%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곧바로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 CVO가 65%로 경영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혼자 상장을 밀어붙이기 어렵고, 상장 시점이 불투명한 데다 경영권도 딸리지 않은 비상장 지분을 살 제3자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 스마일게이트는 2025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3조 5482억 원에 이르고 영업에서 매년 수천억 원의 현금이 들어와, 굳이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결국 이 씨가 회사의 성장을 함께 누리는 주주로 남을지, 적정한 현금을 받고 관계를 정리할지가 분할 비율 못지않게 중요한 선택으로 남는다.

이번 사건은 유명인의 이혼이라는 화제성과 함께 스타트업·벤처 창업자의 이혼에서 배우자의 기여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점이 됐다. 재판부가 이 씨를 단순한 '창업자의 아내'가 아니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당사자로 본 것은 앞으로 유사 소송에서 참고될 잣대다. 한 기업데이터 연구소가 2026년 8월 말 종가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 씨가 받을 주식 가치는 상장사 주식부호 전체 16위, 여성으로는 5위에 해당한다. 이혼이라는 사적 사건이 재계 자산 지형도까지 흔드는 셈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선고 직후 "대주주의 개인사에 대해 회사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회사도 그도 입을 닫았지만, 24년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부호의 실체는 정작 가장 사적인 이혼 판결을 계기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무대 뒤에 있던 이 씨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지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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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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