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추석 앞두고 배민·무신사·풀무원 등 41곳 세무조사 착수
풀무원 원가 부풀려 가격 인상
무신사 수수료 갑질·황제사택 적발
계란 농가 담합·수익 축소 신고 조사

국세청이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와 밀접한 먹을거리, 배달·패션 플랫폼 등 4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배달의민족, 무신사, 풀무원 등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이 포함됐으며, 이들 업체가 거짓 세금계산서 발급, 허위 원가계상 등으로 약 1조원의 세금을 누락한 혐의가 포착됐다.
이번 조사에는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이 포함됐다. 이 중 2곳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중견기업 8곳과 중소기업 33곳이 대상이며, 계란 농가 11곳과 곡물·과일·육류 수입·유통업체 12곳도 조사에 포함됐다.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 이익을 독일 모회사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은 혐의도 있다. 국세청은 배달의민족이 프로모션 비용을 음식점과 슈퍼마켓 등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전가한 정황도 조사하고 있다.
풀무원을 비롯한 가공식품 업체 12곳은 원재료와 물류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으나,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업체는 사주 자녀가 근무하는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고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퇴직 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의 물류센터 사용료를 대신 부담한 사례도 조사 대상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는 사주 일가의 탈루 혐의가 포착됐다. 전국에 2000개 가맹점을 둔 한 프랜차이즈는 사주의 개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비용으로 처리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직영점을 무상 양도한 뒤 재료를 낮은 가격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가맹본부는 사주가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하며 소득을 분산하고, 법인 명의로 고가 차량을 취득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농축산물 유통업체 중 계란 농가 11곳은 3~5년에 걸쳐 수십억원대 수익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일부 업체는 거래처에 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하고, 판매대금을 비사업용 계좌로 받아 수입을 숨긴 혐의도 있다. 가족이 대표인 농업회사법인에 산란용 병아리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해 이익을 이전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보조금을 수입금액에서 제외한 사례도 조사 대상이다. 축산소득 비과세 규정을 이용해 대표 배우자 명의로 실체가 없는 양계장을 만든 뒤 매출을 분산하거나, 실제 거래와 다른 계산서를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수입업체 중에서는 할당관세율 0%를 적용받아 돼지고기를 수입한 업체가 대표 자녀 명의의 사업자를 유통 과정에 끼워 넣어 유통마진을 남긴 뒤 단기간에 폐업한 혐의가 있다. 참깨 등 수입업체는 저율 관세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위장업체를 설립하고 매출을 분산해 거짓 계산서로 원가를 부풀린 사례도 조사 중이다.
패션 플랫폼 분야에서는 무신사 등 2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무신사는 높은 플랫폼 이용률을 바탕으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변칙 회계처리로 매출을 누락한 혐의가 있다.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용역비를 과다 지급하거나, 재고자산을 고가로 매입해 원가를 부풀린 정황도 드러났다.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사주가 거주하는 등 법인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조사 중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된 생산원가의 적정성과 기업 간 거래의 정상성,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과정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세무조사 대상 기업의 가격 인상이나 수수료 정책이 곧바로 탈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조사 결과에 따라 실제 탈루 규모가 확정될 예정이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 사주일가의 재산 형성과정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 등 조세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각 업체들은 세무조사에 대해 "상황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