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글 요약해 읽는 학생들… 문해력 약해져 성적 더 낮아

황규락 기자 2026. 9. 1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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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글을 읽고 쓰는 일을 인공지능(AI)에 맡기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은 이런 식으로 AI를 사용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이었다. 글 읽기를 AI에 맡기는 학생이 늘어나면 문해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가 최근 공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5’는 82국 학생에게 학교 공부에 AI 챗봇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 ‘읽어야 할 글 요약’ ‘글쓰기 과제 초안’ ‘특정 주제에 대한 사전 조사’ ‘학습 도움’ 등 네 가지로 나눠 물었다. 성적은 이번 조사의 중심 과목인 과학 점수를 활용했다.

그래픽=양인성

읽어야 할 글을 매일 AI에 요약시킨다는 학생의 점수는 OECD 평균 474점이었다. 이 용도로 AI를 쓰지 않는 학생(501점)보다 27점 낮았다. 글쓰기 초안을 매일 맡긴다는 학생도 479점으로 직접 쓰는 학생(503점)보다 24점 낮았다. 반면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학습 도움’ 용도에서는 매일 쓰는 학생이 493점으로 전혀 쓰지 않는 학생(489점)보다 높았다. AI에게 읽고 써야 할 일을 맡기는 학생만 성적이 낮게 나온 셈이다.

한국 학생의 경우 읽어야 할 글을 주 1회 이상 AI로 요약한다는 비율이 36.8%로 OECD 평균(29.7%)을 웃돌아 회원국 37곳 중 7위였다. 글쓰기 초안과 특정 주제에 대한 사전 조사는 각각 37.4%, 43.9%로 3위였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학습은 새로운 자료와 씨름하는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며 “기술이 그 과정을 건너뛰게 만들면 학생의 발달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했다.

AI를 활용하면서 문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는 올해 처음 도입된 ‘컴퓨팅 문제 해결력’ 영역에서도 드러났다. 이 영역은 컴퓨터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시뮬레이션을 돌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한국은 538점으로 85국 가운데 6~10위, OECD 회원국 중 2~5위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영역은 ‘프로그래밍’과 ‘모델링’으로 나뉘어 측정됐다. 명령어가 담긴 블록을 레고처럼 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래밍에서 한국은 547점을 받아 마카오·싱가포르·일본·대만·홍콩 등에 이어 6위였다. 반면 실험을 설계해 자료를 모으고 변수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는 모델링은 525점으로 10위에 그쳤다. 578점으로 1위를 기록한 중국과 마카오·싱가포르·일본은 물론 뉴질랜드와 호주에도 뒤처진 것이다. 한국의 두 점수 차(22점)는 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33점) 다음으로 컸다.

PISA 2025 과학 영역 평가 개발 과정에 참여한 박영신 조선대 교수는 “이번 결과는 문해력과 상당히 연관이 있다”며 “자료를 해석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처럼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는 익숙하지만 전체를 아울러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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