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18. 문종호 태백시 혈동 5통장

백승원 2026. 9.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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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낡은 길 닦은 끈기 마을 빈자리 메우는 '젊은 통장' "우리 동네에서는 예순넷인 통장도 젊은 사람으로 통합니다."

한 주민은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문 통장이 챙겨주고, 동과 시에 마을의 건의사항을 전달해 준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용해 온 길을 손보는 일은 마을 자체의 힘만으로는 어려웠기에 행정과 주민을 잇는 통장의 역할이 빛났다.

문 통장은 겨울철 마을길을 이야기하면서 눈이 올 때마다 장비를 가지고 나서는 주민들의 노력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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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진입도로 포장·가드레일 교체
복지물품 전달 취약계층 지원도 꼼꼼히
생업 이어가며 마을일꾼 9년째 종사
민·관 가교 자처 생활민원 해결 앞장
문곡소도동·시통장협 현장 목소리 대변
자율 제설 나서는 주민들 지원 필요성
“ 마을 힘으로 안되면 직접 행정에 건의
작은 협조가 봉사할 사명감 만들어”
문종호 태백시 혈동 5통장

산골 낡은 길 닦은 끈기… 마을 빈자리 메우는 ‘젊은 통장’

“우리 동네에서는 예순넷인 통장도 젊은 사람으로 통합니다.”

최근 태백시 혈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문종호(64) 혈동 5통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47세대 72명이 살아가는 작은 산촌마을에서 문 통장은 주민들의 크고 작은 일을 챙기는 ‘젊은 일꾼’이다.

이날도 주민들은 문 통장에게 도로와 하천 정비 등 생활 속 건의사항을 잇달아 꺼내놓았다. 한 주민은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문 통장이 챙겨주고, 동과 시에 마을의 건의사항을 전달해 준다고 설명했다. 주민들과 둘러앉은 자리는 자연스럽게 마을 현안을 나누는 시간이 됐다.

농업과 임업에 종사하는 문 통장이 생업과 마을 일을 함께 꾸려온 지도 올해로 9년째다. 낡은 진입도로를 정비하는 일부터 복지물품 전달, 겨울철 제설까지 주민들의 생활과 맞닿은 곳마다 그의 손길이 닿는다.
문 통장이 노인회관에서 주민들과 생활민원을 논의하고 있다. 백승원 기자

■ 주민 추대로 시작한 통장 생활

문 통장이 통장을 맡게 된 계기는 주민들의 추대였다. 농사를 짓는 고령 주민이 많은 마을에서 주민을 대신해 행정기관을 오가고 궂은일을 챙길 사람이 필요했다.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문 통장에게 그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마을이 크지 않고 주민 대부분이 연세가 있다”며 “마을에서 그나마 젊은 세대에 속하다 보니 주민들의 추대를 받아 통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문곡소도동이 관할하는 혈동 5통은 주민 상당수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농산촌마을이다. 문 통장은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가며 이웃들의 생활과 마을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에게 인구 감소는 숫자보다 이웃의 빈자리로 다가온다. 세상을 떠나는 주민은 있지만 새로 태어나는 아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랫동안 마을 일을 함께해 온 주민들도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활동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마을을 위해 봉사하던 이들이 하나둘 일선에서 물러나는 일은 통장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걱정거리다. 시설을 정비하는 것만큼이나 마을 일을 함께 맡을 사람이 있어야 공동체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부탁으로 시작한 통장 생활은 그렇게 9년째 이어지고 있다.
▲ 문종호 태백시 혈동 5통장이 마을 입구 혈리교에서 혈동 5통으로 이어지는 진입로와 마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백승원 기자

■ 낡은 마을길 2.5㎞ 새 단장

문 통장이 재임 중 해결한 대표적인 현안은 마을 진입도로 정비다. 국도 31호선에서 마을 안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폭이 좁고 포장한 지 오래돼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농사를 짓는 주민들에게 마을길은 일터로 향하는 길이자 외부를 오가는 통로다. 좁은 도로에 낡은 노면까지 더해지면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문 통장에 따르면 과거 이 도로에서는 차량이 밖으로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

문 통장은 태백시 건설과 등 관련 부서에 도로 정비 필요성을 전달하고 끈질기게 협의를 이어갔다. 그 결과 약 2.5㎞ 구간의 포장공사가 진행됐고, 도로변의 기존 콘크리트 방호벽도 철제 가드레일로 교체됐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용해 온 길을 손보는 일은 마을 자체의 힘만으로는 어려웠기에 행정과 주민을 잇는 통장의 역할이 빛났다.

도로 정비 외에도 농로 포장과 물탱크 등 생활시설에 관한 건의가 이어졌다. 그는 사업 규모가 큰 경우 시의 관련 부서와 협의하며 해결 방법을 찾았다.

그는 “마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건의하는데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주고 있다”며 “동 직원들도 주민 가까이에서 민원을 살피느라 고생이 많다.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마을의 불편을 덜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 마을 곳곳으로 복지의 손길 연결

도로와 농로처럼 눈에 보이는 시설을 고치는 일만 통장의 업무는 아니다. 주민들에게 생활물품을 전달하고 복지와 관련한 행정사항을 안내하는 일도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문 통장은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차상위계층 등 지원이 필요한 주민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등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챙겨야 할 사회복지 업무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밀집지역과 달리 단독주택이 흩어진 농산촌에서는 같은 물품을 전달하더라도 넓게 발품을 팔아야 한다. 생업을 이어가면서 마을 곳곳을 살피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역할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그는 “과거에 비해 복지와 관련된 물품 전달 등이 빈번해지면서 통장들이 하는 일도 많아졌다”며 “관과 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통장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 행정복지센터와 지역 사회단체들이 주기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면서 차상위계층과 장애인 복지 지원이 골고루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곡소도동통장협의회장과 태백시통장협의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농산촌 통장들과 고령의 자원봉사자들이 지치지 않고 마을 일을 꾸준히 맡을 수 있는 여건 마련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가을 문턱에서 떠올리는 겨울 마을길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문 통장이 꺼낸 마을 이야기는 벌써 겨울로 향했다. 눈이 내리면 마을 안쪽 길을 누가, 어떻게 치울 것인지는 해마다 돌아오는 과제다.

폭설이 내리면 국도와 주요 도로부터 제설작업이 진행된다. 동 직원들도 나서지만 마을 안쪽의 좁은 길까지 한꺼번에 치우기는 어렵다. 주요 도로의 눈이 치워져도 집에서 그 도로까지 이어지는 길이 막혀 있으면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된다.

이때 문 통장과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보탠다. 행정기관이 주요 도로를 맡는 동안 개인 장비를 동원해 마을 곳곳에 쌓인 눈을 치우며 주민들이 오갈 길을 낸다. 기름값을 부담하는 수고가 따르지만 자발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문 통장은 겨울철 마을길을 이야기하면서 눈이 올 때마다 장비를 가지고 나서는 주민들의 노력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눈이 많이 오면 동 직원들도 고생이 많지만 소로까지 모두 대응하기는 어려워 자율적으로 제설작업을 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문 통장은 이들이 오래 봉사할 수 있도록 장비나 유류비 등에 대한 실질적인 뒷받침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자기 장비와 기름을 쓰면서 눈을 치우는 분들이 있다”며 “행정에서도 작게나마 협조해 주면 더욱 사명감을 갖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승원 기자

문종호 태백시 혈동 5통장

강원도민일보·도이통장연합회 공동기획

#마을 #혈동 #도로 #태백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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