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절대 금기어까지 자초한 대통령 리더십
‘부동산 내가 잘 안다’ 자신감 과잉
‘공소 취소 고수’에 여당발 탄핵설
재판 집착 접고 성남 라인 바꿔야

비명(非明)계 유력 인사가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긴급 지원을 요청받았다. 급히 귀국해 이 대통령을 만났더니 “예전에 왜 내게 박절하게 대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십수 년 전 일을 추궁한 것이다. 그는 캠프에 몸담았지만 중용되진 못했다.
2년여 전 이 대통령이 당대표에 재출마했을 때 측근들이 “왜 또 나가시냐”고 물었다. 대통령의 답이 뜻밖이었다. “내가 안 나가면 정청래가 나갈 것 아니냐.” 정 전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두 번의 전당대회에서도 대통령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불신이 ‘명청(明淸) 대전’의 원인이 됐다.
이 대통령은 ‘내 편과 네 편’ 인식이 뚜렷하다. 2023년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때 찬성한 의원을 철저하게 파악했다. ‘배신자’ 명단이 나돌았고 총선 공천에서 무더기로 탈락했다. ‘비명횡사’ 공천과 명청 갈등은 집권 초 유례없는 여권 분열로 이어졌다. ‘문조털래유’에 이어 추미애 경기지사도 표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스타일이다. 실용 인사를 하더라도 중요한 일은 최측근에게 맡겼다. 김현지·정진상 등 성남 라인 의존도가 그만큼 컸다. 김승원·용혜인 장관 후보자 인사도 성남 라인이 주도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 추천과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공식 인사 라인 무용론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성남 변호사 시절 “나무창으로 공룡을 잡겠다”며 부동산 개발 비리를 파고들었다. 부동산 경매에도 훤해 주변에 투자를 권할 정도였다. 취임 후 부동산 세금·규제 정책을 밀어붙인 건 이런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쉬운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30년간 주식 투자를 한 ‘독학 개미’다. 대선 패배 직후 유망 조선주에 투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코스피 5000’도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확신이 지나치면 아무도 딴소리를 할 수 없다. 잇단 부동산 대책 실패와 레버리지 ETF 파문은 ‘부동산과 주식은 내가 잘 안다’는 자신감 과잉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반면 퇴임 후 사법 리스크엔 불안감 과잉이었다. 공소 취소 집착증은 온갖 무리수와 지지층 이반을 낳았다. 최근 대통령을 만난 여권 인사는 “공소 취소 의지가 여전하다”고 했다. 조작 기소 특검에 공소 취소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사법부와 갈등은 위험 수위다. 대법관 제청 공방 이면엔 대통령 재판 문제가 걸려 있다. 연임 개헌 논란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자 비상이 걸렸다. 각종 정책과 인사 실패, 공소 취소와 개헌 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김민석 대표는 “노무현 정부 탄핵 전조와 비슷하다”고 했다. 절대 금기어인 ‘탄핵’을 입에 올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 말기를 연상시킨다. 분열의 정치와 과도한 자신감, 재판 집착증이 몰고 온 후폭풍일 것이다.
대통령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는 자만은 금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가 옳다고 여기는 듯하다. 여권 핵심 인사는 “대통령 생각이 여당과 다르다”고 했다. 친명과 반명 싸움도 끝이 없다.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데 정청래·유시민에 대한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고 한다. 여권을 아우르지 못하면 지지율 회복은 쉽지 않다.
인사에서 성남 라인 배제 목소리도 높다. 1000개 넘는 공직 자리가 비어 있다. 김현지 실장에 의한 인사 병목설이 파다하다. 재판 걱정도 접을 때가 됐다. 퇴임 후 안위는 국정 성과에 달렸지 공소 취소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 권력은 지지율을 먹고산다.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외칠수록 민심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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